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 그림책 9

좁쌀 반 됫박

김장성 글, 이윤희 그림 | 사계절
좁쌀 반 됫박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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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정보
발행일 : 2010년 12월 22일 | 페이지 : 40쪽 | 크기 : 26.2 x 25.8cm
ISBN_13 : 978-89-5828-525-0 | KDC : 813.8
독자 평점
전문가 평점 | 판매지수 700 | 독자 서평(0)
교과관련
5~6세, 언어 생활 공통 01월 듣기 동화·동요·동시를 들어요
1학년 국어 1학기 07월 6. 느낌이 솔솔
이보, 이리 가까이 와 앉으시게. 내가 아주아주 재미난 옛이야기 한 자락 풀어 놓을 참이거든. 거기 하는 일이 잘 안 돼 울상인 아저씨, 여자는 소나 키우라는 핀잔 듣는 아주머니, 허연 코 줄줄 흘리는 꼬맹이 친구들도 모두 환영일세. 이 얘기는 남녀노소 누구나한테나 활짝 열려 있단 말이시. 자, 다들 제자리 찾았는가? 자분자분 얘기할 테니 바투 앉게나.

예엣날 하고도 더 옛날에 지지리 복 없는 총각이 하나 살았거든. 얼마나 복이 없었냐 하면, 아궁이에 뜨끈하게 때는 나무를 팔려고 하면 한겨울에도 날이 포근해지고, 가볍게 나들이 갈 때 신기 좋은 짚신을 팔려고 하면 마른날에도 비가 쏟아지고 그래. 안 되는 놈은 뒤로 자빠져도 코가 깨진다는 말 있잖아. 이 총각이 딱 그 꼴이야. 그러니 살림이 어떻겠어. 장가도 못 가고 허덕허덕 겨우 사는 거지. 그러다 이 복 없는 총각이 무릎을 딱 쳐. 부처님한테 찾아가 복 좀 달라고 해야지 한 거야. 옛날엔 부처님이 세상 복을 관장한다고 여겼거든.

자, 이 정도 들으니 어렴풋이 얘기가 하나 떠오른다고? 하하, 맞아. 지지리 복 없어서 서천서역국 사는 부처님한테 복 달라고 한 이야기 「복 타러 간 총각」이야. 어허, 아는 얘기라고 엉덩이를 떼려는 거야? 같은 얘기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백 가지 얘기가 된다는 말은 못 들어봤나 보네. 고런 걸 바로 차별성이라고 하지. 제목도 『좁쌀 반 됫박』이라구. 같은 인절미라도 떡메로 더 치고 콩고물도 더 묻히면 맛깔스럽잖어. 작은 배려가 이야기 본연의 매력을 배가시킨다고나 할까.

흠흠, 일단 술술 흘러가는 이야기 줄기는 같아. 요 복 없는 총각이 부처님한테 떼라도 써 보려고 서천서역국으로 떠났잖어. 근데 서천서역국이란 데가 좀 멀어? 말동무 할 짚신이 몇 켤레나 닳아빠질 정도였다니까. 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들은 또 왜 그리 애달픈 사연 속에서 사는지 원. 몇 해째 외로이 지내는 아낙네, 신선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동자들, 천 년 동안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 총각은 이들 도움으로 서천서역국에 도착해. 부처님은 다리 한쪽을 척 올려놓고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 그 품새만 봐서는 금방이라도 총각한테 복을 한 아름 안겨 줄 것만 같아. 근데 부처님이 총각 얘길 듣곤, 복장부란 걸 펼치는 거야.

