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통권 제1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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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책 읽기 신나는 교실]
꿈을 잃어 가는 아이들, 찾고 싶은 꿈

백경필 | 2017년 11월

“꿈이 무엇인가요?” 학생들에게 꿈, 진로에 대하여 물을 기회가 많다. 교과서에도, 현장 체험 학습에도, 학생 기록부에도 ‘진로 교육’이 강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2학년 아이들을 가르쳤을 때 아이들의 ‘꿈’은 진정한 ‘꿈’이었다.

“‘꿈’이 뭐예요? 저는 꿈을 잘 꾸지 않아요.” “그런 뜻도 있지만 이 ‘꿈’은 너희들이 하고 싶은 것이나 되고 싶은 것이야.” 아이들은 곧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꿈을 이야기했다. 송현이 꿈은 토끼를 키우는 것, 승환이는 솜사탕을 마음껏 먹는 것, 민지는 강아지가 건강해지는 것이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꿈’과 달라 놀랐다. 하지만 교육 과정에는 ‘꿈’이란 ‘장래 희망’이니 ‘직업 사전’을 만들라고 명시되어 있다. 나는 직업 사전을 뒤로 한 채,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을 읽고 ‘꿈’의 색과 진정한 ‘꿈’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그 이후 ‘꿈’ ‘진로 교육’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가졌다. 올해 만난 6학년 네 명의 학생들과 어떤 책으로 꿈에 대해서 이야기할까, 생각하다 정연철 작가의 『주병국 주방장』을 알게 되었다. 여섯 편의 단편 중에서 주인공 주병국이 자신만의 꿈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표제작 「주병국 주방장」은 아이들과 ‘꿈’ ‘장래 희망’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딱 좋았다.

먼저 6학년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6학년 아이들은 꿈이란 장래 희망, 미래 직업임을 알았다. 그 대답은 언론에서 조사한 내용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알려 주었다. “그냥 돈 많이 버는 것이면 다 좋아요.” “엄마, 아빠가 공무원이 최고래요.” “돈 많이 버는 직업이 뭐예요?” 막상 그런 대답을 들으니 몸에 힘이 쫙 빠졌다. 아이들에게 진짜 꿈을 묻기 위해서, 진정한 ‘꿈’은 무엇인지 찾기 위해 책을 읽었다.

시장 통닭집 외아들인 주병국은 호텔 주방장이 되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엄마한테는 씨도 안 먹히는 소리다. 엄마가 원하는 직업은 공무원이다. 엄마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병국이의 학원비를 대어 주지 못하는 것을 부모 역할을 못하는 것이라고 여기며 미안해한다. 이후 주방장을 꿈꾸는 아이와 그걸 반대하는 부모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반 아이들 부모님도 가끔 뭐가 되고 싶냐고 물어본다고 했다. 윤지는 성우가 되고 싶은데 자기 마음을 아빠가 무시한다고 했고, 혜민이는 공무원이 최고고 부모님도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을 가지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작년에 전학 온 혜민이는 ‘돈’이 인생의 전부라며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돈을 많이 쓴 것을 가장 후회하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고, 대학 또한 돈이 들기 때문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13살 소녀의 소원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이라니…. 혜민이는 환경미화원이 되고 싶다는 영우 말에도 그건 더럽고 돈을 못 버니깐 하지 말라고 딱 잘라 이야기할 정도다.

언제 혜민이 어머니와 상담할 기회에 그런 혜민이 생각에 대해 이야기하니 어머니는 왜 그걸 문제로 여기냐고 말했다. 혜민이가 철이 들어서 그런 거라고 했다. 혜민이 생각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었다. “주방장 좋아하시네! 엄마 아빠 고생하는 거 안 보이나? 요즘 같은 땐 기냥 에오콘 빵빵하게 나오는 동사무소 겉은 데 편하게 앉아서 콤퓨타 뚜드리는 기 장땡이라. 그라믄 엄마 아빠처럼 입에 풀칠하는 거 걱정 안하고, 얼매나 좋노?” 아이들도 병국이 엄마 말처럼 돈 잘 버는 직업이 최고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그래서 질문을 바꾸어 다시 물었다. “똑같이 돈을 번다면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니?” 아이들은 머뭇거리다가 신나서 이야기했다. 혜민이는 방송 작가, 윤지는 성우, 영우는 환경미화원, 형진이는 라면 가게 사장님이다.

“요리 관련 카페나 블로그에 올라와 있는 온갖 요리를 감상하며 군침을 질질 흘리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정보가 있으면 스크랩을 해서 내 블로그에 올린다.” 아이들은 공부보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병국이 모습을 부러워했다. 일단 꿈이 명확한 것에 놀랐다. 아이들은 병국이가 친구들을 불러서 요리를 만들어 주고 호텔 주방장이 되겠다고 당당하게 말할 때 제일 부러웠다고 했다. 형진이도 부모님한테 당당하게 라면 가게 사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지만 엄마가 돈 못 벌고 힘드니깐 다른 걸 해 보라고 권유하셨다고 했다. 안타까웠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잘 할 수 있는 형진이인데, 매일 인터넷 강의와 문제집 푸느라 맞지도 않는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니 방학 숙제는 다 했나? 맨날 콤퓨타 앞에 앉아가 게임이나 해 쌓고. 학원 끊었다꼬 좀 봐줬디만 안 되겄네. 도대체 커서 뭐가 될라 카노?”
“말했다 아이가. 호텔 주방…….”
“고마해라이! 누가 주씨 아이라 칼까 봐 그놈으 주방장 소리는, 쯧.”
무조건 반대하는 엄마 때문에 짜증이 났다.(본문 25쪽)


이 장면에서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자기 부모님 같다고 했다. 특히 혜민이는 전학 오기 전에 좋아하는 배구부에 들어가 즐거웠지만 엄마가 학원 다녀야 한다며 배구를 그만두라 했다고 한다. 혜민이가 관심을 가졌던 매니큐어 기구들도 다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것을 이야기할 때 왜 혜민이가 제일 망설였는지 알 수 있었다.

