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숲동화 04

댕기머리 탐정 김영서

정은숙 지음, 이영림 그림 | 뜨인돌어린이
댕기머리 탐정 김영서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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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정보
발행일 : 2013년 09월 05일 | 페이지 : 180쪽 | 크기 : 16.4 x 23cm
ISBN_13 : 978-89-5807-460-1 | KDC : 813.8
독자 평점
전문가 평점 | 판매지수 500 | 독자 서평(0)
교과관련
3학년 국어 1학기 06월 7. 이야기의 세계
4학년 국어 1학기 06월 7. 넓은 세상 많은 이야기
5학년 국어 2학기 12월 7. 이야기와 삶
5학년 사회 2학기 10월 2. 새로운 문물의 수용과 자주독립
느낌이 생생한 시
솔직한 아이들과 사회 비판이 담겼어요
스마트폰이 심장을 갖는
다면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까요? 아침에 눈을 뜨면서 시작되는 선택은 잠자리에 들 때까지 계속됩니다. 소소하게는 점심을 무얼 먹을까, 부터 아주 중요한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일까지. 그럴 때 누군가가 알아서 선택해 주고 그 결정을 따르기만 한다면 세상살이가 참 수월할 듯도 한데 어쩔 수 없이 자유 의지를 가진 인간인지라 선택에 대한 결과가 그리 달콤하지는 않아도 스스로의 결정에 훨씬 더 큰 값어치를 매깁니다.

1940년 일제 강점기 시대 경성 뒷골목을 헤집고 다니던 아이들에게 선택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그 세상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아가던 아이들에게 선택의 절박함이란 무엇일까요? ‘앙 다문 입매가 고집스러워 보이고 눈꼬리가 올라간 큰 눈이 제법 영리한 인상을 주는’ 댕기머리 영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가 어느 시대인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늘 고민하는 아이입니다.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으로 살려고 애쓰는 일본 고등 수사관인 옆집 아저씨의 표현대로라면 ‘앞날이 창창한 아이가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 시대를 거스르며 살아가는’ 댕기머리 소녀 영서는 매일 아침 황국신민서사를 외워야 함에도 시골 할아버지의 나라 잃은 울분의 넋두리가 계속 마음속에서 울려 나와 차마 입이 떼어지지 않아 반에서 유일하게 외지 못하는 아이입니다. 그 벌로 화장실 청소를 감당해야 하고 반 아이들의 따가운 시선과 모진 담임의 눈초리를 이겨내야 하는 아이입니다. 그렇다고 영서가 애국지사나 독립운동가처럼 높은 애국의 의지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조선의 평범한 댕기머리 소녀입니다.

어느 날 이웃집 할아버지의 피습사건에 영서의 아버지가 휘말리면서 영서는 점점 시대의 요구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갈등하고 선택하게 됩니다. 아버지의 억울함을 해결하기 위해 진짜 범인을 찾아 나선 영서는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아버지와 빈민가에서 굶주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삶을 마음속에 새깁니다. 나라가 없어진 상황을 쉽게 인정하고 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영서는 옳지 않는 역사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를 안타까워합니다. 일제의 강압에 일본의 편에 서서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조선인들의 삶을 바라보며 어떤 선택의 길을 가야하는지를 마음속으로 다지기도 합니다. 그 시대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며 영서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조금씩 배워 갑니다.

영서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새어머니의 삶을 보며 또 다른 선택을 하게 됩니다. 나라 잃은 백성의 선택과 함께 그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으로의 선택의 순간을 맞게 되지요. 영서가 댕기머리를 고집하는 이유는 단발머리란 그저 신세대의 유행이나 외세의 상징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발머리는 복종하는 삶을 거부하는 자신들의 강한 의지를 표현하는 신여성들의 상징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조선인으로 살래, 일본인으로 살래?’의 선택과 ‘억눌리고 복종을 강요당하는 조선의 여성으로 살아갈래, 당당한 여성으로 너의 의지대로 살아갈래’를 요구받는 상황에서 선택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영서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비록 그 마음의 소리가 자신의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해도 ‘그래야 할 것 같은’ 마음의 소리를 따릅니다. 영서의 마음의 소리는 편안한 길을 거부하고 낯선 길을 선택한 사람들이 겪었을 길을 들려줍니다. ‘떨리고 무서웠겠지. 그렇지만 모두들 힘차게 걸어갔을 거야. 내 앞에 있는 문을 열면 어떤 길이 펼쳐질까?’ 영서는 이제 마음의 소리가 이끄는 대로 선택한 삶을 살고자 합니다.

