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4월 통권 제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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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선생님, 선생님들

얼마 전, 제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 선생님 내외분을 오랜만에 모시고 식사를 했습니다. 지하철 역으로 마중을 나갔더니, 선생님은 유기농 과일 상자들을 양손에 들고, 사모님은 커다란 난 화분을 가슴에 품어 안고 계단을 오르십니다. 인자한 두 분 선생님과 옛 시절 제자가 만나서 나눈 첫 대화는 이렇습니다. ‘선생님, 여전히 씩씩하시네요!’ ‘너도 여적 그리 똑같이 사냐?’ 선생님들도, 저도, 부러 세월을 이야기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학교 졸업 사진첩을 꺼내 이리저리 들춰 보며 사람들을 기억하다 보니, 그 때로부터 딱 36년이 흘렀음을 알게 됩니다.

제 선생님은, 잠시 초등학교 교사를 지낸 후 몇 해 동안의 유학 기간을 거치고서 대학에서 영어 영문학 교수로 계시다 몇 해 전 은퇴하셨습니다. 요즘은 매일 아침 삶은 달걀 세 알, 막걸리 한 통을 들고서 북한산에 오르신다 합니다. 이 능선 저 능선 노닐며 산꽃들을 바라보다 해질녘이면 그 좋아하시는 우리 가곡, 이태리 가곡 들을 부르며 산을 내려오시겠지요. 이런 선생님을 돕고 아이들을 키우며 40년을 초등학교 교사로 지내다 은퇴하신 사모님은 집의 작은 뜨락에서 수수한 꽃들을 돌보신다 하고요. 바쁘지 않은 고즈넉한 저녁 시간엔, 선생님들 좋아하시는 클라리넷이나 피리 연주곡들을 들으며 쉬시겠지요. 오랜만에 옛 시절 선생님을 뵙고 나니 이제까지 제가 공부하며 만났던 많은 선생님들, 제 아이가 학교에서 만난 선생님들까지 되짚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  『열린어린이』의 여러 선생님들 모습 또한 떠올리게 됩니다. 교실에서 좋은 책들을 아이들과 함께 읽기 위해 노력하는 선생님들, 어린이들이 책을 부담 없는 친구로 여기며 즐기게 하기 위해 도서관 등 여러 공간에서 애쓰는 선생님들, 어려운 주제도 책을 통해 쉬이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각 분야에서 이런저런 방법을 애써 찾는 선생님들이 계십니다. 우리 선생님, 선생님들, 부디 지금처럼 오래오래 지내시기 바랍니다. 선생님들 지금 모습을 많은 이들이 두고두고 즐거이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글쓴이 편집인 조원경 | 2007년 0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