우리 가족입니다

이혜란 지음 | 보림
우리 가족입니다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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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정보
발행일 : 2005년 10월 15일 | 페이지 : 34쪽 | 크기 : 26.4 x 22.7cm
ISBN_10 : 89-433-0579-6 | KDC : 813.8
독자 평점
전문가 평점 | 판매지수 2625 | 독자 서평(0)
수상&선정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
어린이도서연구회 권장도서
열린어린이 2005 겨울 방학 권장 도서
귀여운 잠옷 파티
행복한 잠자리 습관을 길러요
고마워요 잘 자요
아빠가 할머니를 업고 집으로 향합니다. 할머니의 커다란 몸이 축 늘어져 아빠 등을 다 덮었습니다. 아빠의 허리가 저절로 구부러집니다. 다리를 꽉 붙든 팔에는 힘줄이 솟았습니다. 거친 숨이 자꾸 나옵니다. 아빠는 한 걸음 내딛기도 힘들어 보입니다. 아빠가 짊어진 삶의 무게가 너무 버겁습니다. 그런 아빠와 할머니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엄마가 잰걸음으로 달려옵니다.

작가 자신의 진솔하고 따뜻한 가족사를 풀어낸 그림책 『우리 가족입니다』의 한 장면입니다. 절정의 순간을 그린 이 그림을 보면서 가슴이 저렸습니다.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물끄러미 그림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삶이 겹쳐지고 우리의 가족이 겹쳐졌습니다. 괜시리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가슴에서 우러난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가슴도 울린다더니, 그 말이 맞나 봅니다.

중국 음식점을 하며 가게에 딸린 방에서 겨우겨우 꾸리는 살림살이입니다. 시골에서 혼자 사시던 할머니가 치매에 걸려서 그 집으로 살러 옵니다. 할머니는 엄마가 새 옷을 사주셔도 버려진 옷을 주워 오거나 서툰 바느질로 옷을 만들어 입습니다. 엄마가 세탁기 돌리는 것도 타박합니다. 밥 먹다가 음식을 뱉어내기 일쑤고, 요강에 오줌 누는 것도 대변 보는 것도 제대로 못합니다. 옷장에 젓갈을 넣어 두었다가 구더기가 생기게 합니다. 덥지도 않은데 창피하게 아무데서나 옷을 벗고 학교 담 밑에 누워 자기까지 합니다. 아빠는 그런 할머니를 업고 집으로 돌아오시는 것입니다. 어릴 때 아빠를 돌보지도 않았던 할머니라는데, 아이는 정신을 놓아서 말썽만 일으키는 할머니가 싫고 짐스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아빠와 엄마는 할머니의 모든 것을 묵묵히 감당합니다. 왜 모든 것을 참고 있는지, 왜 시골로 다시 가시라고 하지 않는지 아이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할머니는 아빠의 엄마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는 아빠의 대답을 들었을 뿐입니다.

할머니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아이는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또 주워 왔어요? 할머니는 우동도 못 먹어요? 이게 뭐가 딱딱하다고. 할머니랑 같이 먹기 싫어! 할머니! 오줌도 제대로 못 눠? 할머니, 왜 그래 자꾸? 할머니 또 벗었어? 아이의 목소리에 가시가 돋혀 있습니다. 그 말들 속에서 가족이 겪었을 일상의 불편함과 괴로움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그런들 어찌 할 수 있을까요. 이제 늙어서 병든 어머니를 탓할 수 없고, 아이의 불만을 잠재울 수도 없고, 짐을 벗어던질 수도 없는 답답한 부모의 심정이 느껴져 가슴이 아릿합니다. 부모님은, 고단해도 손으로 빨래를 하고, 따로 밥상을 차려 할머니의 숟가락에 반찬을 올려 드리고, 자다 깨어서 방바닥에 흘린 오줌을 닦습니다. 한숨이 절로 나올 힘겨운 일상의 반복. 구더기 나온 옷장에서 서랍을 다 꺼내 옷장을 정리하다 말고 아빠는 망연자실 고개 숙이고 서 있습니다. 방을 닦는 엄마의 어깨에도 힘이 빠져 있습니다. 젓갈 냄새 풍기는 방안, 아빠와 엄마의 눈에 눈물이 어린 것만 같습니다.

