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사람 10

맥을 짚어 볼까요? : 한의사

전진경 쓰고 그림 | 사계절
맥을 짚어 볼까요?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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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정보
발행일 : 2012년 07월 10일 | 페이지 : 56쪽 | 크기 : 19.3 x 26.2cm
ISBN_13 : 978-89-5828-623-3 | KDC : 370
독자 평점
전문가 평점 | 판매지수 600 | 독자 서평(0)
교과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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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이웃들의 이야기를 건강한 시선으로 보여 주는 ‘일과 사람’ 시리즈입니다. 열 번째로 만나볼 인물은 몸과 마음의 흐름을 읽는 한의사입니다. 오늘도 많은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이곳은 한의원입니다. 첫 손님은 기운이 없고 눈이 퀭해 보이는 한 멋쟁이 청년인데요. 한의사 선생님은 청년이 문을 들어설 때부터 진료를 시작합니다. 사람의 걸음걸이와 얼굴빛, 목소리, 입 냄새 등 모든 것이 바로 병을 알아내고 치료하는데 기본이 되는 바탕이기 때문입니다. 맥을 짚고, 우리 몸의 흐름을 읽으며, 침이나 뜸을 놓고, 병을 치료하는 한의사의 삶을 살펴보며, 한의원의 풍경과 진료 방법 등 다양하고 세세한 정보까지 함께 찾아봅니다. 정확하고 사실적인 설명과 풍부한 표현력에 사람을 위하는 마음까지 더한 그림책입니다.
전진경
어려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무척 좋아해 대학에서 동양화를 공부했습니다. 『콩쥐와 팥쥐』『코가 늘어났어요』 ‘따뜻한그림백과’ 시리즈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을 짚어 몸속 우주를 만난다

어린이들에게 한의원은 어떤 곳일까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아플 때 가는 곳, 몸 곳곳에 침을 놓는 무서운 곳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들 손잡고 한의원을 가 본 어린이들은 그곳에 배어 있는, 희한한 냄새로 기억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많은 어린이들은 한의원, 한의사를 텔레비전 역사극에서 가장 많이 만났을 겁니다. 그래서 한의사를 옛날에나 있었던 사람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이 책은 아주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의학을 바탕으로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한의사의 오늘을 재미나게 소개합니다.
책 속의 한의원에는 여러 사람이 찾아옵니다. 설사와 기침에 시달리는 청년부터 오랫동안 가슴에 화를 억누르고 산 할머니, 근육통을 앓는 조기축구팀 감독, 병원이 무서워 울음보를 터뜨리는 꼬마 철이, 코가 막혀서 잠도 못 자고, 마감에 쫓겨 머리카락이 빠지고 속이 더부룩한 만화가까지 각양각색으로 아픈 사람들이지요. 한의사 선생님은 이들과 한참 이야기도 나누고 손목도 짚어 보고 침도 놓습니다. 바로 내 이웃에 사는 것 같은 친근한 인물들과 자상하면서도 조금은 능청스러운 한의사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킥킥킥” “하하하” 웃다 보면, 한의사가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고 어떻게 사람을 대하는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동시에 환자의 낯빛과 음성, 심지어 입 냄새까지 보고 듣고 느껴서 몸 상태를 파악하고, 손목의 맥을 짚어 병의 원인과 치료 방법을 알아내는 한의학의 진료 원리를 절로 알게 되지요.
그동안 사람과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이 충만한 회화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 온 작가 전진경은 그 열정과 사람됨을 고스란히 이 책에 쏟아 냈습니다. 한 해에 걸쳐 한의원을 드나들면서 꼼꼼히 관찰하고 묻고 듣고 공부하여, 어려운 한의학을 초등학생 이상이면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쉽게 풀어내었지요. 침과 뜸과 약의 치료 원리에서부터 사람의 몸을 우주나 자연으로 보는 한의학의 세계관까지 명랑한 그림으로 조근조근 들려주는 작가의 솜씨는, 내용 감수를 맡은 한의사조차 감탄하게 했답니다.
한편, 책 속 주인공의 실제 모델인 한의사 선생님은 예약을 받지 않고, 오는 순서대로 진료한다고 합니다. 젊은이들보다 예약이 익숙지 않은 노인 분들을 배려하는 마음에서라지요. 이 책에는 주인공의 이런 따뜻한 마음과 그 마음을 표현하고픈 작가의 열정이 한가득 담겨 있습니다.
책 말미의 부록에서는 현직 한의사의 인터뷰와 가벼운 증상을 병원에 가지 않고 가라앉히는 방법을 그림과 함께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어, 어린이들이 한의학과 한의사에게 갖는 궁금증을 친절하게 풀어 줍니다.

