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02월 통권 제159호
속 깊은 책 이야기
책 너머 세상 읽기
더불어 책 읽기
열린어린이 선정 이달의 좋은 책
열린어린이 서평
주목 받는 새 책
열린어린이가 권하는
이 달의 책

편집인의 글

든든한 울타리를 그리며
이사를 하고 나서 책꽂이를 정리하였습니다. 동생네가 만들어 준 책장 덕에 여기 쌓이고 저기 처박혀 있던 책들도 제자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먼지를 털고 닦아 가지런히 책장에 꽂았더니 서로 읽어 달라는 듯 책들이 저마다 뽐을 내고 있습니다. 날이 아직 추우니 겨울잠 자는 셈 치고 따뜻한 집에서 이 책 들춰 보고 저 책 넘기며 그윽하게 남은 겨울을 보내고 싶어졌습니다.

그런데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렇게 느긋이 시간을 보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몰려오네요. 그런 사소한 행복이 문득 미안해집니다. 이 땅이 몹시 춥다는 걸, 봄이 아직 멀다는 걸 실감하는 현실들 때문입니다. 열한 살 아이는 아버지를 피해 집 밖으로 도망쳐 나왔고 지금 어딘가에서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있을 겁니다. 그 흔한 졸업도 못하고 시퍼런 바다 밑에 있을 자식 생각에 어떤 부모는 울고 있겠지요. 사과 아닌 사과를 이제는 받아들이라는 말에, 어두운 과거일랑 털어 버리라는 말에 울분 터트리는 할머니 소식도 들려옵니다. 얼음판 위에 고꾸라진 듯 까마득해집니다.

든든한 울타리가 되는, 진정한 집이, 진정한 나라가 우리 곁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새삼 절실해집니다.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 모습도 그릇되지만 자기 본분을 잃은 어른들 때문에 또 어떤 아이가 굶주리고 내팽개쳐질까 걱정스럽습니다. 나라 잃은 백성이라서 열셋 열다섯 어여쁜 나이에 전쟁의 그늘로 끌려간 시간이 혹독했는데, 어엿한 나라 국민인 지금에서도 그 억울한 마음 하나 풀지 못하니 할머니들은 얼마나 가슴 미어질까요? 여전히 역사의 뒷전에 떠밀려 있는 할머니들입니다.

서서히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2월입니다. 시리고 시린 이 시절들도 꽃 향기 나는 봄으로 갈 수 있겠지요. 꽃 향기 아래 모두 노래하고 책 읽는 봄이 되면 좋겠습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찾아가는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두 손 모아 소원 빌 정월 대보름도 다가옵니다. 보름달 뜨면 올해는 꼭 소원을 빌고 싶습니다. 사소한 행복을 편히 누리는 평안한 세상이 되기를, 누구든 자기 자리를 제대로 지키며 든든한 울타리로 살아가기를, 할머니들의 아픈 마음이 진실로 풀어지기를.

글쓴이 편집인 김원숙 | 2016년 0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