복장부 안에는 온 세상 사람들에게 주어진 복이 미주알고주알 용케도 다 적혀 있더래. 물론 총각 것도 있었지. 근데 총각 복이 어느 정도냐 하면 말이야. 두구두구두구두구~ 딱 좁쌀 반 됫박이야! 동아줄 잡고 하늘로 올라간 오누이의 복은 해님과 달님, 구렁덩덩 신선비는 셋째 딸과 결혼, 방귀쟁이 며느리는 엽전 삼만 냥인데, 요 총각은 달랑 좁쌀 반 됫박이란 말이시. 어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야. 총각이 애걸복걸 사정해도 부처님은 안 된대. 복이란 게 당신 것을 늘리려면 다른 사람 것을 줄여야 한다고 말이야. 좁쌀 반 됫박을 좁쌀 한 됫박, 혹은 쌀 반 됫박으로 고쳐 달라고 앙큼한 부탁도 했는데 역시 거절이지 뭐. 죽자 사자 서천서역국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가기는 뭐하잖아. 총각은 올 때 만난 아낙네, 동자들, 이무기가 청한 부탁을 부처님께 대신 전해. 이제까지 안 된다고 하던 부처님이 좔좔좔좔 대답을 하네그려. 돌아오는 길에 어찌 되었는지는 보지 않아도 알겠지? 들은 답을 고스란히 전했을 뿐인데 다들 원하던 바를 이루고, 마침내 총각도 멋지게 결혼에 골인해서 아주 잘살았다는 이야기.

악역 없는 얘기라 더 흡족해. 겨룸틀이 있으면 흥미야 따 놓은 당상이지만, 인물 간의 대립 없이도 이야기가 훨훨 펼쳐지는 걸 보니 참 신통방통이야. 엄밀히 말하면, 이 얘기의 겨룸틀은 사람과 인생사라 할 수 있지. 더 나은 삶을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사람vs매정하게도 냉랭하기만 한 현실. 근데 그 대결에서 등장인물이 선함을 잃지 않으니까 결국 복이 생겼잖아. 재미에다가 살면서 놓쳐서는 안 될 진리까지 묶어 내고 있어. 전개에 따라 입꼬리가 올라가는 등장인물 표정들도 꼭 들여다보도록! 이 정도면 고마운 콩고물이지? 이제는 네 차례야. 이야기 곳곳에 흩날리는 콩고물들 한데 모아서 꾹꾹 눌러 더 맛나게 먹으라구. 그리고 담에 맛 좋은 떡 있으면 나도 한 개 주고.

좁쌀 반 됫박밖에 없는 복을 조금이나마 늘려 볼 요량으로 서천서역국으로 떠난 총각 이야기입니다. 복이 없어도 너무 없던 총각이 부처님께 복을 타기 위해 가는 여정과 마침내 스스로 복을 얻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흐뭇하게 흘러갑니다. 원래 이 총각에게 주어진 복은 딱 좁쌀 반 됫박만큼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는 일마다 허탕이었지요. 나무장사를 하려고 나서면 한겨울에도 따뜻해지고, 짚신장사를 하려고 나서면 마른날에도 비가 쏟아지니, 정말 복이 없긴 없나 봅니다. 결국 총각은 부처님이 산다는 서천서역국으로 길을 떠납니다. 복을 내놓으라고 떼를 쓰려는 것입니다.

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들 역시 복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외로이 사는 아낙네, 신선이 되기를 기다리는 동자들, 용을 꿈꾸는 이무기까지……. 이들의 도움으로 복 없는 총각은 마침내 서천서역국에 도착해 부처님을 만납니다. “이대로는 살 수가 없으니 제게도 남들처럼 복을 좀 주십시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타고난 복이 그뿐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정말 ‘복장부’를 살펴보니, 총각에게는 좁쌀 반 됫박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통사정을 해도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총각은 오는 길에 만난 이들의 부탁을 청하고, 부처님을 흔쾌히 들어줍니다. 이윽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총각은 이무기, 동자들, 아낙네를 만나 부처님의 답을 들려줍니다. 그들은 총각 덕에 오래도록 꿈꾸던 것들을 이루었지요. 그런데! 우리의 복 없는 총각은 정말 어쩔 도리 없이 좁쌀 반 됫박 복으로 살아야 하는 걸까요?

흥겹게 이어지는 반복 구조와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면서 얻는다는 복의 참된 의미가 옛이야기가 가진 맛을 느끼게 합니다. 복장부에 등장하는 여러 옛이야기 속 주인공들, 엄숙함 대신 편안한 옷을 입은 부처님 등 그림책 곳곳에 자리한 재미도 풍성합니다.
김장성
서울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여러 해 동안 어린이 책을 기획하고 편집했으며, 지금은 손수 어린이 책을 쓰고 있습니다. 그 동안 지은 책으로『세상이 생겨난 이야기』『가슴 뭉클한 옛날 이야기』『단군 이야기』『견우와 직녀』『내 친구 구리구리』『어찌하여 그리 된 이야기』『박타령』『가시내』등이 있습니다.
이윤희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습니다. 홍익대학교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8기)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습니다.『한국생활사박물관』『테마한국사』『살아있는 한국근현대사』에 그림을 그렸고, 옛이야기 어린이 그림책에도 그림을 그렸습니다.
우리 옛이야기, 복 타러 간 총각 이야기

