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6월 통권 제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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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조각을 이어 역사를 짜다

이른 아침에 동네 공원, 작은 숲 속으로 들어서면 아주 행복합니다. 다른 때는 그저 나무들, 풀들, 꽃들이었는데 가까이서 자주 대하다 보니 각 이름을 찾게 됩니다. 벌써 맺히기 시작하는 저 열매는 무엇일까, 저 곧게 뻗은 나무는 나이가 얼마나 되었을까, 저 키 작은 풀들도 물론 제각각 이름을 갖고 있을 터인데 어느 책에 잘 나와 있더라? 그저 소박한 생명체로 그곳에 서 있기만 하던 식물들인데, 내가 관심을 품고 자꾸 바라보자 이제 여러 가지가 궁금해지고 이런저런 이야깃거리도 생겨납니다. 그저 해를 바라며 숨 쉬고, 흙에서 기운을 받는 그 생명체들이 얼마나 멋진지 모릅니다.

그 어디, 달리 비할 데 없던 고즈넉함은 공원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아쉽게 사라집니다. 길 건너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는 벌써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기들끼리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대화하면서, 빠른 발걸음과 일손으로 하루 노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굴착기도 구를 준비를 합니다. 0교시 수업을 위해 학교로 향하는 학생들과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직장인들이 잰 걸음으로 횡단보도를 건넙니다. 병원 장례식장에서는 매일매일 운구차가 출발합니다. 아침 공원은 그저 작은 섬일 뿐입니다.

며칠 전 비가 많이 내리던 휴일, ‘생명평화 순례단’을 따라 팔당댐 언저리를 걸었습니다. ‘생명의 강을 모시는’ 마음으로 백 일 넘게 우리 강을 따라 전국을 걷고 다시 서울로 들어오는 길목에 들어선 순례단 뒤꽁무니를 고작 몇 시간 따라 걸어 본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 역사가 발전하고 있는 건가, 우리 사회는 지금도 진보하고 있는가 아니면 단지 변하고 있는가, 그런데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 진보이며 발전인가, 이런 질문을 속으로 삼켰습니다. ‘올바른’ 역사 인식이나 역사 이해, 전에는 자주 썼던 이런 단어들이 현재도 필요하고 유효한가요?

요즘은 ‘환경의 달’로 더 익숙한 6월이 예전에는 오랫동안 ‘나라 사랑의 달’이었습니다. 우리도 곰곰이 역사를 생각해 봅니다. 교과서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역사란 예전을 기억하며 지금을 살고 앞날을 준비하는 것이지요. 이 달 『열린어린이』는 우리가 살아내는 순간들과 세월, 그리고 사람을 씨줄과 날줄 삼아 엮고 이어서 짠 역사 조각보를 펼쳐 보입니다. 존재이자 장소이며 기억인 것, 이것이 삶이자 역사 아니겠는지요.

글쓴이 편집인 조원경 | 2008년 0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