병국이가 혼자 힘으로 꿈을 키우기 위해 작전에 들어가고 마침내 엄마 아빠가 집을 비우는 날, 친구들을 불러 김치 닭갈비를 선보인다. 아빠가 엄마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 포도주를 곁들이는 부분에서 아이들은 묘한 관심을 가졌다. 어떻게 초등학생이 술을 마실 수 있냐며 반문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한 모금씩 마셔 봤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 복선을 따라 아이들은 병국이가 일을 낼 것 같다며 조마조마했다.

한바탕 소동이 있고 상처를 치료한 후 병국이와 엄마의 대화를 보고 작가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건가, 잠시 생각했다. 아이들은 병국이의 노력으로 요리 학원을 가게 되었다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꿈인 걸 알게 되었을 때 아이들은 “아, 그럼 그렇지. 엄마, 아빠들은 절대 그럴 리 없어.”라고 말했다.

책을 읽고 난 후 아이들과 함께 역할 인터뷰를 했다. 인물은 주병국, 엄마, 아빠, 그리고 친구들이었다. 각 인물들에게 던지는 질문을 두세 가지씩 만든 후 맡은 인물과 인터뷰하는 것이다. “왜 병국이가 요리사가 되는 것이 그렇게 싫은지.” “공무원이 되는 것은 병국이가 원하는 것이 아닌데도 시킬 것인지.” “엄마의 꿈은 무엇인지.” “어렸을 적 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는지.” 병국이 엄마에게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엄마 역할을 맡은 혜민이는 이렇게 돈 벌기도 힘든데 요리는 취미로 하고 안정적인 공무원이 최고라고 했다. 살기 힘들 때는 공부 잘하는 게 효도라고 대답했다. 혜민이가 엄마 역할로서 대답한 것이지만 왠지 본인이 엄마한테 듣던 말을 그대로 해 주는 것만 같아 씁쓸했다.

아빠 역할을 맡은 영우는 “병국이가 주방장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어떤지.” “아직도 엄마를 사랑하는지.” “왜 엄마 눈치를 보고 사는지.” 등의 질문을 받았다. “돈을 못 버는 가장은 무능력한 가장이라면서 눈치를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아이들은 웃으며 맞다고 했다. 참 먹먹한 대답이었다. “돈을 못 버는 사람은 가족이 아닌가요?” 물었을 때는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고 의견을 나누었다.

병국이 역할을 맡은 윤지는 “왜 꼭 주방장인지.” “엄마 말 듣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요리가 그렇게 재미있는지.”라는 질문을 받았다. “요리 만들 때, 요리를 생각할 때,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중에 윤지로 돌아와서 병국이처럼 하고 싶은 일이 있는 건 부럽다고 했다. 본인도 성우가 되기 위해서 인터넷을 찾아보고 싶다고 대답했다. 처음으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마지막으로 형진이는 아빠 회사를 물려받고 싶다고 하던 친구 현태와 승철이를 보며 아빠 가업을 물려받는 것이 부럽고 건물주가 최고라는 말을 했다. 어른들이나 여러 매체를 통해 현실의 부정적인 측면에 어린이들이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진로 교육이라는 명분하에 직업별 경쟁 구도에 아이들의 꿈을 밀어붙이느라 바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왜 일을 할까요? 사람들이 노동을 하는 이유가 뭘까요? 꿈이란 무엇일까요?” 이런 물음에 흔히 “먹고살려고!”라는 답이 돌아온다. 일을 해야 수입이 생기고, 그것으로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현실에서 입시 위주의 진로 지도, 부모님 권유에 의한 진로 결정, 자아에 대한 이해 부족, 직업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

어린이들은 동화책을 통하여 삶의 다양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이를 자양분으로 스스로 성장한다. 어른들도 동화를 통해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알아야 한다고 여긴다. 그들의 ‘꿈’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꿈’을 찾도록 도와줘야 한다. 아마 정연철 작가는 「주병국 주방장」을 통해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아이들의 ‘꿈’을 존중해 주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어느 교사가 이야기했다.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가 되어야 한다고. 우리가 이야기하는 장래 희망은 직업일 뿐인 명사라고. 꿈이 되기 위해서는 정말로 내가 하고 싶고 되고 싶은 것을 말해야 한다고 말이다. “나는 맑은 목소리로 사람들과 즐겁게 노래 부르고 싶어.” “나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싶어.” 같이 말이다. 우리 아이들이 자기 꿈을 진정으로 찾길 바란다.
백경필 | 강원도 원주에 있는 작은 학교에서 6학년 4명의 학생들과 알콩달콩 생활하고 있습니다. 책으로 학생들과 이야기 나누고 즐겁게 노는 것이 가장 행복합니다. 오늘도 힘차게 꿈을 향해 걷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