참말로 복 없는 총각이 하루는 큰 결심을 하는데, 서천서역국에 산다는 부처님을 만나 담판을 짓자는 것입니다. 겨우겨우 하루 벌고 하루 사는 살림살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두 주먹 불끈 쥐고 일어서는데…… 우리 옛이야기, 복 타러 간 총각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좁쌀 반 됫박』입니다.

내 복이 겨우 좁쌀 반 됫박이라고?

옛날에 참말로 복 없는 총각이 살았습니다. 나무장사를 나서면 한겨울에도 날이 따뜻해지고, 짚신장사를 나서면 마른날에도 별안간 비가 쏟아지는 식이니, 운도 참 안 따라 주지요. 참다 참다 못한 총각이 하루는 큰 결심을 합니다.
“서천서역국에 부처님이 산다던데, 찾아가서 복을 내놓으라고 떼라도 써 봐야겠다!”
서천서역국이니까 해지는 쪽으로 무작정 걸었지요. 걷다 보니, 커다란 기와집이 나오는데 웬 아낙네가 달덩이 같은 얼굴을 쏙 내밉니다. 총각이 부처님 만나러 간다는 말에, 아낙네도 제 고민을 털어놓고 가는 길에 배필감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 총각, 제 코가 석자인데도 “아무렴요, 그야 어렵지 않지요. 전해 드리겠습니다.” 시원시원하게 대답하고는 기운차게 또 길을 나섭니다. 가는 길에 만난 동자들이며 이무기도 제 복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총각은 군말 없이 부탁을 들어 주지요. 마침내 서천서역국에 도착한 총각, 부처님 앞에 엎드려 주절주절 말을 꺼내는데, 부처님이 혀를 끌끌 차며 말합니다. “타고난 복이 그뿐이니 어쩔 도리가 없구나. 이걸 보아라. 사람마다 타고난 복을 적은 ‘복장부’란다.” 총각은 기가 꽉 막힙니다. “아무 해 아무 날 아무 시에 태어난 아무개 총각의 복은 ‘좁쌀 반 됫박’이다.” 복이 달랑 좁쌀 반 됫박이라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통사정을 하지만 부처님도 별 수 없다지요. 간신히 눈물을 훔치고 남들한테 부탁받은 것들이나마 풀어 놓았더니, “하! 그건 아주 쉬운 일이구나.” 하며 부처님은 얼굴이 환해져서 좔좔좔좔 대답을 해 주는데…… 남들 복은 다 괜찮은데 총각의 복만 이 모양 이 꼴이라니, 타고난 복이 그뿐이면 어쩔 도리가 없을까요?

부처님의 복장부도 틀릴 때가 있다!

