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개비가 없다고?

권영상 동시집, 손지희 그림 | 사계절
도개비가 없다고?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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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정보
발행일 : 2019년 01월 31일 | 페이지 : 108쪽 | 크기 : 15 x 21cm
ISBN_13 : 979-11-6094-441-9 | KDC : 810
독자 평점
전문가 평점 | 판매지수 500 | 독자 서평(0)
누구나 한번 쯤은 도깨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지요? 그런 우리의 옛이야기에 나오는 도깨비들과 새롭게 재해석된 도깨비들의 모습을 담은 동시집입니다. 한국의 동시 문학을 이끌어 온 시인 권영상은 안동하회마을 가는 길에 우연히 다리 걸이 도깨비 만나면서 이 동시집을 구상했습니다. 그리고 도깨비와 어린이들의 닮은 점을 찾아내어 이 동시집을 완성했습니다. 시인이 만난 다리 걸이 도깨비는 진짜 존재할까요? 동시집을 읽으며 그 해답을 찾아가 봅니다.
권영상
1953년 강릉 초당에서 태어났습니다. 소년중앙문학상, 한국문학 등에서 당선되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내 별에는 풍차가 있다』『신발코 속에 생쥐가 산다』『둥글이 누나』 등 50여 권의 동시집과 동화집이 있습니다. 한국동시문학상, 새싹문학상, 세종아동문학상, MBC 동화대상 등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서울 배문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손지희
1985년 인천시 부평구에 있는 고행조 산부인과에서 태어났습니다.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 힐스(HILLS)에서 두 해 동안 그림책 공부를 했습니다. 느린 성격 탓에 백곰이라는 별명이 붙었지요. 모두가 즐거워하는 그림책을 만들기 위해 골똘히 궁리하면서 할머니, 엄마, 아빠, 동생, 그리고 십자매 한 마리와 문조 여섯 마리, 물고기들이랑 오순도순 즐겁게 지낸답니다.
도깨비가 있다고?
이상하고 신비로운 도깨비 동시집


도깨비는 특별하게 하나의 모습으로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 다만,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설화에 따르면 사람들이 쓰다 버린 물건으로 변장했다가 동물이나 사람 등 다양한 형상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오래전 만화 영화에 나온 도깨비는 헌 빗자루, 옥 반지, 해진 신발, 망태기 같은 물건으로 몸을 잠시 숨겼다가 늦은 밤이 되면 동물이나 사람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도깨비불로 장난을 치고,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르며 짓궂은 짓도 하고, 때로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기도 한다. 몇 해 전 방영했던 드라마에서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신과 귀신 사이에 있는 존재로 그려졌다. 도깨비는 현재에도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우리가 믿기만 한다면.
『도깨비가 없다고?』는 그런 우리의 옛이야기에 나오는 도깨비들과 새롭게 재해석된 도깨비들의 모습이 담긴 동시집이다. 한국의 동시 문학을 이끌어 온 시인 권영상은 안동하회마을 가는 길에 우연히 다리 걸이 도깨비 만나면서 이 동시집을 구상했다. 그리고 도깨비와 어린이들의 닮은 점을 찾아내어 이 동시집을 완성했다. 시인이 만난 다리 걸이 도깨비는 진짜 존재할까? 그렇다면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런데 요놈 보아요. 도깨비방망이를 챙겨 들고 슬며시 도깨비 동시들 속으로 숨어 들어가 버리네요. 이걸 어쩌지요. 찾긴 찾아야 할 텐데, 그놈 다리 걸이 도깨비. 우리 같이 찾으러 가 볼까요?” - ‘시인’의 말에서

다양한 우리나라 도깨비

그날 밤,/고갯길에서 만난 산도깨비/아부지한테 으름장 놓더라지.//네 아들을 내놓아라!//그때 마침 울 아부지,/주머니 속 탱자 하나 여??다!/쥐여 주었다지.//햐, 그놈 꼭 탱자같이 생겼군.//산도깨비 낄낄낄 돌아가더라지. -「산 고갯길에서」 전문

옛이야기 속 도깨비의 모습은 다양하다. 동시집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동시 「산 고갯길에서」에서는 사람을 겁주려고 하지만, 허술한 도깨비가 등장한다. 앞뒤 상황을 살펴보면 우리 모두 탱자가 아들이 아님을 알지만, 어리숙한 도깨비는 의심 한번 하지 않고 아버지의 말을 철석같이 믿는다. 그리고 섣달 그믐밤 신발 훔치러 왔다가 처마 끝에 달아 놓은 쳇바퀴 구멍 수를 세느라 밤을 새운 어처구니없는 도깨비(「섣달 그믐밤」)와 산길에서 만난 무서운 호랑이를 보고 적반하장 으름장을 놓으며 센 척하는 엉뚱한 도깨비(「어흥!」)의 행동에 웃음이 나기도 한다.

