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통권 제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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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물 따라 길 따라

한낮에 시간이 나는 어느 하루, 긴 산보를 하게 되었습니다. 여의도 공원에서 잠실까지, 강물을 따라서 여러 시간. 한강을 따라 남북으로 쭉 만들어진 수십 킬로 둔치 길을 걷거나 자전거 타고 지난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읽고 듣고 했던 터지요. 점심 약속이 갑자기 취소되자 들르게 된 여의도 한강 공원에서 코스모스 밭과 강물을 보자, 갑자기 호기심이 입니다. 오후에는 후배와 남산이라도 걸을까 싶어 신고 나온 등산화를 쳐다보니, 이젠 욕심까지 동합니다.

여의도에서 갈라지는 샛강을 보호 보존하기 위해 공사 중이라는 표지판을 지나니, 아직 피어 있는 꽃무리들이 아기자기합니다. 평일 낮이라 걷는 이들은 거의 없고 화려한 복장을 갖춘 자전거 족이 많습니다. 딱 자전거 왕복에만 적당할 듯 좁다란 2차선 길에서 쌩쌩 지나는 자전거들 피하랴, 꽃밭 구경하랴, 몸과 마음이 분주한데 뒤에서는 계속해서 치르르르 소리가 납니다. 안전을 위해 오른쪽으로 다니라는 표지판 지시대로 걷는데, 자전거가 자꾸만 등 뒤를 위협하니 불안한 걸, 뒤돌아보니 웬걸 자전거는 없습니다. 두세 번을 똑같이 그리하고서야 깨닫습니다. 아하, 풀벌레 소리구나, 난 정말 바보로군.

노량철교 밑 음침하고 시끄럽던 구간을 지나 동작대교를 지나니, 갈대밭이 자주 펼쳐집니다. 갈밭과 강물, 가을하늘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 우리 디자이너에게 갖다 주면 좋아하겠군 싶어 손전화기로 찍어 봅니다. 전화기로 보기에는 근사하지만, 용량이 너무 작으니 곧바로 반품되겠습니다. 흠, 이래서 무겁고 귀찮아도 사람들이 사진기를 갖고 다니나 보군. 수상 스키와 웨이크 보드 타는 모습들, 반포대교 밑 그 문제되는 분수대 언저리도 구경합니다. 드디어 목적지인 잠실 종합운동장 근처에 다가오니 길과 사람과 자전거들이 아주 분주해집니다. 양재천과 성남으로까지 이어지는 탄천과 만나는 지점을 드디어 찾았습니다. 시계를 보니 여의도 공원에서 출발한 지는 다섯 시간, 걸은 거리는 약 18킬로미터. 이 탄천을 따라 한 시간만 더 걸으면 집인데, 마저 걸을까 말까…….

이 달에는 “나를 찾아서” 책을 엮었습니다. 여행하며 자기 앞날을 그려보는 꼬마 아가씨 이야기, 이른바 반항기에 들어서는 머리 굵은 친구들이 자아 찾는 이야기 들을 읽고 편집하면서, 우리들이 판단하는 ‘나’와 아직 어린 친구들이 느끼는 ‘자기’가 갖는 같음과 다름에 대해 궁리하게 됩니다. 다른 이들과 맺는 여러 관계들 속에서 만들어지고 찾아지는 ‘나’임을 좀 더 확실하게 아는 것이 어른들이라면, 가능성과 창의성을 그득 품은 채 열려 있는 것이 아이들 생각인 것 같네요. 어른이건 아이건, 모쪼록 좋은 날들 만드시기 바랍니다.

글쓴이 편집인 조원경 | 2008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