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3월 통권 제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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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여기서 바구니도 파나요?

늦은 시간 동네 문방구엘 들렸습니다. 윤이 나게 밝고 알록달록한 책가방 등 새 학기 용품들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는 속으로 한 아저씨가 뛰어 들어오며 “여기 바구니도 있나요? 그, 큼직한 플라스틱으로 된 바구니요.” 하고 묻는 모습을 보며 슬몃 웃음이 났습니다. 바구니며 실이며 헝겊, 컵이며 옷핀까지, 동네 문방구에는 없는 것 (조금) 빼고 다 있다는 사실을 저도 얼마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초등학교 언저리를 뱅뱅 돌면서 아이들 사물함은 어떻게 생겼는지, 교실 유리창은 투명한지, 교실 안에 책걸상은 몇 벌이나 있는지, 어디까지 신발을 신고 들어오는지, 아이들이 어떤 청소 용구를 쓰고 청소는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화장실은 어지간한지, 쓰레기 수합장의 꼴은 어떤지 탐색하던 몇 해 전 일이 생각납니다. 가방 한 쪽엔 대안학교 목록을 정리해 놓은 쪽지를 접어 두고서요.

그런데, 늘 제멋대로이기만 한 듯 보이는 아이들이 사실은 우리가 생각하기보다 훨씬 유연하며, 필요한 때와 장소이면 자신의 잠재 능력을 잘 드러내며, 우리가 충분히 믿어 주면 그에 잘 응답해 옴을 자주 느끼곤 합니다. 이제 또 많은 꼬맹이들이 새로 학생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학교와 그 언저리들을 기웃거리기 시작하는 3월입니다. 모쪼록 우리 아이들이, 꼭 해야 되는 것으로 다가오는 여러 일들 속에서 그래도 자기 자리를 확인하며 자신감을 갖기를, 여러 모양의 관계들 속에서 자기 모습을 밝고 당당하게 꾸려 가기를, 그러면서 자신이 이 세상에서 꼭 하고 싶은 일들을 찾고 키우고 기뻐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런 어린 삶 안에서 여기 이 좋은 책들이 벗으로 함께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중부 지역에서는 참 눈 소식 듣기가 어려웠던 이번 겨울이었습니다. 하지만, 내리는 순간에만 잠시 근사한 눈 소식 대신 더 멋진 소식들이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우리 그림책이 미국의 교과서에 등재되고 유수한 협회에서 상을 받으며, 우리 그림 작가들이 2005년 볼로냐 도서전의 초대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소식들입니다. 이런 일들이 부디 우리 어린이 책 동네를 더욱 튼실하고도 풍성하게 키워 가는 좋은 양분이 되리라는 믿음을 품고서 새 봄을 기다립니다.

글쓴이 편집인 조원경 | 2005년 0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