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1월 통권 제1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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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를 찾아서]
아이들과 눈을 맞추는 작가 김영주

공혜조 | 2003년 04월

김영주 선생님
자장면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짬뽕과 탕수육도 아마 그럴 테지요. 누구나 그 서민적인 맛과 정취를 아는 음식, 자장면과 짬뽕과 탕수육을 제목으로 삼은 유쾌한 동화 『짜장 짬뽕 탕수육』도 어린이 책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읽어 보셨을 테지요. 낯선 학교, 낯선 교실에서 낯선 친구들과 지내며 마음 고생을 하다가 유쾌하게 어울리는 초등 학교 3학년 종민이가 주인공인 『짜장 짬뽕 탕수육』은 김영주 선생님이 쓴 책입니다. 열세 해 동안 아이들과 뒹굴며 웃고 우는 김영주 선생님도 종민이처럼 이번 3월에 학교를 옮겼습니다. 옮긴 지 채 한 달이 안 되는 남양주 금곡 초등 학교로 선생님을 뵈러 갑니다. 선생님은 2학년 백합반 담임을 맡고 있습니다.

전근 첫날, 비가 내려 진흙탕인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가’반, ‘나’반, ‘다’반으로 나뉘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아이들이 종업식 날 나눠 준 통지표에 적힌 ‘가’‘나’‘다’를 어떻게 기억하고 제 반을 찾아갈까 걱정스러웠다는 선생님, 과연 우려한 대로 선생님 반에 배정된 아이들을 데리고 교실에 들어와 이름을 부르며 아이들을 확인하는데, 한 명이 남았다고 합니다.

“자기 이름 안 부른 사람 손 들라고 했더니 아무도 손을 안 들었어요. 나중에 한 명씩 일일이 확인해 보니 작은 여자아이가 끝까지 이름이 안 불리고 남았어요. 그 아이는 옆 반에 가야 하는데 우리 반에 와서 앉아 있었던 것이지요. 지금도 복도에서 만나면 날 보고 웃어요.”

낯선 학교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따돌림당해 마음을 다치기 십상인 아이들에게 웃음과 힘을 주는 작품이 바로 『짜장 짬뽕 탕수육』입니다. 주인공 종민이는 자신을 소외시킨 또래 집단을 향해 새로운 놀이를 제안함으로써 새 집단의 구성원으로 안착합니다. 그런데 요즈음 선생님은 소외당하는 개인의 문제를 좀 다른 눈으로 접근하려 합니다.

『짜장 짬뽕 탕수육』표지와 본문

“남한산 초등 학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니 소외된 아이들을 찾아 세상과 맞대어 있는 사건을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인간이 자연과 비슷하게 있는 동화를 쓰고 싶어졌어요. 상대적 가치에서 벗어나서 본연의 가치를 찾자는 생각이 들었지요. 동일성의 미학과 타자성의 미학 두 가지를 놓고 보면, 현대인이 추구하는 것은 타자성의 미학이지요. 소외된 인간이 세상과 맞대어 가는 식의 이야기를 추구하지요. 남한산 초등 학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남한산 초등 학교 아이들을 다른 학교 아이와 비교하여 생각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래의 가치에 충실한 동화가 오래갈 수 있는 동화가 될 것이라는 데 생각이 이르게 된 것이지요.

저학년을 맡으면 아이들과 그림책을 자주 읽어요. 『강아지똥』과 『지각대장 존』을 자주 읽히는 편인데, 아이들 반응이 참 재미있어요. 『강아지똥』의 경우 처음부터 아이들이 확 빨려들지는 않는데, 자꾸 읽어 주어도 읽어 줄 때마다 재미있게 들어요. 반면 『지각대장 존』은 읽어 주면 순간적으로 확 빨려들지요.

『강아지똥』,『지각대장 존』표지

역시 두 책으로 그림 동화 활동 수업을 자주 했는데, 남한산 초등 학교로 가기 전에는 『지각대장 존』이 더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런데 남한산 초등 학교에 가서 생활하다 보니 『강아지똥』이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왔어요. 사실 『강아지똥』은 강아지똥에 대한 인식이 새롭긴 하지만 일어나는 사건이 별로 특별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깔린 배경이 포근해서 압도하는 작품이지요. 반면 지각대장 존은 계산된 동화이지요. 학교 가는 길이 세 번 반복되는 것도 그렇고, 반전도 그렇고요.”

올해 초에 나온 『나무마을 동만이』를 구상하면서 선생님은 세상과 맞대어 있는 갈등을 그리기보다 제 나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그리는 쪽으로 더욱 마음이 기울게 됩니다. 선생님은 『나무마을 동만이』를 선생님 동화의 2기 작품의 시작으로 놓습니다.