아이의 옷차림으로 짐작해 보면, 늦봄 즈음에서 한여름까지 할머니와 살면서 겪었던 일인 듯합니다. 집안인지 바깥인지 구분할 수도 없도록 병든 할머니를 돌봐야 하는 책임감이 아빠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를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짊어지고 가야 할 가족이라는 삶의 무게. 아빠는 불평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의 마음도 다독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몸을 씻어 주고 어머니의 몸을 씻겨 드리며 그 무거운 삶의 무게도 함께 덜어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아빠와 엄마는 아이들에게 몸소 보여 줍니다. 사랑을 많이 주었거나 적게 주었거나 가족은 서로를 보듬고 껴안는 사이라는 것을. 할머니 할아버지가 멋지거나 그렇지 못하거나 가족은 그렇게 돌보고 지켜주는 사이라는 것을. 처음엔 잘 이해가 안 되었어도 그런 아빠와 엄마를 곁에서 지켜보는 아이는 조금씩 조금씩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일 센티미터, 일 센티미터 마음이 자랄 것입니다. 엄마, 아빠, 나, 동생, 할머니. 우리 가족은 이렇게 다섯이라는 것을 알아갑니다.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가족의 의미를 보고 느낀 아이는 말합니다. 우리 가족입니다. 그 말이 너무나 따뜻합니다.

나의 ‘우리 가족!’ 가난한 살림에 사남매를 공부 시키느라고 몸과 마음이 다 닿은 우리 아버지, 어머니. 아직까지 자식들이 제 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걱정하며 가능한 짐이 되지 않으려고 애쓰시는 부모님입니다. 그런데 부모가 주신 사랑의 반의 반의 반도 못해 드리면서 때때로 어떤 부모는 더 넉넉하게 자식들에게 베풀어 주신다는데 우리 부모님은 그렇지 않다고 속으로 원망하기도 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많이 부끄럽습니다. 표제지에 그려져 있는 수저 다섯 개 놓인 밥상이 그런 마음을 따스하게 껴안습니다. 우리 모두가 그 밥상처럼만 둥그렇고 푸근하게 서로를 데우며 사는 가족이기를…….

고단한 삶을 살지만 사랑으로 껴안는 가족의 모습이 감동을 남깁니다. 어느 날 갑자기 중국집을 운영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주인공의 집에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찾아옵니다. 가게를 꾸리랴 크고 작은 사건을 일으키는 늙은 할머니를 모시랴 부모님은 힘든 하루하루를 삽니다. 하지만 내치지 않고 사랑으로 껴안고 함께 삽니다.

식당에 딸린 방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의 네 식구. 그런데 어느 날 시골에 살고 계시던 할머니가 찾아오십니다. 어릴 때 아버지를 버리시고 혼자 사시다가 늙어 아버지를 찾아오신 것입니다. 길거리에 버린 옷을 주워와 기워 입고, 세탁기로 빨래하지 말라고 잔소리하고, 음식을 먹다가 흘리고, 소변도 제대로 못 보시는 할머니를 아버지는 아무 말없이 정성으로 보살피십니다. 그런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며 아이는 사랑을 배우며 자라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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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란
1972년 거창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습니다.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편집 디자인,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다가 지금은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우리 가족입니다』로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습니다. 그린 책으로는『테드폴』『공룡은 어떻게 살았을까?』『니가 어때서 그카노』『산나리』 등이 있습니다.
부모님은 부산에서 작은 중국집을 하셨습니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두 분 힘으로 음식을 만들고 나르고 설거지하고 배달하느라 언제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셨지요. 가게에는 살림방도 딸려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한창 말썽 부릴 나이의 사 남매와 정신이 온전치 못한 할머니가 뒤엉켜 복작대며, 안 그래도 고단한 부모님께 날마다 새로운 일거리를 보태 드리곤 했지요....
- 이혜란
#1 아빠, 할머니 다시 가라고 하면 안 돼요?

할머니가 또 옷장에 젓갈을 넣어 두어서 온 방안에는 구더기가 득실하다. 엄마가 사다 준 새 옷이 더러워져 아이는 삐죽대고 아빠는 약을 뿌리고 엄마는 열심히 바닥을 닦는다. 방 안은 온통 젓갈 썩은 내와 약 냄새로 진동하지만 할머니는 뒤돌아 누운 채 사과를 숟가락으로 퍼 먹는다. 어느 날 느닷없이 시골에서 올라온 할머니 때문에 가족의 단란한 일상이 엉망이 된다. 어디선가 주워 온 옷을 얼기설기 기워 입지를 않나, 밥상머리에선 입에 든 음식을 퉤퉤 뱉기 일쑤고, 손님들 앞에서 창피한 줄도 모르고 옷을 벗는다. 아이는 그런 할머니가 미워서 견딜 수 없다. 같이 밥을 먹기도 싫고, 옆에서 자는 것도 싫다. 할머니 같은 건 없으면 좋겠다. 예전처럼 우리 가족 넷이서 행복하게 살고 싶은 마음뿐이다. 할머니를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는 묻는다. “아빠, 할머니 다시 가라고 하면 안 돼요?” 하지만 아버지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안 돼. 엄마니까. 할머니는 아빠 엄마거든.”