자연의 순리대로 치료하는 한의사 이야기

한의사 선생님이 출근하면, 대기실에는 할머니들이 벌써 와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첫 환자는 자꾸 설사가 나고 기침이 심한 젊은이입니다. 진료는 아픈 사람이 진료실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시작합니다. 눈과 귀를 크게 열고 환자의 걸음걸이, 얼굴빛 따위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마주앉아 한동안 이야기를 나눕니다. 왜 아프게 됐는지 정보를 모으는 중입니다. 이야기가 끝나면 ‘진맥’을 합니다. 맥은 몸이 보내는 가장 중요한 신호입니다. 신호들을 읽고, 조금 전에 보고 듣고 물어서 모은 정보들을 합치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알게 됩니다.
이제 한의사 선생님은 침을 놓고 뜸을 뜨고 한약을 지어서 치료할 거예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마음을 편안히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몸은 마음과 이어져 있으니, 마음을 편하게 하면 몸도 함께 편해집니다.
‘침’과 ‘뜸’은 경혈 자리에 놓습니다. 경혈은 기운이 모여 있는 곳입니다. 경혈들을 연결한 선을 경락이라고 하는데, 경락은 기운이 움직이는 통로입니다. 경혈에 침을 놓으면, 그곳의 기운이 강해집니다. 힘찬 기운이 경락을 통해 온몸을 돌면서 아픈 곳을 낫게 합니다. 경혈과 경락을 시냇물에 견주기도 합니다. 위와 장은 큰 강이고, 크고 작은 시냇물이 온몸을 구석구석 돕니다. 맑은 물이 솟구치고, 세차게 흐르기도 하고, 굽이치기도 하는 곳이 경혈입니다. 물이 흐르는 길은 경락이고요. 찌꺼기가 쌓여서 물 흐름이 막히면, 침을 놓아 막힌 곳을 뚫습니다. 맑은 샘물을 더 힘차게 솟게 하는 것이지요. 자연과 꼭 같지요? 그래서 한의사는 사람을 대할 때 우주와 자연을 대하듯 하게 됩니다.
어린이 환자들은 한의사 선생님 얼굴을 보자마자 우는 일이 많습니다. 철이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한의사 선생님은 문제없습니다. 철이를 엄마 무릎에 앉히고 신기한 도구를 구경시켜 주지요. 아이가 재미있어 하면 손목에 손을 올리고 진맥을 합니다. 하지만 첫날부터 침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천천히 철이가 마음의 준비를 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이번에는 잠을 못 자고, 소화도 안 되고, 코가 막히고, 머리카락도 빠지고, 집중이 안 돼서 일을 못하는 만화가가 왔습니다. 복잡한 병일 것 같지만 찬찬히 따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비염이 생겨서 그렇다는 것을요. 약을 처방할 거예요.
‘한약’은 음식이에요. 더덕이나 인삼, 밤, 국화꽃, 풀뿌리, 열매, 나무껍질, 꽃들을 알맞게 쓰면 다 약이 됩니다.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자연에서 얻은 것들을 정성껏 찌거나 말려서 약재로 썼습니다. 한의원 서랍에도 약재가 빼곡히 채워져 있습니다.
환자를 진료하면 한의사 선생님은 처방전을 씁니다. 그러면 간호사 선생님이 처방전대로 서랍에서 약재들을 꺼내어 한약을 짓습니다. 약재들을 물과 함께 솥에 넣고 푹 다리는 것이지요. 한약을 만들고 남은 한약재 찌꺼기는 농부가 가져가서 거름으로 씁니다.
한의사 선생님은 한 달에 두 번씩 병원이 없는 마을로 찾아가 마을 사람들을 치료합니다. 그날은 마을 회관이 어르신들로 북적북적합니다. 침도 맞고, 뜸도 뜨고, 약도 받으며 할머니들은 즐거이 수다를 나눕니다.
너무 피곤하지 않냐고요? 좀 그렇긴 하지만 문제없어요. 한의사 선생님은 다른 사람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게 아주아주 좋으니까요.

