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1318 문고 66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

황선미 장편소설 | 사계절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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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정보
발행일 : 2010년 12월 24일 | 페이지 : 184쪽 | 크기 : 14.7 x 22.5cm
ISBN_13 : 978-89-5828-520-5 | KDC : 8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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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평점 | 판매지수 500 | 독자 서평(0)
교과관련
5학년 사회 2학기 10월 2. 새로운 문물의 수용과 자주독립 1. 외세의 침략과 조선의 개항
6학년 사회 1학기 공통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시
소박함과 예리함이 조화롭다
내 맘처럼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잘 알려진 황선미 작가의 첫 청소년 장편 소설입니다. 가족들과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주인공 연재는 하루하루가 참 힘겹습니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싶어도 자신의 사정 때문인지 그 마음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연재네 가족은 함께 살 집도 없어 ‘객사리’에 있는 외삼촌 집에 더부살이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연재의 모습도 겉과 속이 하나둘 바뀌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바뀌는 자신의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만은 않는 연재. 그렇지만 자신이 처한 환경에 하나하나 적응해 나가며 꿋꿋이 살아갑니다. 가지고 있던 초가집마저도 새마을 운동 바람에 태워버리고,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꺽다리 집뿐입니다. 바람과 함께 살아가는 그 꺽다리 집에서 연재네 가족의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어릴 적, 작가의 삶이 반영된 이야기는 책을 읽는 내내 우리의 마음을 울립니다. 먹을 것이 변변치 않았던 그 시절, 제대로 된 잠잘 곳을 구하는 것조차 어려웠던 그 시절은 이미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로만 생각됩니다. 하지만 고작 30년 전, 우리 대한민국의 모습입니다. 이렇게 과거 어려웠던 시절의 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현재의 생활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가족 간의 든든한 정을 통해 그 의미를 다시금 새기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현재, 우리 주변에 연재네 가족과 같은 이웃은 없는지 주위를 한 번 더 둘러보는 기회를 마련해 줍니다. 책장을 덮고 난 뒤, 여운이 가득 남는 작품입니다.
황선미
1963년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습니다. 단편 「구슬아, 구슬아」로 『아동문학평론』 신인 문학상을, 중편 「마음에 심는 꽃」으로 농민문학상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지은 책으로 『나쁜 어린이표』『초대받은 아이들』『일기 감추는 날』『마당을 나온 암탉』『까치 우는 아침』『처음 가진 열쇠』『도둑님 발자국』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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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작가 황선미의 첫 청소년소설

2000년에 출간된 황선미의『마당을 나온 암탉』은 1990년 이후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어린이문학의 결정체(結晶體)였다. 뛰어난 문학성을 바탕에 둔 새로운 시도는 독자들과 평단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90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지금껏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연극과 뮤지컬, 국악 공연에 이어 장편애니메이션이 내년 상반기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는 ‘One Source Multi Use’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도 꼽힌다. 작가 황선미는 최근의 한 조사에서 편집자들이 뽑은 “우리 시대 최고의 어린이책 이야기꾼”으로 선정되는 등 1995년 등단 이후 15년이 넘도록 어린이책 분야의 최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그가 처음 발표하는 청소년소설『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은『마당을 나온 암탉』의 원체험이 되는 작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으로, “작가의 유년시절 요람은 작품의 색깔을 지배하고 나는 언제나 여기에 속한 아이일 수밖에 없다.”(「작가의 말」)고 스스로 밝히듯이 그가 지금껏 써온 모든 이야기의 원천이 되어준 유년기의 선명한 기억을 작가 특유의 세밀한 문체와 서정적 내면 묘사로 길어 올린 소설이다. 작가는 본사와의 인터뷰에서 첫 청소년소설이라는 것에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하지는 않지만, 작가로서 15년 지내오다가 ‘처음’이라는 말에 다시금 귀 기울이게 되었다고 밝혔다. 잘 걸어가고 있었는데 문득 서야 할 것 같고, 뒤돌아봐야 할 것 같은 기분, 그 기분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쓴 작품이라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의 광풍에 무너진 집과 가족 이야기

