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03월 웹진 제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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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과 나누어요]
친구 없이 살 수 있나요?

강백향 | 2001년 03월

새봄을 시샘하듯 꽃샘 추위가 대단합니다. 옷깃을 여미며 사람들이 가게 앞을 종종걸음으로 지나 갑니다. 종민이는 얼른 얼굴을 씻고 학교 갈 준비를 합니다. 개학한 지 며칠이 안 돼서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꽤 힘듭니다. 게다가 도시로 이사 와서 더욱 낯설고 두렵지만 종민이네 가족은 모두 하나되어 열심히 일합니다. 어머니가 차려 놓은 아침밥을 후다닥 비우고 학교로 갑니다. 어머니가 싸 주신 따뜻한 밥과 짜장이 들어 있는 도시락 가방이 종민이 어깨 위에서 달랑달랑 쫓아옵니다.

『짜장 짬뽕 탕수육』표지 사진
『짜장 짬뽕 탕수육』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종민이는 전학을 온 데다가 새 학년이 되어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학교 생활을 시작합니다. 남자아이들의 화장실에서는 아주 희한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덩치 큰 아이가 화장실 변기에 왕, 거지, 왕, 거지라고 순서를 메기죠. 그러면 갑자기 아이들은 왕이라고 메겨진 자리에 줄을 섭니다. 종민이는 아무 것도 모른 채 거지 자리에서 오줌을 눕니다. 아이들의 놀림을 받으며 말이죠. 다음 쉬는 시간에는 다행히 왕의 자리였지만 큰 덩치가 얼른 바꾸는 바람에 다시 거지 자리에서 오줌을 누고 말았습니다. 점심 도시락도 놀림 속에서 먹은 종민이는 너무나 슬프고 힘들었습니다.

『너, 그거 이리 내놔』표지 사진
하지만 우리의 종민이는 멋지게 문제를 해결합니다. 5교시 쉬는 시간에 종민이는 골똘히 생각한 끝에 짜장, 짬뽕, 탕수육을 외칩니다. 아이들은 잠시 멈칫하지만 곧바로 자기가 좋아하는 짜장 짬뽕 탕수육을 골라 줄을 섭니다. 결국 덩치도 아이들이 모두 즐거워하면서 변기를 고르자 짜장을 고르고 맙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종민이와 아이들은 함박웃음을 짓습니다. 뒤에 서 있던 큰 덩치도 한마디 합니다.
"종민아, 탕수육이 그렇게 비싸냐?"
"그럼, 맛도 좋지. 특히 우리 아빠가 만드신 건."
종민이 얼굴엔 환한 웃음이 가득합니다. 해님도 찬바람을 몰아내고 따스한 햇살을 비추어 줍니다.

친구들 사이의 어려운 문제를 아주 명쾌하고도 즐겁게 해결하는 종민이의 발랄함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냅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어 학기초만 되면 많이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다면 용기를 얻어 친구를 만나고 사귀게 될 것입니다. 학교 생활은 더욱 즐거워지겠지요.

이와 비슷한 외국 동화로『너, 그거 이리 내놔』가 있습니다. 이 책에는 간식 시간에 먹으려고 싸오는 크로와상 빵을 매일 뺏어먹는 터키 출신 압델에게 꼼짝없이 당하는 주인공 프랑스 소년 클레망이 나옵니다. 친절을 베푼다는 명분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빵을 주지만 사실은 아주 참담합니다. 클레망에게는 태권도를 하는 의로운 친구 피에릭이 있었습니다. 클레망은 피에릭 덕분에 압델에게 빵을 주지 않게 되었지만, 이젠 압델이 불쌍해집니다.

