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1월 통권 제1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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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세상 이야기]
곤충들은 저마다 달라요

김순한 | 2008년 06월

퀴즈 하나 내 볼게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동물은 무엇일까요? 힌트를 준다면, 다리가 여섯 개입니다. 곤충이라고요? 딩동댕! 정답입니다. 지구에 사는 동물은 약 140만 종이고 그 가운데 곤충이 100만 종이 넘는다니 곤충만으로도 7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어요. 열대 밀림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곤충이 얼마나 많이 사는지 정확히 몰라요. 이것들까지 합친다면 어마어마한 숫자가 될 거예요.

지구는 곤충의 행성

곤충들은 많기도 많은 데다, 어디서나 살아요. 뜨거운 열대 밀림과 사막에서도 살고, 물속이나 땅속, 우리 집에서도 살아요. 영하 18도 이하의 온도에서 사는 것도 있고, 섭씨 49도나 되는 뜨거운 온천물에서 사는 것도 있어요. 그래서 지구를 ‘곤충의 행성’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곤충이 번성하고 있는 까닭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도 사는 곳과 먹이, 계절 등 주위 환경에 맞추어 스스로를 변화시켰기 때문입니다. 곤충들은 사는 곳에 따라 생김새도 제각각이랍니다. 물속에 사는 물방개는 뒷다리가 배를 젓는 노처럼 평평하게 생겨 헤엄치기에 좋아요. 반면에 땅속에 사는 땅강아지의 앞다리는 삽처럼 생겨서 흙을 파기에 딱 좋지요. 풀숲에 사는 메뚜기는 뒷다리가 튼튼하고 길어서 잘도 뛰어다닙니다.

곤충 전체로 보면 먹이도 아주 다양해요. 풀잎과 꽃가루, 과일 즙에서부터 다른 곤충, 똥, 사람과 동물의 피에 이르기까지 못 먹는 게 없을 정도라니까요. 이렇게 다양한 먹이에 따라 입 모양도 다릅니다. 나비는 평상시에 대롱처럼 생긴 긴 입을 돌돌 말고 있다가 쭉 뻗어서 꽃 꿀을 빨아먹어요. 잠자리는 살아있는 곤충을 씹어 먹기에 편리하도록 큰 턱이 발달해 있지요. 아이들이 어렸을 때 매미를 잡아서 입을 보여준 적이 있는데, 뾰족하고 침처럼 생긴 입을 보고 눈이 왕방울만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매미는 나무 수액을 빨아먹기에 알맞은 입을 가지고 있는 거지요.

뛰어라 메뚜기, 날아라 개미야

이달에는 곤충의 변화무쌍한 한살이, 다양한 곤충의 세계를 담은 곤충 그림책을 골랐습니다. 아이들이 운동장이나 놀이터, 아파트 화단에서 개미와 무당벌레, 나비 등 꼬물꼬물 곤충에 대해 세심하게 관찰하고 질문을 던지고,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려고 애쓰다 보면 ‘아! 곤충은 이렇구나, 곤충은 이런저런 특징이 있구나.’ 하고 무릎을 치면서 자연스레 곤충의 다양성을 깨달을 수 있겠지요. 좋은 과학책이라면 여러 가지 사실에서 하나의 개념이나 원리를 터득할 수 있는 안내자 역할을 할 테니까요. 맨 먼저 손에 잡은 그림책은 『뛰어라 메뚜기』입니다. 강한 붓 터치로 그린 메뚜기 한 마리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표지 그림부터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본문을 펼치면 등장하는 첫 문장은 “조그마한 수풀 속에 메뚜기 한 마리가 숨어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아주 무서운 녀석들이 메뚜기를 잡아먹으려고 노리고 있었지요.” 이미 메뚜기 한 마리가 두꺼비에게 꿀꺽 먹히는 화면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음 장을 넘기지 않더라도 메뚜기의 시련이 예상되지요. 사마귀, 거미, 새, 뱀 등 천적들이 도처에 가득하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메뚜기는 겁먹고 사는 것이 싫어져서 천적의 눈에 금세 뜨이는 큰 바위 위로 올라가 햇볕을 쬡니다. 아니나 다를까, 뱀에게 들키고 사마귀가 달려드는 그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다음 장면에선 엄마가 “메뚜기는 있는 힘을 다해 펄쩍 뛰었습니다. 그 바람에 뱀은 온몸이 우그러지고, 사마귀는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하고 달뜬 목소리로 책을 읽어 주고, 아이는 메뚜기가 뛰고 뱀과 사마귀가 부서지는 역동적인 그림에 흥분하여 손뼉을 짝짝짝 칩니다. 메뚜기는 하늘 높이 올라가다 아래로 떨어지고 말아요. 또 다른 천적인 물고기와 개구리가 입을 벌리고 있는데, 지금껏 한 번도 쓰지 않은 날개가 생각나서 온힘을 다해 날갯짓하며 멀리멀리 날아갑니다. 자기 날개로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날아갑니다. 다시마 세이조 작가의 탄탄한 스토리, 다소 거친 듯한 붓 터치와 강렬한 색감의 그림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 독자들도 사로잡을 만하지요. 냉혹한 먹이사슬의 법칙을 벗어나려는 메뚜기에게 절로 마음의 응원을 보내게 됩니다. 이 책을 읽는 사람 누구나 힘든 일이 닥쳐도 저마다의 꿈을 펼치기 위해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되길 바랍니다.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친숙한 곤충의 생활을 담아낸 그림책으로 『네가 무당벌레니?』와 『개미가 날아올랐어』를 꼽을 수 있습니다. 두 책 모두 제목부터 눈길을 끌어요. ‘네가 무당벌레니?’는 책의 제목이면서 동시에 첫 문안입니다. 독자들에게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은 충분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요. “네가 무당벌레니? 네가 무당벌레라면 네 엄마 아빠는 이렇게 생겼지.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먹고 살아.” 따뜻한 색감의 일러스트와 정답게 말을 건네는 것처럼 이끌어 가는 독특한 화법은 이 작은 생명체와 교감할 수 있는 길잡이 노릇을 해주고 있어요. 아이들이 풀밭에서 빨간 바탕에 검정 무늬를 한 무당벌레를 발견하면 반가워서 “네가 무당벌레니?” 하고 말을 건네지 않을까요?