이 그림책은 부처님의 복장부도 틀릴 때가 있다고 능청을 떱니다. 분명 복장부에 적힌 총각의 복은 ‘좁쌀 반 됫박’이 맞지요. 하지만 서천서역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총각은 큰 복을 얻습니다. 답은 가는 길에 선선히 부탁을 들어 준 총각의 마음씀씀이에 있습니다. 여의주 하나를 버려야 용으로 승천할 거라는 해답을 얻고, 이무기는 총각에게 여의주 하나를 줍니다. 동자들은 신선초 아래 금덩이를 캐내야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갈 수 있으므로, 그 금덩이 임자는 총각이 됩니다. 아낙네가 혼자되고 나서 처음 만난 사람이 총각이니, 아낙네의 천생연분 배필감은 바로 총각입니다. 재물도 얻고 사랑도 얻었으니 더 바랄 게 무어겠어요? 부처님의 복장부도 틀릴 때가 있는 모양이네, 하고 행복하게 살면 그만이지요.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복 타령을 많이들 합니다. 누가 잘된 걸 보고는 “복도 많지!”, 누가 좋은 일이라도 할라치면, “복 받을 거야.”, 또 누군가 일이 잘 안 풀리면 “지지리 복도 없다.”고 한탄을 합니다. 내 의지대로 안 되는 일이 있으면 ‘복’ 탓을 하기도 하고, 절실히 소망하는 게 있으면 ‘복’을 빌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복’으로 위로받고, ‘복’을 희망하며 한 발 한 발 내딛습니다. 그런데 이런 ‘복’의 실체가 과연 있을까요? 있다면 바꿀 수도, 더 좋게 만들 수도 있을까요? 이런 현실 사람들의 호기심과 바람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었습니다. 현실에서 지지리 복이 없다고 복을 찾아 떠나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이야기 속에서는 가능합니다. 총각은 씩씩하게 복을 찾아 떠납니다. 부처님이 보여 준 복장부로 복의 실체를 확인합니다. 그런데 웬걸? 복이 고작 좁쌀 반 됫박이라니, 앞으로 어찌 살지 막막합니다. 여기서 희망을 놓을 수는 없지요. 복 타러 가는 길에 ‘덕’을 쌓은 총각은 돌아오는 길에 ‘복’을 얻습니다. 타고난 복이 그뿐이라도 ‘덕’을 쌓으면 ‘복’이 되어 돌아올 거라는 사람들의 신념이 이야기에 담겨 있습니다. 이래저래 힘든 세상살이, 제 코가 석 자라도 얼쑤덜쑤 도와가며 살면 없는 복도 생길 거라고 믿는 선한 마음이 빛나는 옛이야기, 『좁쌀 반 됫박』입니다.

같지만 다른, 옛이야기 그림책

이 그림책의 글은 흔히 ‘구복 여행 설화’로 통칭하여 불리는 여러 각편을 토대로 하여 만들어졌습니다. 다시 쓰고 다듬어 말맛과 이야기 맛을 살렸지요. 서천서역국까지 복 타러 가는 길이 멀고도 험하지만, 이 그림책의 그림은 성큼성큼 나아갑니다. 가는 길보다는 만나는 인물과 사건에 초점을 두어 시원시원한 앵글에 담아냅니다. 얼굴이 꼭 달덩이처럼 둥근 아낙네, 양쪽 머리를 올린 앳된 동자들, 쓰윽 얼굴을 들이대는 슬픈 이무기, 부처님 손바닥에 올라앉아 엉엉 우는 총각, 지렁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지그시 바라보는 부처님, 모두가 하나하나의 캐릭터로 보는 맛을 더합니다. 화면 한 가득 펼쳐진 복장부에서 너무나도 익숙하고 유명한 옛이야기 등장인물들을 발견할 때면, 그림 속 숨은 재미를 찾는 맛도 쏠쏠합니다. 버선이야 벗겨지거나 말거나 총각의 볼에 기습 뽀뽀를 감행하는 적극적인 아낙네의 행동에 웃음이 터집니다. 같은 옛이야기를 모태로 한 그림책이라도, 글과 그림에 따라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좁쌀 반 됫박』은 우습고 단순하고 솔직합니다. 그게 바로 ‘복’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남들 복은 ‘호랑이 가죽 만 장’이니 ‘엽전 삼만 냥’이니 한데
제 복은 달랑 ‘좁쌀 반 됫박’이 뭡니까?
이대로는 살 수가 없습니다.
‘좁’자라도 떼어 주시거나 ‘반’이라도 ‘한’으로 고쳐 주십시오.”
부처님도 눈물이 글썽해졌습니다.
“허허, 네 사정이 참으로 딱하긴 하구나.”
축축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다.
복이란 게 한없는 것이 아니라서 네 복을 늘려 주려면 남의 복을 줄여야 하느니라.
그런데 아흔아홉 섬 가진 놈이 한 섬 가진 놈 것마저 빼앗아
백 섬을 채우려 드는 게 사람의 심보 아니더냐?
너 주자고 남의 쌀 반 되를 옮겨 놓으면 내가 그 원망을 어찌 다 들으란 말이냐?
그러니 할 수 없다.
좁쌀 반 됫박이나마 남들한테 빼앗기지 말고 잘 지키며 사는 수밖에.”

총각이 듣자니 그도 맞는 말이었습니다.
“어휴. 그럼 제 복은 그렇다 치고,
오는 길에 남들한테 부탁받은 게 있으니 그거라도 해결해 주십시오.”
(본문 24~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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