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 그림책 8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김성민 글·그림 | 사계절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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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정보
발행일 : 2009년 03월 09일 | 페이지 : 40쪽 | 크기 : 21.7 x 27.7cm
ISBN_13 : 978-89-5828-341-6 | KDC : 8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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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평점 | 판매지수 576 | 독자 서평(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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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친숙한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원형을 살린 본디 모습 그대로 재현한 그림책입니다. 어머니를 잃은 오누이가 호랑이에게 쫓겨 하늘로 올라가 해와 달이 된 사연을 전합니다. 어머니와 젖먹이 막내 동생이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대목을 살렸지만, 구성진 글과 절제된 그림은 잔혹함 대신 옛이야기의 힘을 느끼게 합니다.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의 정적인 분위기와, 인물의 대립이 자아내는 긴박감을 동시에 표현한 목판화 느낌의 그림이 돋보입니다.
김성민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습니다. 주로 목판과 실크스크린을 이용하여 우리 옛이야기의 세계를 깊이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여우누이』가 있고, 그린 책으로 『꽁지 닷 발 주둥이 닷 발』『팥죽할멈과 호랑이』『좁쌀 한 톨로 장가 든 총각』『염소 사또』『토끼전』『난쟁이 왕국의 사냥터』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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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의 옛이야기, 제대로 되살린 그림책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음직한 친숙한 구절입니다. 마치 속담처럼 회자되는 이 구절은 바로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나오는 못된 호랑이가 하는 말이지요.
많고 많은 옛이야기 중에서도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국민 옛이야기’라 할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만큼, ‘전래동화’라는 이름으로 수없이 옮겨졌고 ‘그림책’으로도 여러 권이 나와 있지요.
그런데 그 ‘재화된’ 이야기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본연의 모습이 많이 훼손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대목이나 오누이가 호랑이에게서 벗어나는 대목은 가슴 졸이게 하는 반복 구조가 사라진 채 짧게 압축되어 있기도 하고, 호랑이가 젖먹이 아기를 잡아먹는 대목은 아예 빠져 있기도 하지요.
하지만 옛이야기의 화소들은 쉽게 줄이거나 버려도 좋을 만한 것들이 아닙니다. 옛이야기는 사람들의 기억에 의존해 전승되어 온 입말문학인 까닭에 간추려질 대로 간추려져, 번거로운 치장이나 수사는 제거되고 의미 있는 화소들만 남아 전해지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어린이용’이라 해서 함부로 훼손하거나 변형시킬 일이 아닙니다.
그림책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옛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본디의 모습 그대로, 입말문학으로서 옛이야기의 특성을 고스란히 살려서 제대로 재현하고자 한 작품입니다. 그리하여 ‘국민 옛이야기’로서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정본 그림책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옛이야기 그대로

깊은 산골, 한 아주머니가 산 너머 부잣집에 품을 팔아 얻은 떡 함지를 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호랑이가 나타납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호랑이는 처음에는 떡 하나만 달라더니, 고개를 넘을 때마다 길을 막고 팔을 달라, 다리를 달라 강도질을 하지요. 그러다가 급기야는 아주머니를 홀랑 잡아먹고 아이들만 남아 있는 집으로 갑니다.
“얘들아, 얘들아, 엄마 왔다. 문 열어라!” “아냐, 아냐. 우리 엄마 목소리가 아니야.” 집을 보던 오누이가 용케 속지 않고 목소리며 손의 촉감을 의심하지만, 호랑이는 그때마다 “찬바람을 쐬고 와서 목이 쉬어 그렇다”는 둥 “떡방아를 찧느라 떡 반죽이 말라붙어 그렇다”는 둥 능청스레 둘러댑니다.
마침내 방 안으로 들어선 호랑이는 가장 어린 젖먹이부터 냉큼 잡아먹어 버리고, 그제야 정체를 알아차린 오누이와 호랑이 사이에 아슬아슬한 대결이 펼쳐집니다. “엄마, 엄마. 똥 마려워. 뒷간에 갈래.” 기지를 내어 방을 빠져나온 오누이는 우물가 큰 나무 위로 올라가고, 우물에 비친 오누이를 발견한 호랑이는 우물에 대고 어서 나오라 소리칩니다. 그 꼴을 보고 웃는 바람에 들키고 만 오누이, 어떻게 올라갔느냐는 호랑이의 물음에 손에 발에 참기름을 바르고 올라왔다 둘러대지만, 정작 손에 발에 참기름을 바르고 쭈르르르 미끄러지는 호랑이를 보고는 다시 웃음보가 터집니다. “아유, 우스워라. 도끼로 콕콕 찍으며 올라오면 될 텐데.”
요령을 안 호랑이는 점점 가까이 쫓아 올라오고, 이제 오누이에게 믿을 것은 하늘뿐이지요. “하늘님, 하늘님. 우리를 살리려면 새 동아줄을 내려 주시고, 우리를 죽이려면 썩은 동아줄을 내려 주세요.” 불쌍한 오누이에게 하늘은 새 동아줄을 내려줍니다. 다음은 호랑이 차례, “하늘님, 하늘님. 나를 살리려면 새 동아줄을 내려 주시고, 나를 죽이려면 썩은 동아줄을 내려 주시오.”
포악하고 간교한 자에게 하늘이 무엇을 내렸는지는 더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썩은 동아줄을 잡고 오누이를 쫓아 올라가던 호랑이는 천길 아래로 곤두박질쳐 수숫대 삐죽삐죽한 그루터기에 찔려 죽고 맙니다. 오누이는? 해가 되고 달이 되었다지요.

