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통권 제1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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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의 서평]
동글동글 달 같은 동시

박고은 | 2017년 10월

긴 연휴는 모두 잘 지내고 계신가요? 이번에는 개천절, 추석, 한글날이 이어져 긴 연휴를 보내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잘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평소에 잘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며 풍요로운 시간 보내시길, 두둥실 떠오른 달 보며 마음속 소원도 비시길 바랍니다. 달을 보면 생각나는 것이 많습니다. 보통은 전이나 빵 같은 맛있는 음식이 생각나곤 하는데, 이달에는 『빵점에도 다 이유가 있다』 동시집이 생각날 것 같습니다. 빵점의 숫자 0이 동그란 달과 닮기도 했지만, 동시집의 동시들이 동글동글한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저자 역시 시인의 말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시는 마음을 말갛게 한다./ 즐겁게 한다./ 설레게 한다. (중략) 그래서 동시는 까칠하고 뾰족한 마음을 동글동글하게 한다./ 정말 동글동글한 동시다.”

이 동시집은 54편의 작품이 4부로 나뉘어 있습니다. 동시집에서 받았던 느낌은 크게 3가지였습니다. 첫째로 말갛고 당당한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표제작이기도 한 「빵점에도 다 이유가 있다」의 부분을 인용해 봅니다.

엄마, 믿어 줘/ 나 이번 시험 진짜 자신 있었거든/(중략)/ 공부한 거는 생각 안 나는데/ 아빠가 성적보다 건강이/ 중요하다고 했던 거는 생각나는 거야/ 그래서 대충 찍고 잤어/ 나 잘했지?/ 걱정마/ 다음에 잘 치면 되지 뭐

빵점 맞은 아이가 엄마 앞에서 열심히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이는 듯합니다. 빵점을 맞아도 당당하고 말간 아이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엄마도 아이를 혼내려다가 피식 웃으며 ‘그래 다음에 잘 쳐라’ 할 것 같습니다. 외에도 「주인공」에서는 난쟁이 똥자루라 놀림 받던 아이들의 유쾌한 계주 이야기가 나옵니다. 보통 계주는 운동회의 꽃이라 불리며 마지막에 합니다. 놀림을 받던 아이들이 그 운동회의 백미를 자기들 것으로 가져와 멋지게 장식한 것이 기특합니다. 계주의 기본 방식 대신 자기들이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당당히 주인공이 된 것이지요. 「덧니」는 자신을 사랑하는 당당한 아이의 마음이 가장 잘 드러난 시입니다. 엄마 아빠는 교정 끝나기 전까진 절대 덧니를 보이지 말라고 하지만, 덧니는 덧니 자체로 매력이라고 말하는 시이지요. 독자들도 이런 자존감을 꼭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둘째로 재미있는 말장난 같은 시가 보였습니다. 요즘은 래퍼들이 인기가 많습니다. 래퍼를 꿈꾸는 아이들도 많지요. 그런 아이들이 보면 즐거워할 것 같다 생각했습니다. 「귀뚜라미」는 ‘귓구멍이 막혔니?’라는 엄마의 꾸중을 듣고 마당에 나온 아이의 귀에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귀뚫(어 줄까?)’하고 들리는 상황을 재미있게 풀어낸 시입니다. 「밥상」은 상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엄마의 사랑을 느끼게 했습니다.

엄마한테/ 만날 받는 상/ 밥상// 학교에서/ 야단맞고/ 벌 받고 와도// 엄마는 언제나/ 따뜻한 상을 줍니다

「바람 바람 바람」은 선생님에게 빼앗긴 공을 받고 싶은 바람, 공에서 빠지는 바람, 선생님에게 전화를 건 엄마의 바람을 하나의 시에 넣어 재미를 주었습니다.

셋째는 소외된 이들의 모습을 그렸다는 것입니다. 동시 주제는 어린이, 노인, 동식물의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만병통치약」에선 계곡에 쓰레기가 많아 사람들이 안 오니, 가재가 다시 나타났다는 것을 계곡 학교에 자퇴한 가재가 나타났다고 표현하였고, 「성형수술」에선 사람들이 보기 좋게 나무의 모습을 바꾸는 것을 향나무가 성형수술을 했다는 것으로 표현했습니다. 특히 4부 전체는 쓸쓸하고 외로운 노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추석에 혼자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그린 「효자달」입니다. 홀로 있는 할아버지의 등을 보름달이 만져 준다는, 참 따뜻한 시입니다.

추석 날/ 텔레비전만 켜 놓은 방/ 할아버지 혼자/ 웅크리고 누워/ 효자손으로/ 박박, 등을 긁고 있네// 어느새/ 보름달빛/ 창문 안으로 들어와/ 할아버지 등을/ 살살, 어루만져 주네

긴 연휴이긴 하지만, 쉬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오히려 더 외로워질 분도 있을 것입니다. 「효자달」에서 나온 것처럼 모두에게 내리는 따뜻한 달빛으로나마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고은 | 열린어린이에서 편집 일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어린이 책을 보는 눈을 기르고 좋은 어린이 책을 만들기 위해 차근차근 배움을 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