#2 진정한 가족 됨의 의미

살림방이 딸려 있는 작은 중국음식점, 이곳에 부부와 아이 둘과 할머니가 함께 산다. 종일 고단하게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부부에게 삶은 녹록하지 않다. 게다가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할머니까지. 학교 담 밑에서 누워 자는 할머니를 업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버지의 모습은 마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힘겹게 발을 옮기는 모습처럼 보인다. 만만치 않은 삶의 무게에 휘청대지만 팔에 힘을 주고 가쁜 숨을 내쉬며 한걸음씩 내딛는 아버지의 모습은 주어진 현실을받아들이고 할머니의 존재를 온몸으로 끌어안는 행위 그 자체이다. 그저 같은 공간을 나누는 동거인이 아니라, 서로의 삶을 나누는 동반자로서의 가족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가족임을 얘기한다.

#3 끝나지 않은 이야기

『우리 가족입니다』는 할머니를 돌보는 부모님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며 할머니란 존재가 싫어하고 미워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이 이해하고 껴안아야 할 가엾고도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는, 조금씩 성장해 가는 아이의 마음을 담고 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정신이 온전치 않은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커온 작가가 할머니와 함께 살던 시절을 되새기며 3년이 넘는 기간동안 작업한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 곳곳에 할머니와 부모님에 대한 고통스러웠지만, 끝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기억들이 진솔하게 녹아 있다. 3년이란 긴 작업 기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제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태도와 진정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특히 아이가 아버지를 업는 마지막 장면은 아버지가 할머니를 가족으로서 그 존재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했듯이 자신도 그런 사랑을 부모에게 주고 싶다는 아이의 마음을 보여 준다. 작품 속의 아이는 성장하여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어 아이를 낳고 자신의 부모가 그러했듯이 아이들에게도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사랑을 알려 줄 것이다.

#4 작품의 특징

1) 시대와 국적이 분명한 이야기, 현실에 단단하게 뿌리를 둔 정직하고 힘 있는 이야기

치매 걸린 할머니, 먹고살기 위해 고단하게 일하는 사람들, 가게와 살림방을 드나들며 자라는 아이들. 현실에서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일상의 풍경이지만, 우리 그림책에서는 별로 본 적이 없다. 이 책은 이렇게 현실적이고 당대적인 소재를 선택하여 구체적이고 꾸밈없이 드러낸다. 둔탁한 연필 선으로 묘사된 엄마, 아빠는 잘 웃지 않는다. 고단한 얼굴, 견뎌 내는 표정이 전부다. 힘들게 삶을 견디는 사람의 진솔한 모습이다. 할머니가 손님들 앞에서 훌렁훌렁 옷을 벗어도 엄마는 그저 옷을 입혀줄 뿐이고, 아빠는 배달하러 간다. 작가는 할머니의 늘어진 가슴과 배를 거리낌 없이 보여 준다. 가식도 허위의식도 없다. 그래서 더욱 우리 마음을 움직인다.

2) 치밀하고 탄탄한 연출과 구성, 정확한 묘사, 힘 있는 메시지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은 번갈아 가며, 때로는 엇갈리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글과 그림이 얼마나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가에 그림책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또 그림책에는 그림으로 이야기를 하는 시각적 내러티브 짜기, 다시 말해 시각 연출이 중요하다. 이야기에 생생한 현실감을 넣고, 각 장면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면서 ‘그림책을 보는 재미’를 만들고 내용과 주제를 감동 깊게 전달하는 방식 말이다. 할머니가 옷장에 젓갈을 넣어서 구더기가 나오는 장면을 보자. 텍스트는 단지 아이의 종알거림 세 마디뿐이다. 그러나 그림은 꿈틀거리는 구더기, 돌아누운 할머니의 완고한 뒷모습, 더러워진 옷을 들고 삐죽이는 아이, 어지러운 세간 속에서 힘겨워 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연필 자국과 엷은 채색만으로도 온 방에 가득한 냄새가 느껴진다. 거리에서 잠든 할머니를 아빠가 업고 오는 장면을 보면, 할머니는 책 밖으로 넘쳐날 정도로 크고 무겁다. 반면 옆 페이지의 엄마는 왜소하다. 할머니의 큰 등, 아빠 팔의 힘줄과 상기된 옆얼굴, 걱정스런 엄마의 표정은 삶의 무게와 함께 부부의 따뜻한 마음을 드러내는 장치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빈틈없이,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장면을 연출한 솜씨가 돋보인다.
으악!
아빠, 또 구더기 나왔어요.

할머니가 옷장에 젓갈을 넣어 놨어요.
할머니, 왜 그래 자꾸? 으으으, 냄새.

할머니!
똥 마려우면 빨리 화장실에 가면 되잖아.
왜 꼭 옷에 쌀 때까지 있냐고.
(본문 13∼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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