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어린이 책 마을 05

옛이야기 세상 이야기

서정오 지음 | 열린어린이
옛이야기 세상 이야기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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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정보
발행일 : 2010년 06월 20일 | 페이지 : 208쪽 | 크기 : 14.5 x 21cm
ISBN_13 : 978-89-90396-94-5 | KDC : 810
독자 평점
전문가 평점 | 판매지수 700 | 독자 서평(1)
“옛이야기 한 자락 들어볼 텐가. 옛날 옛적에…….” 구수한 옛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웃고 울며 이야기를 듣던 사람이 번뜩 놀랍니다. “듣고 보니 바로 우리 이야기로군 그래.” 『옛이야기 세상 이야기』는 옛이야기를 말머리 삼아 요새 세상 이야기를 풀어 놓은 책입니다. 옛이야기를 되살리고 다시쓰는 일에 힘써온 서정오 선생님이 옛이야기를 맛깔스럽게 들려준 뒤에, 그를 바탕으로 여러 생각도 해 보고, 오늘날 우리 사는 세상 모습도 돌아본 것입니다.

옛사람들은 대놓고 하기 어려운 말, 오랜 세월 동안 가슴에 맺힌 말, 곰곰이 삭여 보아야 알 만한 말들을 옛이야기에 고이 담아 오늘에 전했습니다. 이렇게 강물처럼 흘러 우리에게 닿은 옛이야기가 사회 전반에서 느꼈던 목마름을 시원하게 채워 줍니다. 옛사람의 말을 오늘에 전하는 파발꾼 구실을 톡톡히 할 책입니다.
서정오
1955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안동과 대구에서 교육대학을 다닌 후, 오랫동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1984년『이 땅의 어린이 문학』에 소년소설을 발표하면서 동화와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특히 옛이야기를 다시 쓰고 들려주는 일에 애쓰고 있습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한국글쓰기연구회, 한국어린이문학협의회 회원이며 대구에서 ‘옛이야기연구회’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옛이야기 보따리’ 시리즈(모두 10권)와 ‘철따라 들려주는 옛이야기’ 시리즈(모두 4권), 『교과서 옛이야기 살펴보기』『옛이야기 세상 이야기』『옛이야기 들려주기』『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옛이야기1,2』『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신화』『언청이 순이』『꼭 가요 꼬끼오』 『일곱 가지 밤』 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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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처럼 흘러 우리에게 닿은 옛이야기,
그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를 만나다

『옛이야기 세상 이야기』는 옛이야기를 되살리고 다시쓰는 일에 힘써온 서정오 선생님이 옛이야기를 말머리 삼아 요새 세상 이야기를 풀어 놓은 책입니다. 옛이야기 하나를 내놓고 그것을 맛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도 해 보고, 오늘날 우리 사는 세상 모습도 돌아본 것입니다.

글은 세 개의 커다란 주제로 나누어 담았습니다. 첫째 마당 ‘행복한 상상 속으로’에는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옛사람들의 생각을 살펴보았습니다. 상상력의 풀무질로 다듬어진 유쾌하면서도 속 깊은 생각들입니다. 둘째 마당 ‘세상살이 엿보기’에는 옛이야기를 빌려 오늘날 현실을 살펴보았습니다. 옛이야기의 불빛으로 비춰 본 오늘의 모습입니다. 셋째 마당 ‘이야기와 이야기’에서는 옛이야기를 이모저모 살피고 따져 보았습니다. 그 속에는 요새 세상 모습을 살피고 따져 보는 대목도 들어 있습니다.

무릎을 대고 곁에서 두런두런 들려주는 옛이야기의 특성에 맞게 글은 수수하고 편안하게 써 내려갔습니다. 저잣거리에서 오가는 사람 붙들고 언죽번죽 늘어놓는 말처럼 격식을 갖춘 글은 아니지만, 그 속에는 대놓고 하기 어려운 말, 오랜 세월 동안 가슴에 맺힌 말, 곰곰이 삭여 보아야 알 만한 말이 숨어 있습니다. 부디 『옛이야기 세상 이야기』가 옛날과 오늘날을 잇는 징검다리로서, 옛사람의 말을 오늘에 전하는 파발꾼으로서의 구실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책머리에 옛이야기에서 오늘 우리 모습 발견하기