아침 학굣길에 골목 구석 소복이 쌓인 가랑잎을 헤쳐 본다./아, 노랑 민들레!/도깨비가 때늦은 민들레꽃을 밤사이 감싸 주었다. -「추운 밤」 부분

반면 「추운 밤」처럼 작은 생명도 살뜰히 챙기는 도깨비도 있다. 외딴 샘물가에 누군가 벗어 놓고 간 손목시계를 보면서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며 옆에 있어 주고(「손목시계와 도깨비」), 참새 잡으려고 참새 구멍 앞에 앉아 기다리는데 캄캄한 밤이 되도록 나오지 않자 오히려 참새를 걱정하고(「참새 구멍 앞에서」), 때로는 도토리 세 개, 토끼 세 마리, 분꽃씨 세 개, 그리고 금 세 덩이를 선물로 주는 도깨비(「마음에 든다고」)도 등장한다. 이렇게 우리나라 도깨비들의 모습이 시 곳곳에 드러난다.

도깨비,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
『도깨비가 없다고?』 속 도깨비들은 엉뚱하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과 닮아 있다. 집 안이 떠나가라 아무 때나 우는 아이(「아기 도깨비」), 숙제 한다 해 놓고 카톡 하고, 학원 간다 해 놓고 지렁이랑 노는 아이(「못 말리는 도깨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이불을 뒤집어쓰고 뒹굴뒹굴 굴러다니는 아이(「이불 속 도깨비」), 비 내리는 밤 멀리 일하러 간 아버지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아이(「도깨비불」) 등……. 시인은 아이들의 가정과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과 일상생활, 주변 환경의 변화에 주목하여 저마다 다른 아이들과 꼭 닮은 도깨비를 찾아낸다.

제 얼굴에 흐르는 눈물이 안 보이나요?/이 시간만 되면 힘없이 주저앉는 제 어깨가 안 보인다고요?//엄마, 제 얼굴 한번 비벼 보세요./제 머리에 씌워 놓은 도깨비감투 한번 벗겨 놓고 보세요.//이래도 콩알만 하게/작아지는 제가 안 보인다고요? -「도깨비감투」 부분

해 뜨면/숲속 그늘에서 온종일 게임하고/해 지면 별 사이를 날아다니며 여행하는 나라./그 나라의 왕이 되고 싶다.//여봐라, 학교를 샅샅이 찾아내어 놀이터로 만들라! -「왕이 되고 싶다」 부분

「도깨비감투」와 「왕이 되고 싶다」에는 공부에 짓눌린 마음과 일탈을 꿈꾸는 아이가 등장한다. 이 두 편의 동시는 이야기가 연속되고 확장되어 자연스럽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도깨비가 없다고?』 속 도깨비들은 더 이상 과거의 설화와 옛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존재가 아니다.

“어리석을 만큼 착하고, 사람들 웃음거리가 되는 게 도깨비라지요. 잘 토라지지요. 잘 삐치지요. 남 도와주는 거 엄청 좋아하지만 빼앗아 먹기도 잘하지요. 흥이 많아 춤추고 노는 걸 좋아하지만 싫어하기도 하지요. 요랬다 조랬다 삐쭉빼쭉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게 도깨비지요. 대체 누굴 닮아 그럴까요? 그야 도깨비 만든 사람을 닮았겠지요. 누가 만들었나요? 이 땅에서 살아온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지요. 그러니 당연히 도깨비 돼먹은 모습이 우리 모습이지요.”(‘도깨비 수첩 3’)

언제나 우리들 곁에 있는 도깨비
시인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들려주던 옛이야기를 지금 아이들에게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깨비를 끌어와 동시로 재해석했다. 그래서 세대와 세대, 그리고 시간의 간극을 좁히고자 어린이 독자를 위해 ‘도깨비 수첩’을 마련했다. 각 부 사이사이에 들어간 도깨비 수첩은 일명 도깨비 안내서이다. 도깨비가 누구이고, 성격과 생김새는 어떤지, 무얼 먹는지 등 다섯 개의 질문과 답변으로 도깨비라는 존재의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도깨비가 없다고?』는 도깨비라는 신비로운 소재로 현재와 동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친근하게 그려 낸 점에서 시인의 노력이 돋보인다. 김륭 시인은 「작품 해설」에서 도깨비의 창조적 상징을 믿으면 ‘도깨비 나라의 시민권’을 얻게 된다고 썼다.

“그러니까 시인의 이번 동시집은 지금 이 시대를 제각기 살아가는 아이들의 내면세계를 도깨비의 입을 빌려 노래한 ‘도깨비 약전(略傳)’이다. 여전히 생활 동시 위주의 가볍고 얕고 짧고 작은 이야기가 주류를 이뤄 동시라는 문학 장르를 궁핍하게 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그 얼마나 의미 깊은 작업인가. 살아 움직이는 생명의 세계는 언제나 동심을 잃지 않는 꿈의 세계임을 ‘도깨비가 없다고?’라는 반의적인 질문을 던지며 그는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김륭(시인)

『도깨비가 없다고?』라는 제목처럼 ‘도깨비’의 존재에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시인은 동심과 도깨비심으로 지은 50편의 동시로 도깨비의 존재를 확인시켜 준다. 아무도 없는 으스스한 자작나무 숲에서 윷놀이하는 도깨비(「윷놀이한다」), 사람들의 안녕을 빌며 눈물 훔치는 도깨비(「그 말 듣고 운다」), 여기저기 숨어 있다가 불쑥불쑥 나타나는 이상하고 신비한 도깨비는 여전히 우리들의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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