1970년대 중반, 경기도 평택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은 열한 살 소녀의 눈에 비친 야만적인 시대상과 그 시대를 헤쳐 나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연재는 엄마가 외삼촌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넉넉하던 고향 생활을 청산하고 미군 부대가 가까이 있는 평택 객사리 단칸방에 살게 된다. 날마다 생선을 떼다 행상을 나가는 엄마와 전국을 돌며 막일을 하느라 한 달에 한번 집에 오는 아버지, 잘생기고 공부 잘하는 오빠와 밑으로 여동생 셋이 있는 연재는 어린 나이지만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큰딸이다. 그런 연재네가 형편이 더 어려워져 외숙모네 방 하나를 얻어 살게 된다. 하지만 알고 보면 외숙모네도 세 들어 사는 형편이고, 동갑내기 외사촌 재순이는 안마당 꽃밭을 자기 마당이라고 하면서 얼씬도 못하게 하는 등 연재를 따돌리고 모욕감을 준다.
때는 바야흐로 새마을운동이 전국 각지에서 불붙듯이 일어나던 시기로, 연재네 동네도 예외는 아니다. 연재는 새마을운동 실천이라는 리본을 만들어 가고, ‘마을 길 넓히기, 화투 없애기, 지게 없애기, 초가지붕 없애기’라는 주제로 새마을운동 포스터도 그려간다.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오빠의 도움을 받아 숙제를 해가는 연재가 있는가 하면 방석집 미경이는 뭘 하라는 건지 몰라 숙제를 못해 가 선생님에게 맞기도 한다.
연재네 오빠는 새마을운동 웅변대회에서 군수님 상을 받는다. 하지만 “노래기가 줄줄 내려오고 비도 새는 집을 번듯한 집으로 바꿔 주겠다니 집주인보다 친척보다 더 좋은 사람임에 분명하다고” 믿은 나랏일 하는 사람들은 어느 날 거리를 온통 불바다로 만들고, 초가지붕을 뜯어내 태워 버린다. 연재는 하굣길에 자기네 집이 그렇게 무너져 내린 걸 보고, “외갓집을 좋아한 것도 아까워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비 오면 비를 피하고, 식구들의 물건을 들여놓고, 추운 밤에 다 같이 잠드는 집이 없어져 버린” 사실에 분노한다.
한순간에 풀이 억세게 자랐던 지붕도 노래기가 줄줄 내려오던 흙벽도 깡그리 무너져버리고, 주변 친구들 집은 다 그대로인데 그 사이에 있던 초가집만 부서져 버렸다. 결국 외삼촌이 철물점 처마에 잇대어서 판잣집 하나, 똘이네 처마에 잇대어서도 판잣집 하나를 뚝딱뚝딱 만들어 연재네와 재순네는 임시 거처를 얻지만 오히려 집이 더 춥다.

꺽다리 집에는 늘 찬바람이 고여 있다. 서늘한 거인이라도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낮이고 밤이고 따뜻한 적이 없어서 도무지 집 같지가 않다. 밤에만 특별히 비싼 연탄을 피우는데도 열이 판자 사이로 빠져나가는지, 가족이 꼭꼭 붙어서 온기를 나누며 잠을 청해야 할 지경이다. (104~105쪽)

그래서 오빠는 친구네 집에서 친구한테 공부를 가르쳐주면서 함께 자고, 연재와 연경이는 또 다른 집으로 자러 가야 한다. 낮에 흩어졌다가도 밤이면 한집에서 모여 자는 게 가족인데 연재네 식구에게는 그것마저도 허용되지 않는다. 어두운 밤, 각자 잘 곳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면서 연재는 이렇게 되뇌인다.