첫째 마당 행복한 상상 속으로
옹기장수 송사 풀기 - 가진 이의 너그러움, 얼어붙은 세상을 녹인다
장모 된 며느리와 사위 된 시아버지 - 옛이야기, 관습을 비웃고 사람 편에 서다
송아지 장수 원님 - 온정주의의 두 얼굴
양반 업은 값 - 풍자와 해학,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겻불
힘자랑하러 나선 장사 - 강자의 오만 또는 겸손
진도깨비와 언 시래기 - 귀한 것과 하찮은 것
호랑이 눈썹 덕에 장가간 총각 - 나는 어떤 짐승에 가까울까?
세상에서 가장 예쁜 것 - 어머니, 아무리 불러도 싫증 나지 않는 이름
새끼 서 발 - 꿈꾸기, 또는 오르지 못할 나무 쳐다보기

둘째 마당 세상살이 엿보기
고리장이가 무슨 염불? - 저승길도 같이 가라는데
시아버지가 만든 효부 - 윽박지르기와 이끌어 주기
삼백 냥의 속임수 - 권력은 어떻게 백성들을 속이는가?
문자 쓰는 사위 - 소통하는 말, 억압하는 말
도사와 한량 - 돈, 권력 또는 명예의 속성
떡나무와 꿀강아지 - 속이는 세상, 속는 사람
돈귀신 이야기 - 옛이야기, 배금주의를 경계하다
범 재판, 매 재판 - 아이들에게 물어볼 수 있다면
굴속에 들어간 아기장수 - 백성들은 왜 영웅을 기다리는가?

셋째 마당 이야기와 이야기
동자삼 이야기 - 눈높이와 선 자리
누이방죽 이야기 - 편견과 차별에 맞서는 길
피죽 십 년에 부자 되기 - 옛이야기, 희망을 말한다
처녀귀신과 밴댕이선비 - 귀신 이야기와 현실, 또는 귀신을 보는 눈
이여송과 초립둥이 - 외세의 본질을 꿰뚫는 백성들의 눈
손님 막는 비방 - 여성에게 지운 짐, 아직도 무겁다
시골 도둑과 서울 도둑 - 염치를 잃어버린 세상
임자 없는 금덩이 - 권선징악이 웃음거리라고?
상자 속의 눈 - 무서운 이야기, 무서운 세상
“내 알아듣게 말을 하지. 자네가 나를 업어다가 이 개울을 건네주기만 하면 그 삯으로 돈을 주겠다, 이 말일세.”
“진즉 그렇게 말씀을 하시지요. 그래, 얼마를 주실 작정입니까?”
“엽전 반 푼이면 족하겠지마는 돈을 쪼갤 수 없는 노릇이니 내 큰맘 먹고 한 푼 줌세.”
이 인색한 양반, 제 집 돈궤에 돈이 썩어 나는 치레로 보면 한두 냥쯤 거저 준대도 탈 날 일 없으련만, 달랑 한 푼만 주면서 무슨 큰 선심이나 쓰듯이 반 푼이면 족하다느니 큰맘 먹었다느니 하는 건 또 무슨 수작이냐. 아니꼽고 더러워서 침이나 퉤퉤 뱉고 돌아설 만도 하다마는, 봉이 김선달은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쓰다 달다 말 한마디 없이 그 웃기는 양반을 들쳐 업었네그려.
들쳐 업고 가긴 간다마는 그 걸음이 온전할까. 아니나 달라, 개울 한복판에 이르러 김선달이 걸음을 딱 멈추고서 슬슬 수작을 내놓는구나.
“샌님, 안됐지만 여기서 내리셔야겠습니다.”
어허, 이런 낭패가 있나. 벌건 흙탕물이 그득한 개울 한복판에서 잘 차려입은 양반더러 다짜고짜 내리라니 이게 무슨 뜬금없는 소리냐. 등에 업힌 양반 얼굴이 그만 하얗게 질린다.
“아니, 이 사람아. 여기서 내리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
“지금 제 발밑에 큰잉어가 한 마리 깔렸습니다. 이놈을 잡으려면 손을 써야 할 것인데, 사람을 업고서야 어찌 손을 쓰겠습니까?”
“아니, 그까짓 잉어가 무슨 대수야? 응당 사람부터 건네야 할 것 아닌가?”
“아니지요. 등에 업은 샌님은 한 푼짜리지만 발밑에 깔린 잉어는 줄잡아도 닷 냥짜리니 잉어가 대수지요.”
이러니 몸이 달고 속이 타는 건 양반 쪽이지.
“이 사람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기서 내리라는 게 말이나 되나? 여기서 내리면 옷 젖는 건 둘째 치고 자칫하면 흙탕물에 휩쓸려 황천 가게 생겼단 말일세.”
“그거야 소인이 알 바 아니지요. 소인은 그저 돈 벌려고 하는 일인데, 한 푼짜리 사람을 건네려고 어찌 닷 냥짜리 잉어를 놓치겠습니까? 생각 좀 해 보십시오.”
이쯤 되면 제아무리 인색한 노랑이라도 흥정을 안 할 도리가 없으렷다.
“그래, 그래. 알았네. 내 돈을 더 낼 터이니 어서 가세.”
“얼마를 더 내시겠습니까?”
“두, 두 푼 냄세.”
“어허, 샌님도 셈을 할 줄 안다면야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래, 두 푼을 보고 닷 냥을 버리란 말씀입니까?”
“알았네, 알았어. 내 닷 푼 냄세.”
“닷 푼이라니요? 말귀를 그렇게나 못 알아들으십니까? 그렇게는 안 됩니다.”
“그, 그러면 내 큰맘 먹고 하, 한 냥 냄세. 그러니 딴말 말고 어서 가세.”
“안 되지요. 한 냥을 받아도 엄청 손해 보는 겁니다.”
“아이고, 여보게. 그러지 말고 나 좀 살려 주게. 내 석 냥, 석 냥 낼 터이니 그놈의 잉얼랑 잊어버리고 제발 가세나. 내 이렇게 비네.”
봉이 김선달이 그제야 못 이기는 체하고 발걸음을 옮기면서,
“어허, 오늘 참 손해가 많은걸. 닷 냥짜리 잉어를 놓아주고 석 냥짜리 사람을 업고 가니 이런 오그랑장사가 또 어디에 있나.”
하더라는 이야기.