『짜장 짬뽕 탕수육』
본문에서
“2기의 주인공은 동만이 같은 인물이 될 것입니다. 주인공에게 동만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작품을 구상하기가 점점 힘들어졌어요. 걸을 수는 있는데 뛸 수는 없는 아이, 친구와 놀지 않았기 때문에 기억할 만한 사건이 없어 친구 이름도 모르는 아이가 동만이지요. 제가 남한산 초등 학교에 있을 때 비슷한 아이가 제 반에 있었어요. 한 해 동안 관찰했는데, 겨울 방학에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고 보니 내가 동만이를 문제 있는 아이로 보고 있더군요. 이야기도 사건이 진행되면서 문제가 해결되는 방식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고요.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관찰하고 생각을 가다듬기로 했지요. 그래서 3학년이 된 아이를 더 관찰하게 되었어요. 제가 맡은 반 옆 교실이 그 아이의 교실이었는데, 동만이라는 이름을 갖게 될 그 아이를 관찰하면서 나는 사건을 강화시키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그리자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나무마을 동만이』에는 소외나 갈등, 대립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당연히 눈에 띄는 해소도 없지요. 다만 동만이의 느릿한 행동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빛나리 선생님, 동만이를 놀리기도 하고 동만이와 어울려 놀기도 하는 아이들, 작은 생명과 교감하는 동만이의 섬세한 마음이 드러나는 행동들, 학교 생활에서 느끼는 작고 빛나는 감정들이 이야기를 만듭니다. 쉬는 시간이면 저절로 하늘을 바라보게 한다는 남한산 초등 학교에서 아이들과 열심히 눈을 맞추면서 쓴 이야기입니다.

남한산 초등 학교는 보통의 초등 학교와는 좀 다른 학교입니다. 경기도 광주시 남한산성 안에 자리잡고 있는데, 1912년에 광주 공립 보통 학교로 개교했다가 1951년에 한국 전쟁으로 교사가 전부 불에 타 버리기도 하고 2000년에는 전교생이 26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에 처하기도 했던 학교입니다.

『나무마을 동만이』표지와 본문

교육 환경이 좋은 남한산 초등 학교를 되살리자는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참 삶을 가꾸는 작고 아름다운 학교’로 다시 태어나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로 선정되기도 한 학교입니다. 아름다운 사회와 아름다운 학교의 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사람이 자라난다고 믿는 여러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의 노력이 빚어낸 학교로, 다른 학교보다 교육 환경이 썩 좋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도록 배려하는 학교입니다.

“아이들은 놀이 속에 있을 때 가장 즐거워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아이들에게서 놀이 시간을 빼앗지요. 남한산 초등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세 시간이나 놀게 합니다.
『똥줌오줌』본문에서
이 놀이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들은 옷을 가려 입지 않게 되지요. 어차피 더러워질 옷인데 무슨 옷을 입든 상관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아침에는 말끔하게 입고 온 아이들이 하교 시간이 되면 거지꼴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지요. 놀이에 대해 생각하던 초기에는 살아가는 데 놀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여러 이론을 공부하면서 모든 것은 놀이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2002년 1월에 출간되긴 했지만 장현 초등 학교에 계실 때 썼다는 『똥줌오줌』 역시 아이들의 유쾌한 놀이가 이야기를 이끌어 갑니다. 주인공 수복이의 담임 선생님인 ‘큰머리 선생님’은 걸핏하면 아이들을 때립니다. 하지만 수복이도 아이들도 굴하지 않고 놀이를 즐깁니다. 김영주 선생님의 동화에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장치는 어김없이 놀이입니다. 복도에서는 맨발로 뛰어다니며 시원한 촉감을 즐기고 아침 자습 시간에는 빗자루로 칼싸움 놀이며 공기 놀이, 짱딱지 치기를 하고, 선생님이 안 계신 교실에서 떠든 아이의 이름을 적으며 자신의 권위를 과시하려 하는 반장을 덜렁 들어서 제 자리에 데려다 줍니다, 마치 놀이하듯이요. 그러고서는 “6월 13일은 국회의원 선거일 공명선거를 위한 글짓기를 함. 잘 쓴 어린이에게는 상 줌”이라고 선생님이 써 둔 칠판 글씨를 “6월 13일은 국회의원 선거일 공명선거를 위한 글짓기를 함. 잘 쓴 어린이에게는 똥 줌”이라고 고쳐 놓고 웃습니다. 이 웃음은 또한 아이들의 놀이로 이어지지요. 급기야 “똥 줌”은 “오 줌”으로 바뀌고 아이들은 “똥 오줌오줌 똥 오줌오줌 똥 오줌오줌……”을 외치며 유행하는 테크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듭니다.