조국 근대화를 이룩하려면 초가지붕을 개량해야 한다던 높은 분들. 조국 근대화란 도대체 뭘까. 이렇게 추운 밤에 잠자리에서 쫓겨난 우리한테는 조국 근대화보다 썩은 초가지붕이 더 필요한데. (156쪽)

당신 집의 뿌리는 단단합니까?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은 어느 날 갑자기 집을 잃어버린 한 가족이 ‘매서운 바람’과 벌이는 사투이자 그로 인해 가족의 깊은 유대감이 무너져 버리는, 집에 관한 이야기다.
목수인 외삼촌이 반나절 만에 완성한 꺽다리 집은 위태롭기 짝이 없다. 도랑 때문에 각목을 여기저기 받쳐서 바닥을 만들고, 그래서 나무 계단을 몇 개 올라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집은 키만 껑충하니 큰 게 공중에 떠 있는 것 같다. 발음마저도 불안정하고 위태롭게 들리는 ‘꺽다리 집’은 연재네 가족이 처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집요하게 스며드는 바람 때문에 온 가족이 웅크린 채 불안한 꿈을 꾸며 뒤척이는 집. 천막을 친친 감아 댄 몸뚱이를 떠받치기에는 너무 가느다란 각목, 그래서 위태로워 보이는 꺽다리 집”은 예전의 상냥하던 엄마의 모습도, 마을 잔칫날이면 맨 앞에서 꽹과리 치고, 노래 잘 부르던 아버지의 존재도 무력하게 만들며 가족의 뿌리마저 흔들어 놓는다.
사실 객사리 외가로 들어가면서부터 연재네 가족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돌아올 줄 모르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것도 그렇고, 오빠마저 남의 집 양자로 가게 될까 봐 두려워 연재는 불안하기만 하다.
연재에게 고향 집은 이제 기억에서도 가물가물하고, 모든 것이 여기랑 달랐다는 어렴풋한 인상만 남아 있다. 연재 역시 더 이상 공단조끼에 토끼털을 두른 귀한 집 아이가 아니라 검은 고무신에 상고머리를 한, 욕도 잘하는 객사리 여자애일 뿐이다.
연재는 미군이 던진 초콜릿을 주워 먹으며, 미군 쓰레기장에서 뭔가를 찾아내며 객사리 여자애들과 똑같이 타락함으로써 그들과 어울리고 싶은 욕망과 한편으로는 그 애들을 뼛속 깊이 무시하며 지낸다. 연재가 유일하게 마음을 연 사람은 외가의 실질적 집 주인 강병직이다. 대학생 병직이 삼촌은 새마을운동의 광풍이 부는 마을을 “굶주린 들개들”이 사는 동네라고 비유하며 누구든 잡아먹든지, 잡아먹히든지 할 거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한다. 연재에겐 너무나 비밀스러운 존재였던 병직은 결국 쫓기는 신세가 되지만, 연재에게 “세상 모든 것이 다 들어 있다”며 사전을 선물하기도 하고, 나중에 연재에게 책가방을 보내 주기도 하는 고마운 사람이다.
판잣집에 스며드는 혹독한 추위로 아버지 얼굴에 마비가 오자, 아버지는 아예 “방구석에 부려진 덩어리”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집이 공중에 떠 있다 해서 가족의 뿌리가 뽑히는 것은 아니다. 연재와 오빠 연후는 아버지를 위해 벼락 맞은 대추나무 가지를 구하려고 온 동네를 돌아다니고, 결국엔 자신과 그토록 불화했던 재순이를 비롯한 객사리 마을 아이들이 마치 자신의 일인 양 하나같이 벼락 맞은 대추나무 가지를 구하러 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 연재에게 은근한 관심을 보이며 친절을 베풀던 오빠 친구 태일이의 도움으로 아버지는 치료를 받게 되고, 오빠를 양자 보내라고 했던 숙이네도 연재네 가족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넨다. 결국 연재네는 꺽다리 집을 버리고 숙이네로 잠자리를 옮긴다. 비록 집은 사라질지언정 가족의 뿌리는 고스란히 가져가면서.
요즘 사람들은 커다란 집에, 각자의 방을 갖고 있지만 다 가져도 혼자인 것처럼 외롭고, 집에 돌아와도 각자의 섬에 갇혀 지낼 뿐이다. 작가는 방 한 칸에 온 식구가 살을 부비며 한 이불을 덮고 잘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지, 집이란 무엇인지, 또 이웃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무엇인지 그 의미를 되새겨보게 한다.

