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1318 문고 50

열일곱 살의 털

김해원 글 | 사계절
열일곱 살의 털
정가
9,500원
할인가
8,550 (10% 950원 할인)
마일리지
428 (5% 적립)
출판정보
발행일 : 2008년 08월 30일 | 페이지 : 222쪽 | 크기 : 14.5 x 22.5cm
ISBN_13 : 978-89-5828-306-5 | KDC : 813.8
독자 평점
전문가 평점 | 판매지수 278 | 독자 서평(1)
수상&선정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fiogf49gjkf0d
열일곱 살 일호의 성장기를 머리카락을 중심으로 치밀하게 펼쳐 보이는 소설입니다. 누구보다도 단정한 머리 스타일을 고수하던 평범한 아이 일호가 두발 자유를 위해 시위를 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습니다. 일호의 시선으로 사건을 전개하여 요즘 청소년들의 솔직한 내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17년 동안 집을 떠나 여행을 하는 아버지, 그보다 더 오랫동안 이발소를 지켜 온 할아버지 등 일호를 둘러싼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도 풍성합니다. 스스로를 너무 물컹하고, 너무 단단하다고 말하는 일호의 이야기 속에서 가족, 친구, 학교, 사회의 또 다른 면을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 열린어린이 관련 기사 보기
김해원
1968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났습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어린이책작가교실’에서 1기생으로 동화를 공부했습니다. 2000년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기차역 긴의자 이야기」가 당선되었고, 2003년에는 장편동화로 MBC 창작동화 대상을 받았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알리 아저씨의 가족사진』『이이』『생각하는 아이를 위한 철학동화』『거미마을 까치여관』『풀, 벌레 이야기』『고래 벽화』『우리 누나 시집 가던 날』『청개구리야 왜 울어?』『열일곱 살의 털』 등이 있습니다.
열일곱, 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하다

제6회 사계절문학상 대상작 김해원의 『열일곱 살의 털』은 제목을 읽자마자 밀려드는 ‘야릇한’ 추측 때문에 2차 성징에 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닐까 기대하게 된다. 사계절문학상 심사위원들(오정희ㆍ박상률ㆍ김중혁)마저 주위 눈치를 보며 몰래 작품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털’이 머리털임을 깨닫고 흥미가 덜해질 무렵, 머리털 이야기의 진짜 재미가 시작된다. 이 작품에 독특한 인물이 등장하거나 거창한 사건이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심사평대로 “주인공은 문제아도 장애인도 아니다. 평범한 아이다. 눈물날 만큼 감동적인 이야기도 없으며, 대단한 모험을 겪는 것도 아니다”. 청소년소설 주인공들이 대개 지독한 가난에 시달리거나, 버거운 집안 문제로 가슴앓이를 하거나, 유난히 감성이 섬세해서 해결 지점을 찾기도 어려운 내적갈등을 안고 살아간다는 흐름을 갖고 있었다면, 『열일곱 살의 털』 주인공 일호는 주인공이 되기에는 너무나 ‘문제가 없어’ 보인다. 공부도 꽤 하고 단짝 친구도 있고 집안 어른들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으며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아이다. 단 특별한 점이 있다면 태어나기 전부터 아버지가 집을 나가 여행을 하면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작품은 일호가 할아버지의 이발소 의자에서 열일곱 살 생일을 맞는 장면으로 시작하면서 앞으로 머리카락과 관련하여 유구한 사건들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열일곱 살이 되는 날 아침, 나는 날이 바짝 선 가위 앞에 앉아야 했다. 아침 내내 숫돌에 무뎌진 날을 갈리며 풀벌레처럼 울던 가위의 민날은 시퍼렇게 되살아나 입을 꾹 다문 채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위의 두 민날이 내 정수리 위에서 서로 교차하며 머리카락 끝을 앙칼지게 자르는 순간, 나는 추운 날 오줌을 쏟아 낸 것처럼 진저리를 쳤다. (p5)