(본문 34~36쪽)

양반은 처음부터 신분과 재물을 무기 삼아 매우 불편한 거래를 텄다. 사람을 업어 건네는 노동력의 대가로 돈 한 푼이 정당한가를 따지기에 앞서, 멸시와 거드름으로 남의 인격과 자존심을 짓밟은 것은 용서하기 어렵다. 이 횡포에 대응하는 길은 두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정면으로 맞서 싸우며 넘어가는 길이요, 다른 하나는 슬쩍 비껴서 에돌아가는 길이다. 김선달은 물론 뒤의 길을 택했고, 보기 좋게 뜻한 바를 이루었다. 애당초 거래를 튼 쪽은 양반이었으니, 김선달이 잉어를 핑계 삼아 도리어 가당찮은 돈을 우려내도 양반으로서는 할 말이 별로 없게 됐다. 양반이 제 꾀에 제가 속아 넘어간 꼴이다. 이것이 풍자의 묘미다.

양반 처지에서는 억울하고 분하지만 대놓고 상대를 몰아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말‘제대로’당한 것이다. 속으로 뭔가 떨떠름하고 괘씸하지만 너털웃음 또는 쓴웃음 한 번으로 패배를 자인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정면 싸움에 견주어 생채기는 크지 않지만 받아칠 방법이 마땅찮은, 이것이 바로 풍자의 효과이다.

옛날 사람들은 이러한 풍자에 호탕한 웃음으로 버무린 해학을 곁들여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고 퍼뜨리며 스스로 아픔을 달래고 위안을 얻었다. 김선달형 이야기가 온 백성들에게 사랑 받으며 끈질긴 전승력을 지니게 된 까닭은 이러하다.

풍자와 해학은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불과 같다. 불은 불이되 겻불이다. 한꺼번에 화르르 타오르지 않고 은근히 온기를 내며 사람의 마음을 녹인다. 불을 피운 사람의 마음은 물론, 건너편에 있는 상대의 마음까지 녹인다. 그 서슬 퍼렇던 왕조시대의 권력자들도 백성들의 풍자와 해학이 녹아든 이야기와 노래와 춤만은 너그러이 용납한 점이 이를 증명한다. 풍자의 칼날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그 은근한 겻불마저 짓밟을 수는 없었을 게다. 이래저래 넉넉한 인심이 더욱 그리워지는 봄날이다.
(본문 38~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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