따듯한 위로처럼, 이제 괜찮다는 용서처럼 조용히 다독인다

사람들이 앉은뱅이라고 놀리던 고향 집 이웃 여자에 관한 기억은 비현실적인 상상처럼 연재의 무의식에 강하게 자리 잡는다. 연재는 고향 집이 어둠 저 너머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곳처럼 불안하게 느껴질 때면 이 꿈을 꾼다.

색을 더 입혀야 돼. 그래야 곱지. 여자가 빙긋 웃으며 채반을 그늘 쪽으로 밀었다. 채반에 깔린 색색의 은행들을 만질 수 없는 게 나는 안타까웠다. 무명천 위의 노랑, 초록, 보라, 연분홍색 은행들. 저렇게 고운 색이 어디서 났을까.
말려서 색색으로 줄게. 여자가 토끼를 안아 올리며 말했다. 내일 와.
가슴에 포옥 안기는 토끼가 꼭 아기 같다. 실로 짠 조끼를 입은 토끼. 작은 네 발에 덧버선까지 신겨져 있다.(9쪽)

비가 세차게 퍼붓던 날, 집이 떠내려갈까 싶어 빗속을 뚫고 달려온 연재는 판잣집 밑에 쌓아 둔 엄마의 액자들이 온통 흙탕물을 뒤집어쓴 걸 보고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송두리째 깨져 버렸음”을 깨닫는다. 감기로 앓아누운 연재는 또다시 고향의 앉은뱅이 여자 꿈을 꾼다. 네 은행을 보여 달라는 여자의 말에 연재는 뽀얗기만 한 밋밋한 은행을 물들일 줄 모른다며, 언니 은행을 달라고 하다 꿈에서 깬다. 세 번째는 연재가 막내의 헌 기저귀로 인형을 만들고 색칠하면서 아이들과 자연스레 어울리게 되었을 때다. 이번엔 연재가 물들인 색색의 은행들이 손에서 넘쳐날 지경이다. 앉은뱅이 여자가 정상의 몸이 아닌 자신의 결핍을 채우고자 하는 열망과 노력을 토끼라는 다른 대상, 은행 알을 예쁘게 물들이는 행위를 통해 이뤄냈다면, 연재는 또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결핍을 채워 나간다. 온갖 멸시와 부당한 현실을 감내하면서 존재감 없이 떠돌던 연재는 소풍날 그린 그림으로 열두 가지색 사인펜을 상으로 받으면서, 아이들에게 인형 그려 달라는 부탁을 받으면서 자신이 가질 수 없었던 것들을 손에 쥐게 된 기분을 느낀다.
연재의 치열한 삶 속에는 늘 죽음도 함께 존재한다. 재순이 일행을 따라 미군 쓰레기장에 갔을 때, 연재는 인형을 찾아내 아이들의 관심을 사고 싶었지만 갓 태어난 아기의 시체를 발견한다. 또 자신이 비를 맞고 앓아누운 동안 무당집 딸 옥란이가 동네 공동 우물인 반달우물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를 소문처럼 전해 듣는다. 그리고 결국엔 자신이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기기도 한다. 과수원에서 사과나무 가지를 잡아당겨 말뚝에 고정시킨 철사들을 미처 보지 못하고 목을 에인 것이다. 연재는 사과 무더기가 썩어 가는 하치장에 쓰러져 죽을 것 같은 고통에 괴로워하다 문득 무언가와 눈이 마주친다.

굳은 듯 웅크려 있는, 너무나 아파 보이는 몸, 파리가 달라붙은 참 이상한 쓰레기. 믿을 수 없어 뚫어져라 보던 내 눈에 처연한 시선이 들어왔다. 숱한 파리들 가운데서 나를 보는 두 개의 까만 점은 틀림없이 눈동자였다. 그런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눈빛. 움직일 수 없는 몸에 눈빛은 아직 살아서 간절히 나를 보고 있었다. 나를 그렇게 보지 마. 그렇게 오래 빤히 보지 마. (140쪽)

