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 칼리 글, 세르주 블로크 그림, 안수연 옮김 | 문학동네
적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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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정보
발행일 : 2008년 07월 25일 | 페이지 : 64쪽 | 크기 : 22.5 x 30.3cm
ISBN_13 : 978-89-546-0605-9 | KDC : 863
원제
L'ENNEMI
독자 평점
전문가 평점 | 판매지수 306 | 독자 서평(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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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병사의 시선으로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가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는 그림책입니다. 두 개의 참호 속에 자리잡은 두 명의 병사. 그들은 서로를 적대시하며 끝나지 않을 싸움을 합니다. 배고픔과 공포, 외로움에 시달리다가 결국 적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건너편 참호로 건너가지요. 하지만 텅 빈 참호 속에는 자신이 이제까지 교육받은 내용과 똑같은 지침서, 그도 나와 같은 인간임을 깨닫게 하는 가족사진이 있었습니다. 병사는 거짓으로 가득 찬 전쟁이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적이 아닌 그에게 편지를 쓰는데…….
다비드 칼리(David Cali)
이탈리아에서 태어났습니다. 만화, 어린이 책, 연극, 시나리오, 전시회 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작품으로는『베르나르와 나』『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옷』『피아노 치기는 지겨워』등이 있습니다.
세르쥬 블로슈(Serge Bloch)
1956년 프랑스 콜마르에서 태어나 스트라스부르의 장식 미술 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바이마르 출판사의 잡지『아스트라피Astrapi』의 시각 디자이너와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틈틈이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삽화를 그리고 있으며, 특히 유머가 풍부한 그림을 좋아합니다. 『열등생 백과사전』으로 2007년 볼로냐 라가치상 논픽션 부문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공주도 학교에 가야 한다』『공주는 등이 가려워』『내 사랑 생쥐』『마리가 사랑에 빠졌어요』『대통령은 배가 고프다』『대통령이 목욕을 한다』『전쟁은 왜 일어날까』『식물에겐 비밀이 있어요』『레옹의 유치원 일기』『신나는 우리 학교』등의 작품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여러 신문들에도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합니다.
안수연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수료했습니다. 편집자로 일하면서, 프랑스의 좋은 어린이책을 골라 소개하고 있습니다.『곰이 되고 싶어요』와『앙리에트의 비밀 일기 1, 2, 3』을 번역했습니다.
두 병사 그리고 평화에 대한 이야기

황량한 들판, 두 개의 참호가 있다. 그리고 각 참호에는 한 명의 병사가 숨어 있다. 그들은 적이다. 그들은 하루 종일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숨어 있다. 병사는 적의 기습공격이 두려워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적이 물에 독을 풀었을까봐 참호 속 지하수도 마음 놓고 마시지 못한다. 부대에서 떨어져 홀로 남은 병사는 이대로 참호에 갇혀 늙어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와 외로움에 시달린다. 적을 죽이지 않으면, 적이 그를 죽이고, 그의 가족과 가축까지 절멸시킬 거라고, 병사는 누누이 들어왔다. 그러나 별이 뜨는 밤,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다 보면 그가 치르고 있는 이 전쟁은 무의미하기 짝이 없다. 배고픔과 외로움과 죽음의 공포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한 병사는 적을 먼저 죽이고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기로 결심한다. 밤에 위장을 하고 기습공격에 나서지만, 적의 참호는 텅 비어있다. 적도 그처럼 기습공격에 나선 것이다. 적의 참호 안에서 그는 적의 가족사진과 전투 지침서를 발견한다. 처음으로 그는 적도 자기처럼 가족이 있다는 것을, 한 인간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자기 것과 똑같이 생긴 적의 지침서를 펼쳐본다. 지침서는 그를 살인귀로 묘사하고 있다. 병사는 적에게 진실을 알리고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 찬 이 전쟁을 끝내기로 하는데…….

전쟁의 본질을 가장 쉽고 명료하며 깊이 있게 다룬 수작.

쉽고 명료하면서도 깊이 있게 전쟁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아군과 적군이라고 규정짓는 이분법이 얼마나 상대적이며 허구적 개념인지, 그리고 어느 편이건 전쟁을 일으킨 소수에 의해 희생되는 보통 사람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일깨운다. 무엇보다도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 어떻게 이데올로기가 조작되는지도 어려운 말 하나 사용하지 않고 풀어내고 있다.

전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예리한 유머가 번뜩이고 서정성이 빛나는 것도 이 책의 큰 매력이다. 그림을 그린 세르주 블로흐는 작가가 설정해 놓은 주배경인 참호를 단순한 선과 공간의 여백을 살린 ‘구멍’ 이미지로 형상화함으로서 텍스트에 다중적 의미를 부여하고 깊이를 더한다. 구멍은 부대에서 낙오된 병사가 처한 현실적 상황이며, 죽이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그의 실존적 상황인 동시에 이데올로기의 영향 아래 있는 의식의 제한적 상황이다. 병사는 그 구멍을 벗어나야 자신의 상황과 전쟁의 허구를 바로 응시할 수 있다. 그러고나서야만 전쟁의 종식과 평화의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그는 나의 ‘적’이 아니다 - 평화의 가능성

‘적’을 죽이고 전쟁을 끝내려고 참호(구멍)를 빠져 나온 병사는 아니러니컬하게도 ‘적’을 죽일 이유, 전쟁을 수행할 그 이유 그 차체를 상실한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사진과 거짓으로 가득 찬 ‘적’의 전투 지침서를 보는 순간, 안개가 걷히듯, 빛이 어둠을 몰아내듯 모든 것들이 명료해진다. 막대 비타면 몇 개로 굶주림과 싸우고, 외로움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는 적은 자기와 똑같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전쟁을 시작한 ‘높은 사람들’은 무엇이라 했는가. ‘적’은 인간이 아니라고 했다. 그들은 악의 화신이며 살인귀 괴물이라 했다. 그들은 증오와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속은 것은 그만이 아니었다. ‘적’도 같은 논리로 속아 온 것이다. 병사는 마침내 어리석고 비인간적인 전쟁을 끝내기로 한다. 그것은 총과 죽음을 통해서가 아니다. 펜과 평화의 힘이다.

두 병사는 어디로 갔을까? - 숨은 의미 찾기와 그림 읽기의 재미

읽을수록 깊은 맛이 나는 그림책이다. 무심코 보아 넘긴 이미지나 구절이 또다른 의미와 가능성으로 증폭되어 읽힌다. 병사가 맞부딪혔던 야수는 정말 사자였을까? 무공 훈장으로 장식한 제복의 장교가 피 묻은 손으로 거수경례를 하고 있는 표지는 무슨 의미일까? 뒤 면지에서 사라져 버린 두 명의 병사를 어디로 간 걸까?
적은 바로 저 건너에 있지만 나는 한 번도 그를 본 적이 없습니다.

아침이면 나는 일어나 적을 향해 총을 한 방 쏩니다.

그러면 적도 나를 향해 총을 한 방 쏩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하루 종일 참호 안에 몸을 숨기고
상대가 머리 내밀기만을 기다립니다.

그러나 더는 어느 누구도
머리를 내밀지 않습니다.

배가 고파와도 나는
적이 불을 피울 때까지 기다립니다.
내가 먼저 불을 피우면 적이 그 틈에 다가와
나를 죽일지도 모릅니다.
(본문 14~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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