그 시절 댕기머리 영서처럼 마음의 울림에 귀 기울이고 힘들고 어려워도 새로운 문이 열리길 바라며 의지대로 선택한 나라 잃은 백성들의 선택이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우리의 선택은 새로운 문 앞에서 계속됩니다. 어떤 문을 선택할 것인지 각자 마음속 울림에 귀 기울여 보세요. 내 눈 앞의 이득을 위해 마음의 소리를 안 듣는 사람들, 마음의 소리를 잘 못 알아듣는 사람들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조선의 댕기머리 소녀 영서가 가르쳐주는 선택의 기준을 마음에 새깁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펼쳐진 묘연한 사건의 진실을 따라 가 봅니다. 1940년 경성, 이미 일본이 내지화를 시작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점이었습니다. 영서는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될까 싶어 이웃집 아이 보옥이를 봐 주는 평범한 아이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보옥이네 할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일본 경찰인 보옥이의 아버지는 영서네 아버지를 범인으로 몰아가는데요. 누명을 쓴 아버지의 결백을 찾기 위한 영서의 노력과 그 과정에서 속속 밝혀지는 진실들이 하나하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우리 역사를 되짚어보며,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추리가 돋보이는 역사추리동화입니다.
정은숙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2005년 동화 「슈퍼맨과 스파이더맨이 싸운다면」으로 제4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07년 동화 「빰빠라밤! 우리 동네 스타 탄생」으로 제1회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습니다. 지은 책으로 『우리 동네는 시끄럽다』『봉봉 초콜릿의 비밀』 등이 있습니다.
이영림
1979년 대구에서 태어나 국민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뒤, 영국 런던 킹스턴 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린 책으로 『아기가 된 할아버지』『수선된 아이』『이상한 나라 앨리스』『선생님은 나만 미워해』『삐뚤빼뚤 그래도 완벽해』 등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역사추리동화!

작가 정은숙은 『명탐견 오드리』『봉봉 초콜릿의 비밀』『명탐정 설홍주, 어둠 속 목소리를 찾아라』로 생활동화 일색인 아동문학에 추리동화라는 멋진 장르를 선물해 왔다. 요즘, 신진 작가들의 추리동화가 연이어 나오면서 어린이문학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데, 작가는 추리동화의 진화를 보여 주는 새로운 모습의 『댕기머리 탐정 김영서』를 내놓았다.
역사추리동화라는 명칭처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의문의 사건이 펼쳐지는데, 탄탄한 짜임새와 예상을 비껴가는 흐름은 추리물이 가진 묘미를 그대로 살렸다. 단역인 일곱 살 보옥이가 던진 말은 엄청난 파장을 불러오고, 한낱 종이 쪼가리 같은 종이비행기에도 어마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독자들은 예상치도 못한 장면에서 허를 찌르는 재미를 느끼며 책 속에 푹 빠져들게 된다.
추리동화가 재밌는 또 하나의 이유는 진실을 확인하고 주인공이 승리하는 것을 보는 것이다. 아버지를 구하겠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탐정을 시작한 영서는 두렵고 무서운 진실을 봐야 하고, 자신을 무시하는 어른들과도 맞서야 한다. 어린 영서가 미궁에 빠진 사건을 밝혀낼 때, 독자들은 위기에 처한 약자가 승리하는 짜릿함과 통쾌함을 맛볼 수 있다. 모험, 용기, 정직 등 인간미를 무기로 조마조마하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주인공. 이런 주인공은 알 수 없는 탐정의 길로 독자를 이끌고, 주인공과 함께 사건을 해결한 독자는 독서의 충족감을 온몸으로 느끼게 될 테다. 호기심 가득한 추리 속에 제법 묵직한 이야기를 담은『댕기머리 탐정 김영서』는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싶은 책이다.

댕기머리 탐정 김영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라와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댕기머리 탐정 김영서』는 소녀의 성장통을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황국신민서사를 외우지 않아 선생님과 아이들 눈 밖에 나고, 없어진 나라 조선에 애국심을 호소하는 할아버지의 말도 수긍할 수 없는 영서는 일본인으로도 조선인으로도 살고 싶지 않은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서 방황한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다른 여자와 살자 상처를 받고 아버지를 원망한다. 아버지가 밉지만 어쩔 수 없는 애증으로 아버지의 뒤를 밟은 영서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시대적 관습의 희생자였음을 깨닫는다. 영서는 거리를 두자 조금씩 이해가 되는 아버지의 삶을 인정하려는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아버지 또한 영서에게 혼란한 세상에서 자기 생각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들을 조언해 준다.
큰 물살에 휘말려 자아를 잃는 사람들의 모습은 일제강점기 때문만이 아니라 정치와 사회가 시시각각 변하는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삶에 영향을 미치는 가족과 나라.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고, 자기 생각보다는 여론에 휘말리기 십상인 우리에게 침착하게 자기 마음의 소리를 듣으려고 하는 영서는 독자에게 큰 울림을 준다.

