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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마음에 감기가 걸렸어요
[아빠의 마음에 감기가 걸렸어요]
클라우디아 글리만 글, 나디아 파이크나이 그림, 유영미 옮김 | 책빛 | 2016년 02월 03일
아빠도 감기를 앓는다
이상진 | 독자평점 독자 평점 | 추천(0) | 2016-05-30
아버지도 감기를 앓는다

감기라는 병은 나도 모르게 갑자기 찾아와 고열과 기침을 동반하며 온몸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한때는 38도가 넘는 고열로 밤을 지새우며 가족들의 보살핌을 받을만큼 힘들지만
일주일 정도 지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듯 정상 체온을 유지하며 조금씩 회복하게 되는
감기.

감기란 그런 것이다. 누구나 걸리지만 아무나 쉽게 낫는 병은 아니다. 그것을 극복하는
시련을 극복해야만 비로소 낫게 되는 감기. 하지만 우리에게 또 다른 감기가 존재하고
있다. 마음의 감기라고 하는 우울증이란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도통 그 증세와
통증을 가늠할 수 없기에 내가 아픈지도 모르는 몹쓸 감기다.

넬라 네 가족 이야기를 엿보면서 아이가 아버지의 우울증을 바라보는 시각이야말로 어쩌면
현대인들이 우울증을 바라보는 눈과 다를 바 없다. 겉으로는 멀쩡하면서도 때로는 스스로나
주위 사람들에게 화를 내고 감정 변화가 급격하게 변하는 과정을 지켜 보면서 상대방은
답답할 수 밖에 없다.

넬라 역시 서커스단을 운영하며 세계 제일의 곡예사임을 자부하던 자랑스런 아버지가
어느 순간부터 겁 많고 나약한 사람이 되었는지 실망스럽기만 하다. 물론 아이의 아버지
역시 그것을 인정하고 길을 찾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세계인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서 줄타기를 선보이는 곡예사 아버지는 결국 중도포기하게
되고 아이의 눈에서 겁쟁이 아버지의 속사정을 이해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아버지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우울증 치료를 받기로 결심하고, 한동안 서커스 공연장을 떠나
마음의 감기를 치료하는 것에 매진한다.

물론 여전히 완치 상태는 아니지만 집으로 돌아 온 아버지는 예전보다는 한결 나아진
표정과 자신감으로 곡예사로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이 책의 키워드는 아버지와
마음의 감기라는 점에서 어쩌면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아닐까 한다.

내 아버지 역시 중년에 접어 들면서 당신의 삶에 대한 공허감과 무기력으로 남몰래 고민
하셨고, 가족들의 격려에 힘을 얻어 지금은 지난 날의 모습을 찾아가고 계신다. 마음의
감기는 줄타기와 같다고 본다. 난생 처음 부딪히는 우울증이라는 장애물을 접했을 때
어른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아래를 쳐다 봤을 때 그 공포감을 느끼고, 나를
의지할 수 있는 안전 장비 하나 없는 줄에 한 발을 내딛는 순간 제자리로 되돌아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감기는 누구나 걸리지만 마음의 감기는 예고없이 찾아와 자아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또
다시 용기를 내어 지면에서 걸음을 뗄 때까지 우리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리기 마련이고
줄타기를 안전하게 완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균형감각을 유지할 균형 bar나
떨어져도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안전 그물망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역할이야말로 바로
가족의 관심과 배려가 아닐까.

세계 제일의 곡예사라며 기대에 부푼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아버지는 줄타기보다 더 큰
공포감을 느꼈을 것이다. 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들의 낯선 시선이야말로 마음의
감기를 악화시키는 난관이다. 대중들의 환호소리야말로 아버지에게는 엄청난 중압감이었을테고 그런 그에게 왜 줄타기를 하지 않냐는 가족들의 반응과 포기했을 때의 차가운 시선이야말로 아버지의 감기를 더디게 만들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내가 바라보던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완벽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야 내 아버지 역시 우리와 다름없음을 깨달았다. 지난 세월 말없이
참고 버티며 당신 내면에 숨겨진 감기와의 줄타기에서 고뇌했을 부모님을 떠올리며
이제는 나 역시 그 마음의 감기란 어떤 녀석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우리는 흔히 감기를 빨리 낫기 위해 약을 처방받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성이 생겨
나중에는 더 독한 약에 노출됨으로써 우리 몸은 또 다른 감기를 만들게 된다. 결론적으로
우리에게 가장 좋은 해피엔딩은 마음의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아버지
자신과 가족들과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닐까 한다.

마음의 감기는 어쩌면 먼 곳이 아닌 자신과 가장 가까운 어딘가에서 병균이 옮았을지도
모른다. 지난 날 내 아버지께는 평소에도 말씀이 없으신 분이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내 아버지가 아픈지, 또 얼마나 아픈지 알 수 없었고, 그 탓에 마음의 감기는 오래동안
아버지의 마음 속에서 자리했을 것이다.

아버지도 감기를 앓는다. 그리고 그것의 최선책을 마음의 감기를 예방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만큼은 우리 3대가 한 자리에 모여 따뜻한 식사를 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대화를
하고자 한다. 예고없이 찾아오는 마음의 감기, 그 처방전은 바로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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