유쾌한 그림으로 풀어낸 쉽고도, 재미있는 한의학

전진경 작가는 오랫동안 전시미술 작업을 해 온 회화 작가로, 그림책은 이 작품이 처음입니다. 그러나 작가는 첫 작업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능숙한 연출력을 선보입니다. 환자의 사연과 병증, 의사의 진단과 치료, 그리고 이 내용들을 관통하는 한의학의 세계관을 전혀 무겁지 않게, 오히려 따뜻하고 쾌활한 그림으로 풀어냈습니다. 내용을 숨기고 드러내는 솜씨며, 전체에 활기찬 리듬을 주는 자유로운 구도도 멋집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그림과 정보를 알려 주는 그림이 분리되지 않고 한 장면 속에서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했습니다. 마음과 이어진 몸속 기관, 경혈과 경락 같은 어려운 내용도 특별한 캐릭터를 통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작가의 빼어난 해석력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유연하고 가벼운 선, 세련된 색감, 아기자기한 장식과 해학적인 생김생김이 어우러져 즐겁고 유쾌한 그림책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인물 표현이 참 재미있습니다. 친근하고 사려 깊은 한의사 선생님, 친절하고 씩씩한 간호사 선생님, 그리고 병원을 찾은 청년과 할머니, 아이, 아저씨가 모두 생생하게 눈을 빛내며 울고 웃고 말하고 있습니다. 꽤 많은 인물이 나오는데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사연을 가진 우리 이웃으로 다가옵니다. 그동안 사람과 사람 속에 깃든 삶의 내력을 그려 온 작가의 공력이 엿보입니다.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 그 안에서 도움을 주고받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도 잘 살려 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한의원 대기실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어르신들의 즐거운 기다림, 한의사 선생님이 집중해서 맥을 짚는 진료실에 조용히 퍼지는 맥박 소리 등 한의원에서 볼 수 있는 여러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느껴집니다.
작가는 이 작업에 템페라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달걀노른자에 물감을 섞어 투명도를 높이고 독특한 질감을 얻었습니다. 한지에 먹과 목탄가루, 템페라 물감, 동양화 물감, 호분 들을 자유롭게 다루는 실력이 책장마다 펼쳐져 마르고, 번지고, 휘고, 뻗고, 무겁고, 가볍고, 조밀하고, 호방한 다채로운 느낌들을 자아냅니다.
곳곳에 맑은 물이 솟구치고, 세차게 흐르기도 하고, 굽이치기도
하는 곳이 있어. 그곳이 경혈이야. 물이 흐르는 길은 경락이지.
물은 계속 흘러야 깨끗해. 찌꺼기가 쌓여서 흐름이 막히면,
물이 흐려지고 썩거든. 경혈에 침을 놓는 건,
막힌 곳을 뚫어서 샘물을 힘차게 솟게 하는 거랑 같아.
사람 몸이 자연의 이치와 꼭 같지?
그래서 한의사는 사람을 대할 때 우주와 자연을 대하듯 하지.
(본문 21쪽)

약재를 그냥 먹을 수는 없어. 솥에 넣고 달여서
그 물을 먹는 거야. 옛날에는 집에서 달여 먹었는데
요즘은 한의원에서 달여 주어서 편해.
그래도 정성껏 약을 달이는 마음은 같아.
한약을 만들고 남은 약재 찌꺼기는 농사짓는 데도 써.
한약은 사람뿐만 아니라 식물도 쑥쑥 자라게 해 줘.
승현 씨는 농부인데, 약재 찌꺼기를 가지고 가서 거름으로 만들어.
(본문 40~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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