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 통권 제60호
속 깊은 책 이야기
사진과 시
책 세상 나들이
특별 원고
즐거운 책 읽기
열린어린이 서평
주목 받는 새 책
열린어린이가 권하는
이 달의 책

편집인의 글

더불어 숲

이맘 때 컴퓨터를 켜면, 가을 정취를 담뿍 느끼게 해 주는 사진들이 여기저기 구석에 숨어 있습니다. 그러다 알아봐 주는 손길을 만나면 문득 화면을 채웁니다. 하늘빛까지 노랗게 보이게 하는 은행나무 길도 볼 수 있고, 가을 산 속 굽이굽이 이어지는 단풍나무 길도 볼 수 있습니다. 남녘 어느 강변엔가 펼쳐진 갈대밭 속 좁다란 길도, 서울 하늘공원의 노란 풀숲 길도 있습니다. 전에는 이런 좁은 길을 고즈넉하게 걷는 맛을 많이 즐겼던 것 같습니다. 좁은 길이나 외길이라 하면 왠지 꼿꼿함, 고고함, 정의로움, 이런 단어를 연상하게 되니까요.

그런데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세상에 외길이 어디 있겠나 싶습니다. 우리 눈에 쉽게 보이지 않아서 그렇지, ‘어느 만큼의 거리와 범위 안에’ 이런 식의 제한을 두지 않아서 그렇지, 조금 떨어진 곳들에는 같은 방향 길들이 있을 겁니다.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듯이 테두리와 넓이만 조금 키워서 본다면, 길들도 똑바로 혹은 약간 비스듬히 같은 곳을 향해 있는 것 아닐까요. ‘더불어 숲’에서는 어느 길을 따르든지 간에 위로든, 아래로든, 양 옆으로든, 사람 다닐 만한 길로 연결되어 있겠지요.

『열린어린이』 통권 제60호를 엮으면서 가져 본 생각입니다. 어느새 60호입니다. 월령으로 따지면 환갑이라고, 한 필자께서 이야기하십니다. 이 60호까지 어떤 길을 걸어온 걸까 드문드문 따져 보는 마음이 되었습니다. 가을 풍경들을 대하니 처음엔 고고한 외길들이 멋지게 눈에 들어왔지만 오래지 않아 나무와 풀과 여러 생명들이 함께 모여 있는 ‘더불어 숲’이 훨씬 더 근사하던 걸요. 하여, 『열린어린이』도 그렇게 우리 어린이 책 동네에서 여러 다른 존재들과 함께 섞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숲과 같은 존재가 되었는지 스스로 묻게 됩니다.

다음해를 준비하면서 우리 오픈키드 식구들과 함께 앉아 『열린어린이』를 샅샅이 뜯어보 았습니다. 각 꼭지별로 일 년과 그 이상을 살펴보니, 몇몇 꼭지를 묶은 단락 안에서 각 꼭지들을 살펴보니, 또 책 전체를 놓고 이리저리 꼭지들을 비교하며 살펴보니, 부끄러운 점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 말고 앞에 다가오는 시간을 생각하며 통권 제70호, 제80호, 그리고 제100호 때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상황일까 상상해 보니 즐거워집니다. 『열린어 린이』를 읽으시는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글쓴이 편집인 조원경 | 2007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