일호는 해마다 생일날을 할아버지가 해 주는 이발로 맞이한다. 그러나 열일곱 살의 머리카락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욕망이 뒤엉켜 자라고 있다고 믿는 이발사 할아버지의 손에 별다른 저항감 없이 머리를 맡기는 일호 앞에 아이러니하게도 머리털을 사수하기 위한 긴 싸움이 기다리고 있다. 일호가 사수하려는 것은 제 머리털이 아니다. 대한민국 열일곱 살들의 머리털이다. 학교가 인정하는 모범 두발로 아이들 사이에 ‘범생이 1호’로 통하던 일호는 체육 선생이 두발 규정을 어긴 아이의 머리에 라이터를 들이대며 위협하는 것을 보고 ‘이성을 잃는’다. 한 번도 싸워 본 적 없는 일호가 싸움의 문턱으로 들어서는 순간이다.

매독이 악을 쓰며 밀어뜨리고 닥치는 대로 발로 걷어차도 나는 내 손아귀에 있는 손목을 놓지 않았다. 나는 미친개를 물어뜯는 단단히 미친 개였다. 엄마 나, 단단해진 것 맞나요? 나는 속목이 빠져나가려고 버둥거릴수록 더 다부지게 파고들었다. 매독은 발길질을 하다 잠시 숨을 고르더니 나를 손목에 매단 채 잡아끌면서 온갖 욕을 퍼부었다.
“이 개새끼!” (pp50~52)

온순한 ‘범생이’ 일호가 고등학생에게는 거대한 공룡과도 같을 학교와 한판 싸움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를 지켜보는 독자는 난폭한 바리캉이 자신의 머리를 밀고 지나가는 듯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일호는 “왜 이렇게 힘 조절이 안 되는 걸까. 나는 너무 물컹하거나 단단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힘든 싸움의 길로 들어선 뒤다. 일호는 상담실에 불려가 혼자 남겨졌을 때, 누가 볼까 봐 얼른 손등으로 눈물을 훔칠 만큼 물컹하지만, 체육 선생에게 사죄하는 대신 두발 규제 반대 시위를 계획할 만큼 단단하기도 하다.

너무 물컹하거나 너무 단단한 열일곱 살 일호의 자아 찾기

작가는 일호의 아버지가 오랫동안 여행을 떠났다고 설정함으로써 아버지와 아들의 심리적인 거리감을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일호에게 아버지는 ‘분명히 있는데 느낄 수 없는’ 존재다. 아버지가 있어야 할 자리에 할아버지가 굳건하게 서 있어선지 일호에게서 부성의 결락이 전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내가 처음으로 아버지의 부재를 가슴으로 느낀 것은 예닐곱 살 때였다. 그 때만 해도 태성이발소에는 내 또래 사내아이들이 아버지 손을 붙잡고 왔다. 아이들은 제 아버지 앞에서 머리를 깎았고, 아버지들은 마치 성스러운 의식이라도 치르는 양 엄숙하게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 이발소 낡은 소파에 쭈그리고 앉아 한글 쓰기나 수학 학습지 따위를 풀던 나는 크는 것을 확인해 줄 아버지가 없어 영영 어른이 되지 못할까 봐 겁났다. (p11)