옛이야기답게 간결하고도 구성지게

슬프면서 이따금 우습기도 하고, 무서우면서도 결국은 통쾌하지만, 아련한 여운이 남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말로 들을 때는 그렇지 않지만 글과 그림으로 옮겨 놓으면 자칫 엽기적인 잔혹담이 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호랑이가 아주머니를 팔 하나씩 다리 하나씩 떼어 먹고 결국은 홀랑 잡아먹는다거나, 갓난아기를 잡아먹는다는 대목들이 그렇지요. 앞서 말했듯이 ‘전래동화’로, 그림책으로 재화된 많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들이 그 원형을 지켜내지 못했던 것도 대부분은 그러한 까닭일 겁니다.
하지만 이 묘한 이야기를 작가는 솜씨 좋은 이야기꾼의 입담처럼 간결하고도 구성지게 풀어 나갑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옜다, 떡 하나!” “팔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옜다, 팔 하나!” …… “엄마, 엄마. 똥 마려워. 뒷간에 갈래.” “똥 마려우면 그냥 방에다 누어라.” “방에 구린내가 나면 어쩌려 그러우?” “그럼 그냥 툇마루에 누어라.” “엉덩이로 깔고 앉으면 어쩌려 그러우?” “그럼 그냥 마당에다 누어라.” …… 장단을 맞추며 빠르게 주고받는 간결한 입말체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점점 고조되는 긴장감에 어느새 숨을 죽여 가며 다음 장을 펼치게 되지요.
바로 입말문학으로서 옛이야기다운 서술의 힘입니다. 멈춰 서서 광경을 상세히 묘사하거나 감정을 절절히 표현하는 일 없이 사건 중심으로 성큼성큼 밀고 나아가는 간결한 전개, 듣는 이의 마음속에 감정의 층을 차곡차곡 쌓아가게 하는 리드미컬한 반복과 점층, 그리고 사이사이 웃음을 자아내어 긴장을 풀고 다음 대목에 귀를 기울이게 하는 능청맞은 골계까지, 작가는 옛이야기의 문법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그림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섬세한 나뭇결과 간결한 색채로 분위기를 살린 목판화 기법의 배경과, 그 안에서 움직이는 먹먹한 표정의 캐릭터들, 그리고 독자와 등장인물 간의 눈높이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앵글을 구사한 화면들은, 독자로 하여금 연극무대에서 펼쳐지는 한편의 옛이야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독자에게 등장인물의 감정이나 상황의 잔혹함을 들이대지 않고, 사건의 힘으로 줄거리를 밀고 나가도록 고려한 연출이요, 이야기를 옛이야기답게 즐길 수 있도록 계산한 연출이지요.
이렇게 함으로써 작가는 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매력을 그림책 『해와 달이 된 오누이』로 고스란히 재화해 내고자 한 것입니다.

엄혹한 현실을 견디게 하는 힘, 희망을 담아서

그렇다면, 대대손손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를 이어 온 옛사람들이 이 묘한 이야기에 담아 전하려 했던, 또 이 그림책이 이어받아 오늘의 어린이들에게 전해 주려는 속뜻은 무엇일까요? 그것이 무엇이기에 이 이야기는 그처럼 잔혹한 화소들을 끌어안아 온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엄혹한 현실을 견디게 하는 힘 - 희망일 겁니다.
이야기 속에서 아주머니와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전하고 듣고 이어 온 뭇 백성들,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어 글문학이 아닌 말문학으로 삶의 애환을 달래 온 작고 약한 이들의 표상이요, 호랑이는 예나 지금이나 약자 위에 군림하며 그들을 괴롭히고 그들의 것을 빼앗아 자기 배를 불리는 권력의 상징일 테지요. 그렇다면 호랑이가 아주머니를 야금야금 잡아먹고, 아무 힘도 없는 갓난아기를 잡아먹고, 오누이를 마저 잡아먹으려 달려드는 상황은 바로 힘의 논리가 횡행하는 엄혹한 현실의 은유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엄혹한 현실을 말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하늘로 하여금 현실의 승자인 호랑이에게 썩은 동아줄을 내리게 하여, 그에게 천길 아래로 곤두박질쳐 수숫대 뾰족한 그루터기에 찔려 죽는 벌을 내립니다. 현실의 패자인 오누이에게는 새 동아줄을 내리게 하여, 영원히 세상의 낮과 밤을 비추는 해와 달이 되게 하지요. 그리하여 선한 약자를 축복하고 악한 강자를 징치하는 희망 세상을 꿈꾸게 하는 것입니다.
수숫대 그루터기가 빨간 한까지, 하늘에 해와 달이 더 있는 한까지, 다시 말하면 영원토록 말이지요.
옛날 어느 산골에 한 아주머니가 살았는데
집이 가난해서 남의 집에 품을 팔아 먹고살았어.
젖먹이랑 어린 오누이가 있었는데
품 팔러 갈 적에는 집에다 두고 갔지.

하루는 몇 고개 넘어 부잣집에 가서 방아품을 팔아
떡을 얻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한 고개를 넘어가니 호랑이가 떡하니 길을 막고 서 있더래.
“아주머니, 아주머니,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옜다, 떡 하나!”
“아주머니, 아주머니, 또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옜다, 또 하나!”
그렇게 떡을 한 개 주고 두 개 주고 다 줘 버렸지.

또 한 고개를 넘어가니 호랑이가 또 길을 막고 서 있어.
“아주머니, 아주머니, 팔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옜다, 팔 하나!”
“아주머니, 아주머니, 또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옜다, 또 하나!”
그렇게 팔을 한 개 주고 두 개 주고 다 줘 버렸지.
(본문 6~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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