『똥줌오줌』표지와 본문

갈등과 해소와 새로운 것으로 나아감 같은 잣대로 보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어찌 보면 발칙해 보이기까지 하는 주인공들이 웃음을 만들어 내는 이 동화를, 마음이 닫힌 어른들은 유쾌하게 받아들이지 못할지 모릅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똥줌오줌』을 읽고 변형성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하십니다.

“10년이 넘게 3·4학년 아이들 담임을 맡다 보니, 스스로 한계를 느껴요. 잘 못하는 아이, 못 봐주는 아이들이 있기 마련이거든요. 장현 초등 학교 다닐 때 자폐 아동을 만났어요. 자폐는 외부형과 내부형이 있는데, 외부형 아이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거나 뭔가 행동을 하지요. 그런데 내부형 아이들은 혼자 조용히 지냅니다.

어느날 그 아이가 복도에 엎드려 울고 있었어요. 그런데 다른 아이들이 그 아이를 때리고 지나가기도 하고, 바지를 내리고 가기도 하는 거예요. 물론 그 아이는 가만히 엎드려 울고만 있었지요. 그런데 친구들은 아이를 돕지 않아요. 마치 복도에 붙은 껌을 밟고 가듯 그 아이를 밟고 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 아이의 모습이 잊히지 않아 동화를 준비하고 있어요. 참 힘들어요. 아이들을 많이 지켜보다 보니 동화를 쓸 때 그 아이를 뛰어넘기가 어려워요. 『짜장 짬뽕 탕수육』의 경우에도 사실적인 이야기를 동화로 바꾸는 게 참 어렵더군요. 바꿈 자체가 제게는 부담이었어요.”

『도망자 고대국』표지와 본문

그런 부담을 안고도 선생님은 끊임없이 동화를 생각하고 동화를 씁니다. 자라면서 글 써서 칭찬 받은 적이라고는 딱 한 번뿐이었다면서도 줄기차게 동화를 씁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여름 방학 숙제로 기억에 남는 일을 써서 냈는데, 선생님이 내 글을 교지에 내라고 하셨어요. 글이든 그림이든 한 번도 칭찬 받은 적이 없었는데, 딱 한 번 그 때 칭찬 받았어요.

저는 그때 서울에 살고 있었고, 방학 때면 홍천에 가서 살았어요. 마장동에서 직행 버스를 타고 가 홍천에 내려서 다시 완행 버스를 타고 더욱 깊은 시골로 들어가야 했어요. 비포장 길이라 속이 몹시도 울렁거렸죠. 그 날 5시 30분 막차를 탔는데, 자리에 앉아 있자니 뜻밖에도 짐 실은 자전거를 태우더군요. 그 짐을 싣느라 시간이 한참 걸리는데도 아무도 짜증 내지 않고 기다려서 태워 갔어요. 난 그게 너무 신기해서 글로 써 냈어요. 서울에서는 여자 차장이 아이들이 조금만 늦게 타면 신경질을 내고, 아이들을 태우고 문이 잘 안 닫히면 양손으로 문을 붙들고 배로 쳐서 아이들을 밀어 넣고는 차를 출발시키곤 했어요. 이런 상황에 익숙해 있었으니 시골 완행 버스에 탄 사람들의 느긋한 행동이 얼마나 인상 깊었겠어요? 저는 지금도 글을 잘 쓴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노력은 많이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선생님이 어떻게 동화 작가가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선생님은 인천 교대에 들어간 뒤에도 초등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보다는 다른 공부를 하고 싶어서 수업에는 거의 들어가지도 않고 도서관에 박혀 대학 입시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창작 노트

“그런데 그 때 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책을 읽게 되었어요. 삶의 글쓰기를 말하는 책이었는데, 그 책을 읽고 충격을 받았어요. 초등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초등 교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어요. 그래서 대학 2학년 때부터 어린이 문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지요. 인천 교대에 있던 어린이 교육 문화 연구 모임에 참여하여 졸업할 때까지 3년 동안 매주 글쓰기에 대해 토론하고 연구했어요. 지금 어린이 도서 연구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주영 선생님이 마침 서울 시흥동 같은 동네에 살고 계셨어요. 그래서 이주영 선생님께 부탁 드려 전국에서 온 학급 문집을 제가 다니던 인천 교대로 가져다 전시하기도 했어요.