1940년 근대의 여성들,
사회의 벽을 깨고 자아를 찾기 시작하다

이 동화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기쁨은 무감각했던 일상의 풍경들-명동, 종로, 청계천, 하늘을 난나는 에스컬레이터, 비행기, 뾰족구두, 단발머리-이 조선 사람들의 눈을 통해 신선하면서도 새롭게 보이는 것이다. 조용했던 조선은 일본과 서양 세력의 신문물들이 들어오면서 번잡하고 휘황찬란한 모습으로 변하고, 이것은 여성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역사 속에서 수동적으로 살아야 했던 여성들이, 근대로 오면서 능동적으로 살기 시작하는 모습들을 두루두루 담아 낸 이 동화는 페미니즘 동화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할아버지의 반대를 무릎 쓰고 신학문을 배우며 주체적인 삶을 살려는 영서, 집안일만 하던 주부에서 미용사가 되어 돈을 벌고 어른들이 시킨 혼인을 깨려고 하는 엄마,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사랑을 선택한 작은어머니, 일류 미용사를 꿈꾸며 미용을 배우는 경자 언니…… 이들은 사회의 억압 속에서도 자아를 찾아가는 활력 있는 여성상의 모습을 보여 준다. 꿋꿋하고 독립적인 여성들은 어린 독자들에게 주체적인 사람으로 자랄 수 있는 의식을 키워 준다.

일제강점기의 한복판에 선 영서, 일본 경찰이 씌운 아버지의 누명을 벗기다!

1940년 경성. 단발머리, 양장, 뾰족구두…… 허리웃스따일이 대 유행이지만 비너스 미용실의 딸, 영서는 치마저고리에 댕기머리를 고집한다. 세상은 변해도 조선인임을 기억하라는 할아버지. 세상이 변했으니 일본인처럼 살라는 선생님. 지금은 어떤 시대인가요?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고민하는 영서 앞에, 아버지가 살인죄의 누명을 쓰는 사건이 터졌다. 엄마를 두고 다른 여자와 사는 아버지는 영서에게 상처를 준 원망스러운 아빠지만, 그래도 아빠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놔 둘 수는 없다. 아버지가 무죄라는 생각을 일본 경찰로 있는 최종각에게 말해 보지만, 최종각은 믿지 않는다. 아버지의 무죄를 밝혀내는 증거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서는 미워했던 아버지의 삶을 알아가고, 불안한 시대에 흔들림 없이 살아갈 방도도 찾아낸다.
황국 신민
진고개 대매출
어린 가장
일본인처럼 사는 것
이웃집에 생긴 일
의심받는 아버지
금요일의 남자
공짜 미용실
수상한 연탄 배달부
지팡이의 수수께끼
또 다른 가족
한밤중의 만남
지팡이 구락부의 비밀
종이비행기의 정체
댕기머리 김영서
“아휴, 추워. 이런 추위를 어떻게 참으라는 거야. 말로만 내선일체지 반도인들만 차별받는다니까.”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싶어 영서도 그 말에 고갤 끄덕였다. 그런데 모두 한마음은 아니었는지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말인데 차라리 이참에 반도를 철저히 내지화해 버렸으면 좋겠어.”
도대체 누가 저런 말을 하는 걸까? 영서는 그 말에 깜짝 놀랐다.
내지화는 일본의 풍습과 문화를 그대로 사용하는 정책을 말했다. 지금도 일본말을 쓰고 일본 문화가 판을 치는데 더 철저히 내지화를 하자고? 일본은 말로만 내선일체를 외칠 뿐이지 온갖 차별과 핍박은 조선인들의 몫이었다. 내지화를 한다고 그것이 달라질까?
(본문 40~42쪽)

“어떻게 살아야 옳은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아요. 저는 이미 없어진 나라의 국민으로 사는 것도 싫고, 일본인 흉내를 내면서 사는 것도 싫어요.”
아버지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조심스레 얘기를 시작했다.
“그래, 영서처럼 어린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무조건 조선인으로 살아라 하는 말도 이해하기 쉽지 않을 테고. 하지만 찬찬히 생각하면 알 수 있단다. 일본은 무력으로 조선을 빼앗았어. 그건 누가 뭐래도 잘못한 일이고 바로잡아야 할 역사야. 게다가 조선을 식민지로 삼은 뒤에는 조선인들의 재산을 빼앗은 건 물론이고 말과 글 심지어 자유까지 억압해 버렸단다. 네 말대로 조선은 없어진 나라다. 그리고 어쩌면 조선을 되찾을 수 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의 입장에 서야 하는 건 아니야. 나라는 없어졌지만 우리는 조선인의 피를 이어받았고 또 그 만화, 생각까지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옳지 않은 역사를 빤히 보고도 일본의 힘에 눌려서 가만히 있는 건 비겁한 행동이 아닐까?”
(본문 135~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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