‘개미가 기어다녔어’도 아니고 ‘개미가 굴에서 들락날락거렸어’도 아닌 『개미가 날아올랐어』 이 책은 제목을 고심하여 붙인 흔적이 보여요. 부지런히 기어다니는 개미를 관찰한 아이들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법합니다. 개미가 날아올라서 무얼 하는 건지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테니까요. 바람이 잔잔한 초여름 날, 수개미들과 여왕개미들은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결혼비행을 합니다. 짝짓기를 마치면 수개미는 죽고 여왕개미는 굴을 파고 알을 낳기 시작하지요. 사계절을 배경으로 땅속의 개미굴을 옮겨 놓은 듯한 세밀화가 생생합니다. 개미 몸에 난 털 한 올 한 올에서, 물고 뜯고 잡아당기는 개미들의 싸움 장면에서 그림 작가의 노고와 치열함을 엿볼 수 있지요. 입말체의 리듬감 있고 편안한 문안과 함께 아이들은 자연 속 개미와 만나는 기쁨을 누릴 거예요.

몸을 지키는 방법도 보금자리도 가지가지

곤충들은 저보다 커다란 벌레들, 새나 동물로부터 제 몸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할까요? 『벌레들의 작전』에서는 풀이나 땅 색깔, 나무 빛깔과 몸빛깔이 같은 곤충들이 숨바꼭질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만날 수 있어요. 풀줄기에 앉은 메뚜기, 나무줄기에서 쉬고 있는 나무껍질밤나방을 찾아보는 즐거움을 준답니다. 숨바꼭질 작전뿐 아니라 혹바구미의 죽은 척하기 작전, 독가스를 내뿜는 폭탄먼지벌레의 겁주기 작전 등 다양한 곤충들의 생존 전략이 재미나게 펼쳐지지요. 책 구성이 짜임새가 있어서 관찰과 비교, 발견의 즐거움을 주는 그림책이라 여겨집니다. 『벌레들의 작전』이 번역서라면 『곤충들의 살아남기』는 우리 자연을 배경으로 한 곤충 그림책이라서 반갑습니다. 날아가기, 숨기, 죽은 척하기, 독가스 내뿜기, 위장하기 등을 통해 천적으로부터 살아남는 방법을 부드럽고 투명한 색감의 세밀화로 보여주고 있어요. 도입과 마무리 바닥을 빼고는 생존 전략이 열두 장면이나 연속해서 한 박자 리듬으로 구성된 탓에 약간 지루한 느낌을 주는 점이 아쉽군요.

그림책이면서 정보가 풍부해 미니 도감 역할까지 하는 곤충 책이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세밀화로 보는 곤충의 생활』을 고르겠지요. 책 판형이 아주 시원스럽습니다. 봄에는 탈바꿈, 여름에는 먹이사슬과 보호색, 가을에는 짝짓기와 산란, 겨울엔 겨울나기 등 곤충의 생활을 계절따라 관찰할 수 있는 내용 중심으로 꾸몄어요. “겨울엔 곤충들이 어디 있나요?” 아이들이 흔히 던지는 질문입니다. 눈 덮인 겨울 들판에선 곤충을 찾아보기 힘드니까요. 책장을 넘겨 볼까요? 우와! 곤충들은 알로, 애벌레로, 번데기로, 어른벌레로 겨울을 난답니다. 정말 여러 가지 모습으로 겨울나기를 하는군요. 어디 그뿐인가요? 곤충들은 나무 그루터기 속, 물 속, 땅 속을 보금자리 삼아 겨울을 지내고 새봄을 기다립니다. 세밀화로 펼쳐지는 다양한 곤충의 세계에 입이 딱 벌어질 것 같군요.

‘종 다양성’, ‘생물 다양성’이란 말이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요즘 곤충만큼 다양성을 보여주는 게 또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환경에 맞추어 스스로를 끝없이 변화시킨 곤충과는 달리 사람들은 물과 공기를 더럽히고, 산을 깎고, 바다를 메우면서 주위 환경을 마구 바꾸어 버리고 있습니다. ‘다양성이란 좋은 것, 훌륭한 것이다.’ 곤충이 우리들에게 보내는 소중한 메시지가 아닐까요? 곤충 그림책을 읽고 자란 어린이들이 언젠가 이 메시지를 깨달으리라, 이런 바람을 가져 봅니다.
김순한│이화여자대학교와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어린이 책을 만들었고, 어린이 생태잡지 『까치』 편집장을 지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마음의 울림을 주는 자연책, 과학책을 쓰는 일이 꿈이랍니다. 지금까지 쓴 책으로는 『양재천에 너구리가 살아요』 『거미 얘기는 해도해도 끝이 없어』 『씨앗은 무엇이 되고 싶을까?』 『구더기는 똥이 좋아』 등이 있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