사람이 쓰레기처럼 버려질 수도 있다는 것, 죽어 가는 사람도 수치심을 느낀다는 것, 그리고 자신이 어떻게 도와주지 못하는 미안함은 연재에게 자신의 존재를 자각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러한 엄혹한 삶의 체험은『마당을 나온 암탉』에서도 잎싹과 족제비의 엄숙하고 치열한 실존적 고통으로 표현된 바 있다.
“객사리의 유년기가 나 스스로를 믿지 못하게” 하고, “나를 조직하고 있는 것들은 불량하고 메말라서 사소한 충격에도 부스러지고 말 거라는” 작가의 불신은 “내 안에 너무 오래 숨어 있었던 가장 어리고 안타까운 존재”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면서 사라졌다. 이로써 작가는 어린 자신과 화해할 수 있게 되었다.
집을 잃음으로써 비루하고 남루하게 변해 버린 식구들의 모습과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부당한 현실은 연재를 더욱 강하게 단련시켰다. 결국 뭔가 부족하고 결핍이 있을 때 우리는 바랄 수 있고, 꿈꿀 수 있다. 연재네처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가족이 해체되는 크나큰 위기를 겪는 것이 단지 과거의 일일까. 오히려 과거는 현재를 구성하는 중요한 단초가 된다. 하다못해 몇 년 전에도 객사리 이웃마을 대추리 사람들이 미군기지 확장 문제로 삶의 터전을 잃었고, 현재 진행되는 4대강 개발 사업 등으로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삶의 기억을 잃게 될지 모른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유년의 기억을 통해 급속도로 행해지는 개발 논리 속에 점점 더 황폐해지는 우리의 삶과 그러기에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가족의 의미를 살펴보는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따듯한 위로와 용서가 되어줄 것이다.
1. 이사
2. 장마당
3. 내 오빠
4. 쓰레기 놀이
5. 불타는 거리에서
6. 꺽다리 집
7. 지각생의 소풍
8. 사과 무덤 향기
9. 바람손님
10. 벼락 맞은 대추나무는 어디에
11. 꺽다리 집은 바람에게
작가의 말
엄마가 몰래 운다는 걸 나는 안다. 엄마도 애들처럼 울 수 있다는 걸 안 뒤부터 나는 걱정이 늘었다. 엄마가 저번 밤처럼 외삼촌에게 대들다 또 맞는 일이 생길까 봐. 시간이 지나면 그 밤의 치욕스러움과 뼈가 아픈 슬픔이 없어질까. 애가 다섯이나 되는 어른도 애들처럼 울면서 따지고, 맞을 수 있다는 거. 하필이면 그게 내 엄마였다는 사실은 내가 당한 어떤 일보다 아프다. 아파서 가슴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
(본문 28쪽)

어떻게 소풍에 따라왔는지 오빠는 묻지 않았다. 나도 꾸러미에 마음을 뺏겨 입이 함박 벌어졌다. 혼자서만 도시락 가지고 소풍 간 오빠랑은 평생 말도 안 하리라 결심했건만. 12가지 색 사인펜, 그게 모든 걸 용서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너한테 그런 친구가 있어?”
“응, 있어. 그런 애.”
사인펜을 가슴에 꼭 안고 끄덕였다. 뭐든 끝까지 해봐야 하는 거구나. 사는 게 오늘만 같으면 참 좋겠다.
(본문 127쪽)

밖에서 천막이 연신 푸들대는 소리에 연미가 킥킥 웃었다. 웃음소리마저 황달에 걸린 듯 매가리가 없다. 엄마 아버지 얼굴에 그늘을 짙게 드리울 만큼 연미는 몹시 아프다. 좋다는 약을 다 먹이는데도.
“바람도 방귀를 뀌나 봐.”
“들여보내 달라고 아양 떠는 거야.”
“바람아, 그래 봤자야. 안 들여보낼 거니까. 그치, 언니?”
연미가 인형을 이불자락으로 덥여 토닥였다. 바느질도 엉성하고 예쁘지 않아도 연미는 그걸 손에서 놓지 않는다. 천이 부드럽고 솜이 채워져 말랑말랑하기 때문이다.
(본문 1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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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미술관 (전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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