처음 발령 받고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니 교사들이 아이들에게만 글을 쓰라고 시키더군요. 저는 나도 아이들과 같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글을 쓰는데 쭉 써지지 않더군요. ‘교육문예창작회’ 회원으로 참여하면서 교육 문제를 논의하고 좋은 동화를 쓰려고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문학이나 교육에 대해 오래 깊이 고민하고 대학을 졸업한 선생님은 우리 교육 현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에 전국 교직원 노동 조합 활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전교조 구리 남양주 지회장을 맡기도 했지요.

선생님과 아이들이 함께 만든 문집들

“한 10년 동안 활동했어요. 9년째 활동하니 거의 자포자기 상태로 빠지게 되더군요. 그런데 딱 10년이 되니까 전교조가 합법화되는 거예요. 게다가 제 개인 동화집도 동화를 쓰기 시작한 지 딱 10년 만에 나왔고요. 10년이 넘으니까 몸도 마음도 편해지더군요. 그렇게 되니 ‘10년만 공부하면 무엇인가 될 것이다. 10년 뒤의 작품은 지금과는 또 다른 획을 걷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즈음은, 옛이야기 구조를 그대로 가져오고 새로운 인물을 찾으려 애씁니다. 단순한 형식에다 아이들이 재생산할 수 있는 열린 구조를 가진 작품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학 시절 이후로 줄곧 동화를 가슴에 안고 살아온 선생님은 우리 어린이에게 선보일 여러 편의 동화를 준비하여 두었습니다. 「개나리반 금보」와 「은행잎 소원」「쥐포 반사」「무말랭이」들이 아이들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쓰고 그린 문집

선생님이 쓴 작품의 문투는 어떻게 보면 어눌한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시제가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또한 문장이 아주 짧은 것도 특징입니다. 마치 아이들이 쓴 글처럼요.

“13년째 문집을 만들다 보니 아이들 문투를 익히게 되었지요. 그래서 내 입김보다 아이들 문투가 더 많이 들어갑니다. 아이들은 간결하고 리듬이 빨리 지나가는 단문을 쓰는데, 추상적인 사고가 안 되기 때문이지요. 아이들에게는 특이한 말 리듬이 있어요. 아이들의 생활을 다룰 때는 그 리듬감을 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생활에서 아이들은 이야기 중심으로 기억합니다. 중문으로 말하거나 두 문장으로 말하면 아이들은 뒷 문장만 기억하지요. 또한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사건의 전개를 좋아합니다. 묘사를 좋아하지 않지요. 만연체로 묘사가 즐비한 동화는 아이들이 읽기에 답답할 것 같았습니다.

『영원한 주번』표지와 본문

동화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팬터지를 자주 말씀하시는데, 저학년으로 갈수록 말 자체가 팬터지입니다. 팬터지는 아이의 삶 속에 이미 있는 것이며, 그것을 찾아가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자세히 볼 시간이 있다 보니 그런 점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1학년의 경우에는 팬터지에 푹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2학년만 되어도 이성이 발달한 아이들은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냐고 되묻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화의 이론은 어른들이 만드는 게 아니라 어린이 안에서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가진 것을 유지·발전시켜야 하는 것이 교사의 의무라고 생각해요.

『영원한 주번』의 경우에도 귄위에 맞대어서 아이가 무엇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의 본성을 보존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썼어요. 내가 상대적 가치를 추구한다면 지금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치를 주입하는 방식과 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지요.
김영주 선생님
가치를 주는 방식이 비슷하잖아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큰 틀의 형식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나무마을 동만이』의 경우처럼, 느릿느릿한 동만이를 문제로 삼을 게 아니라 동만이 입장에서는 느린 것이 정상이니 동만이를 정상으로 보는 눈이 필요했던 것처럼, 아이들과 동일시하는 게 필요한 것이죠. ‘이렇게 보는 시각도 있구나.’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죠.”

선생님 말씀을 듣고 보니 동화는 어른이 어린이에게 주는 선물이 아니라, 어른이 어린이에게 눈을 맞추고 그 깊고 맑은 눈 안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어린이들이 서로 공유하도록 돕는 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과 더불어 살며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사는 선생님의 동화는 느리지만 신나게 노는 동만이처럼 언제까지나 고운 향기를 간직하리라 믿습니다.
공혜조/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여러 일을 하였습니다. 우리 어린이에게 좋은 읽을거리를 권해 주고 싶어서 좋은 어린이 책 이야기를 나누는 『열린어린이』 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좋은 어린이 책이 엄청나게 많아져서 어린이들이 행복에 겨워 웃음 터뜨릴 날을 기다리는 엄마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