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통권 제180호
속 깊은 책 이야기
책 너머 세상 읽기
더불어 책 읽기
열린어린이 선정 이달의 좋은 책
열린어린이 서평
주목 받는 새 책
열린어린이가 권하는
이 달의 책

편집인의 글

백팔십
백팔십은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완벽한 형태나 완전을 뜻하는 원의 절반이 백팔십도이지요. 어떤 일이 정반대의 방향으로 바뀌었을 때, 무언가 확연한 변화가 있을 때 우리는 백팔십도 달라졌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삼각형의 각을 모두 더하면 백팔십도가 된다고 정의 내리지요. 그 원리를 이용하여 각도를 알아내는 수학 문제를 풀 때는 무척 골치 아프긴 했지만 원리 자체가 신비로웠던 건 인정할 수밖에 없지요.

2017년 11월로 열린어린이가 통권 180호를 맞게 되었습니다. 2002년 12월부터 매달 빠짐없이 펴내며 15년 넘게 독자들과 만났습니다. 그 긴 세월을 지나 180호를 내놓으며 곰곰 생각하고 돌아봅니다. 저희 열린어린이가 완벽을 향해 가는 절반 어디쯤 도달한 것인지, 어린이 책을 읽는 새로운 눈을 제시해 어린이, 학부모와 선생님 들에게 명확히 달라진 무언가를 전하였는지…. 편집자의 마음속에, 독자 여러분의 마음속에 어떤 답이 남았을까요.

지금은 무르익은 가을 정취를 느끼기 좋은 때입니다. 울긋불긋 단풍 든 설악산,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숲길, 바람 따라 물결처럼 흔들리는 억새, 단아하게 피어나는 국화, 줄줄이 매달려 붉은 곶감…. 우리 사는 곳곳에는 계절을 마음껏 느낄 풍광들이 많이 있습니다. 봄과는 백팔십도 다른,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기 전 뜨겁게 태우는 아름다움입니다. 그러니 그 모습을 기꺼이 감상해 주고 싶어지네요.

나뭇가지에서 마지막 자태를 빛내던 이파리들이 곧 하나둘 떨어지겠지요. 그러고 나면 겨울 채비를 해야 할 겁니다. 김장도 하고 땔감도 준비해 두고, 끝물인 가지며 호박이며 무청을 가을바람 가을볕에 잘 말려 두어야겠지요. 두툼한 겨울옷도 찾아 두고요. 그리고 봄 여름 가을을 즐겼던 이야기까지 고이 갈무리해 두면 금상첨화이겠지요. 따뜻한 아랫목에서 한 자락 한 자락 펼쳐 나누며 한겨울을 날 수 있게요. 그래야 또 백팔십도 달라진 새봄을 기꺼이 맞을 수 있겠지요. 독자 여러분 모두 남은 가을날을 즐기시고 행복한 추억 쌓으시길 바랍니다.

글쓴이 편집인 김원숙 | 2017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