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02월 통권 제99호
속 깊은 책 이야기
녹색손 자연 편지
책 너머 세상 읽기
더불어 책 읽기
열린어린이 서평
주목 받는 새 책
열린어린이가 권하는
이 달의 책

편집인의 글

가능할까?

기쁘고 즐거운 시간들이 연잇는 절기, 그 한가운데입니다. 세밑 잔치 분위기를 즐기다 보면 1월. 새것을 한참 준비하고 챙기다 보면 2월. 설날을 맞아 온 가족과 민족이 들썩 거리다 보면 3월. 그러면 새 학년, 새 학기, 새 학교, 새 사람들, 또 다시 새것들로 가득해집니다. 모든 걸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흐름 속에 진짜 작은 달 2월이 소박하고도 진중하게 들어 있네요.

요즘 부쩍 건강이 안 좋아지신 어머니 곁에서 더러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 때는 책을 들고 뒹굴 거리는 것이 보통이지요. 문득, 소파에 등을 기댄 채 물끄러미 무언가를 쳐다보는 듯 안 보는 듯, 아주 적막하기만 한 어머니 표정이 제 시선에 붙잡힙니다. 엄마 뭐 생각해, 이리 물어 그 고요함을 깨트리지 못한 채 그 먹먹함의 정체가 무언지 궁금해집니다. 책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는, 안 쳐다보는 척하며 자꾸 흘깃거리곤 하지요.

노년의 고독, 혹은 노인의 침묵, 그 안엔 무엇이 들어 있는 걸까요. 텅 빈 듯도 하고, 너무도 조용하고 먹먹한, 그런 고독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말 텅 빈 것일까요? 아니면 세월, 연륜, 사랑, 인생, 이런 것들로 꽉 채워져 있던 그 무엇인가가, 세월에 따라 점차 녹아들면서 그냥 ‘영혼’ 비슷한 걸로 변해가는 과정인 걸까요.

요즘, 방송에서 온갖 신년음악회들이 소개되더군요. 희망과 기대와 욕심에 가득 찬 신년음악회식 음악이나 혹은 미술, 연극 따위에서 새로움, 진정성, 이런 것을 찾는 것이 가능하던가요? 내 안이 소망 기대 기다림 욕심, 이런 것들로 가득 차 있다면 온갖 방법 동원하여 비워내기, 가능한가요? 그러다 또 내 안이 너무도 허전해지면 선하고 순결하고 명징한 어떤 것들을 찾아 채워 넣기, 가능할까요? 때로는 오만할 정도로 바삐 돌아치기, 그러다 후회스러워진다면 찬란할 정도로 게을러지기. 이런 것들도, 이 재미있는 달 2월에 가능할는지요.

2월. 설날과 대보름을 지나면 ‘얼었던 땅이 녹아서 풀리기 시작할 때’인 해토머리에 들게 된다고 합니다. 땅이 풀리는 그 머리맡에서라면, 뭔가 새로 지어내는 활동을 해야 할 것만 같지요. 이런 때, 무엇이나 가능하시기 바랍니다. 마음으로 세배 드려요.

글쓴이 편집인 조원경 | 2011년 0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