그런데 일호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킨 바로 그 순간에, 느닷없이 17년 동안 부재했던 일호 아버지가 등장한다. 아버지는 “햇빛이 거리를 환하게 비추기 시작하던 여름날 아침” 손님 맞을 채비를 하다가 “갑작스레 이발소 문을 열고 거리로” 나온 뒤, 그 길로 먼 여행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p99)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팔팔한 청년에게 이발사로 살아가게 될 삶은 답답하고 지리멸렬했을 터이다. 일호는 우리가 흔하게 상정하는 아버지상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아버지를 가슴으로 받아들이면서 자기 자신 그대로를 사랑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일호가 두발 규제를 반대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을 때, 일호와 마찬가지로 한 번도 싸워 보지 않았던 할아버지 역시 외로운 싸움의 길로 들어선다. 일호 할아버지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이발소인 태성이발소의 3대 이발사로, 마포구 도원동 일대의 재개발을 놓고 주민들 의견이 찬반으로 갈리자 “나라를 위해 하는 일이니 반대를 해서야 쓰겠습니까? 우리가 따라야지요.” 하고 ‘순수한 애국심’을 발휘한다. 그렇지만 할아버지에게 돌아오는 것은 “어르신 참 답답하십니다.” 하는 말뿐이다. 그런데 칠십 평생을 할머니 말대로 ‘제 털 뽑아 제 구멍에 박을 위인’으로 살았고, “이발 그거 몇 분이면 후딱 해치우는” 걸 가지고 “가업을 잇느니 마느니” 하면서 “굴러들어온 돈복을 차 버린” 고지식한 양반이 나라에서 하는 일에 처음으로 의구심을 가진다. 그리고 재개발로 주민들이 고루 덕을 보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후, 세입자대책위원회에 합세하여 시위에 나선다. 비록 할아버지의 시위가 세입자가 아닌 사람이 세입자의 입장에 선다는 한계에 부딪쳐 타다 만 불꽃처럼 사그라지긴 해도 말이다. 할아버지는 훗날 일호가 다니는 오정고등학교 학생들이 ‘별사건’이라고 부르게 될 일을 벌이면서 당신이 일호의 싸움을 이해하게 되었음을 말없이 드러내고, 일호는 할아버지가 있음으로 해서 자신이 단단히 땅에 발붙이고 살아왔음을 깨닫게 된다.

김해원은 고종이 단발령을 내렸을 때 저잣거리를 돌아다니며 상투를 자르던, 이제는 역사 뒤편으로 사라진 체두관이라는 관직에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체두관에 대한 자료를 공부하면서 우리 역사에서 머리털의 상징성을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중고등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두발 규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학교 정문에서 두발 규제 반대 시위를 한 경험이 있는 중앙고등학교 이하람 군을 만나 경험담을 상세히 듣고 일호의 캐릭터를 형성해 나가는 데 도움을 받았다. 일호는 동네 편의점 앞이나, 피씨방, 학원 골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리숙한 고등학생이지만 이야기를 힘 있게 끌어갈 만큼 다부진 의지를 갖춘 아이다.
일호의 싸움과 궤를 같이하며 또다른 싸움을 치루는 할아버지의 변모는 유쾌하고 놀랍다. 작가는 할아버지를 통해서 이 땅에서 열심히 살아온 모든 사람들을 대변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일호 할아버지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우리 현대사를 이끌어 온, 열심히 살아 나라가 발전하면 모두 잘 살게 되리라는 믿음을 가졌던 사람이다. 하지만 급속한 산업화와 현대화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다가 일흔이 넘어서야 자신이 선 곳이 벗어나기 어려운 그늘이란 걸 깨닫는다. 그런데 자신의 가치관이 무너졌을 때 절망하고 포기하는 사람이 있지만, 할아버지는 현실을 인정하고 정면 돌파한다. 작가는 우리 인간의 역사는 그런 사람들의 힘으로 바뀌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한때는 어리고 철없는 처녀였지만 남편 없이 아이를 기르느라 세월에 단련된 엄마, 고집 세고 융통성 없는 남편 옆에서 속깨나 끓였을 할머니, 자신만의 감성적인 내면은 살며시 감쳐 두고 주어진 일에 흔들림 없이 매진하는 오정고등학교 학생부장 오광두 선생, 넉넉한 몸집에 너스레도 잘 떨지만 뜻밖의 일 앞에서는 소심해지는 친구 정진까지 모두가 전형성과 개성을 동시에 갖춘 생생한 인물들이다.

처음으로 세상과 맞선 뒤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제 자리를 다시 찾아가게 되는 열일곱 살 일호의 이야기에는 학교 두발 규제와 관련한 청소년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주인공 일호의 가족사, 우리 사회와 역사가 모두 담겨 있다. 독자는 일호의 긴 여정을 함께하다가 결국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고 ‘단단해지는’ 일호에게 박수를 보내게 된다.
‘‘어른’은 없다’
난 이른바 ‘마지막 교복세대’이다. 고등학교 3학년까지 내리 까마귀 교복을 입고 다녔다. 물론 머리도 짧게 깎아야 했다. ‘범생이’ 축에 속했던 난 이런 규제에 대해서 사실 별 문제의식이 없었다. 내 몸처럼 완전히 붙어 아예 의식 자체를 못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 소풍 때 학교에서 인심을 쓰려고 그랬는지 사복을 입고 오라고 했다. 그...
- 주진우/열린어린이 2008년 11월호

김해원의 『열일곱 살의 털』은 이상한 작품이다. 우선 제목이 흥미롭다. 털, 이라니…. 어떤 털을 말하는 것인가, 하고 주위 눈치를 보며 몰래 작품을 읽게 만든다. 난 또, 뭐라고, 머리털을 말하는 거였군, 흥미가 덜해지는 순간, 기구한 머리털 이야기의 재미가 시작된다. 심사위원들은 일단 집중력에 감탄했다. 머리카락 이야기 하나만으로 소설을 끝까지 밀고 간...
- 오정희·박상률·김중혁 (제6회 사계절문학상 심사위원)

“우리나라 학교가 본래 규율을 지나치게 강요하고 아이들은 무조건 복종하도록 만드는데, 이제 바뀔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아이들의 반대 의견을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 묵살하고 제재를 가하다 보면 올바른 교육을 해칠 수밖에 없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선생님들께서 진잔 두발 규제에 대해 학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면 우리 애가 이렇게까지 나서지 않았겠지요. 인간은 누구나 자유를 지향합니다. 열일곱 살이라면 이 정도는 누구의 사주를 받아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 애 행동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설령 시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도리어 시위는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테고, 그 뒤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해 개선 방향을 찾아 나갈 수 있었을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아버지의 말은 미리 준비한 연설문 같았다. 무장해제된 오광두는 공격을 포기한 채 아버지의 연설을 열중해 듣더니, 연설이 끝나자 박수치는 일만 남은 청중 속 한 사람처럼 아무런 대꾸를 하지 못했다. 아버지의 연설에 감동한 청중은 나뿐인 것 같았다.

나는 아버지의 어려운 말 속에서 ‘우리 애’라고 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가슴이 뭉클해져 눈시울을 적실 뻔하기까지 했다. 그 순간 기나긴 시간 동안 비워 두었던 아버지의 자리 때문에 남모르게, 때로는 나 자신도 깨닫지 못하면서 겪어야 했던 고통이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때때로 순간은 시간보다 강하다.

오광두는 한참 만에 입을 뗐다. 그가 한 말은 긴 연설에 대한 답사치고는 너무 짧았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이번 일을 그냥 넘기려 하지 않을 겁니다.”

오광두는 아버지에게 건넨 유인물을 챙겨 파일에 끼워 넣고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아버지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은 사뭇 여유가 있어서 도전자에게 ‘뻔히 그럴 줄 알고 있으니, 싸울 준비가 되면 연락하가’는 챔피언처럼 보였다. 어쩌면 아버지는 20년 동안 지구를 돌면서 말도 안 되는 일로 세상을 어지럽히는 이들을 혼내 주고, 그들의 무모한 도전에 단 한번도 거꾸러져 본 적 없이 무패 신화를 일군 파이터였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당하게도.
(본문 110~111쪽)
국내도서 > 어린이 문학 > 소설
국내도서 > 학습 도우미 > 읽기

청소년, 청소녀용

비밀의 화원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글, 타샤 튜더 그림, 공경희 옮김
샤를마뉴 대왕의 위대한 보물
나디아 웨트리 지음, 드보라 클라인 그림, 이경혜 옮김
신기한 시간표
오카다 준 지음, 박종진 옮김, 윤정주 그림

생각하는 아이를 위한 철학동화
김해원 글, 정주현 외 그림
고래 벽화
김해원 글, 전상용 그림
우리 누나 시집 가던 날
김해원 글, 박지훈 그림, 남상민 감수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베르너 홀츠바르트 글, 볼프 에를브루흐 그림
똥벼락
김회경 글, 조혜란 그림
어린이 미술관 (전 2권)
어멘더 렌쇼 글, 이명옥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