압델에게 빵 한 조각을 주자 압델은 싫다며
"내가 거지인줄 아니?"
도둑은 괜찮아도 거지는 안되나 보았다.
나는 압델에게 이렇게 말했다.
"거지 같아서 싫으면 그 대신 너도 나한테 뭘 주면 되잖아."
"난 줄 게 아무 것도 없는데……."
그 다음날 압델은 교실에서 버너를 가져와 박하차를 끓여 애들에게 차를 한 잔씩 나눠 주었다. 잔을 건넬 때마다 "조심해, 뜨겁거든……."하고 우물우물거리면서.
그리고 이제 우리 반에서는 토요일마다 박하차를 마신다.

『제닝스는 꼴찌가 아니야』 표지 사진
『내친구 비차』 표지 사진
얼마나 멋진 해결입니까.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자신들의 문제를 잘 해결해 갑니다. 그러면서 세상을 배우고 친구를 만들어 갑니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두께가 얇아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들이지만,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입니다. 친구들 사이의 힘든 문제가 너무나도 솔직하게 묘사되어서 금새 공감하고 눈물짓고 고민도 하게 하지만, 친구 사귀는 좋은 방법이 멋지게 표현되어 있으니까요.

그보다 더 깊이 있는 우정에 대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영국의 장편 동화 『제닝스는 꼴찌가 아니야』, 러시아 동화『내 친구 비차』가 있습니다. 모두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으로 많은 어린이들의 사랑을 오래도록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우리 나라의 작품으로는『심학산 아이들』이 있습니다.

『제닝스는 꼴찌가 아니야』는 장난꾸러기 주인공 제닝스가 하는 일마다 꼬여서 심술궂은 윌킨스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제닝스는 기죽지 않고 늘 기발한 아이디어로 선생님과 친구들을 놀래킵니다. 제닝스와 그 친구들이 학교 생활을 하면서 일으키는 문제들은 읽는 이를 즐겁게 합니다. 이 책을 잡으면 함께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에 푹 빠진 채 신나고 즐거운 일들을 벌이고 우연과 실수 속에서 벌이는 일을 아무 거리감 없이 쉽게 체험할 수 있습니다. 제닝스가 이처럼 즐거워하면서 마지막에 셰익스피어 연극으로 감동의 무대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함께 할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신들의 생활이 다루어지는 이런 현실적인 동화를 읽는 즐거움은 아이들의 생활을 좀 더 풍요롭고 즐거운 가운데 인생을 보다 낙천적이고 창의적으로 살 수 있는 계기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게다가 협동의 아름다움과 친구 간의 빛나는 우정, 우연에서 빚어지는 뜻밖의 즐거움, 선생님과의 신뢰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우정의 거미줄』 표지 사진
『심학산 아이들』 표지 사진
러시아 동화『내 친구 비차』는 옛 소련 초등 학생들의 학교 생활 이야기입니다. 산수를 아주 싫어하는 주인공 비차와 새로 전학 온 친구 코스챠가 짝이 되었는데 코스챠는 국어 과목을 매우 싫어하고 매사에 다소 엉뚱한 아이입니다. 이들이 엮어 나가는 학교 생활과, 두 친구가 서로 우정을 쌓으면서 각자의 부족한 점을 채워 나가는 아름다운 우정이 있는 이야기입니다. 참된 우정이란 친구의 약점을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친구에게 엄하게 하여 그 약점을 고치게 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우정에 대한 정말 아름답고도 진지한 이야기는 미국 동화『우정의 거미줄』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시골 농가에서 외롭게 지내던 돼지 윌버는 샬롯이라는 거미와 만납니다. 거미는 신비스럽게 나타나 늘 윌버의 말동무가 되어 주었고, 농장의 다른 식구들과도 즐겁게 지내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러나 겨울이 되면 돼지 윌버는 죽어서 고기와 베이컨, 햄이 될 운명에 처하지요. 이 사실을 알고 윌버가 슬퍼하자 샬롯은 자기가 지켜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어느 날 샬롯은 거미줄에 "대단한 돼지"(아마 THE GREAT PIG겠지요?)라는 글을 거미줄로 짜 넣었답니다. 얼마나 놀라운지요! 주인인 주커만 씨와 부인, 일하는 아저씨 러스까지 모두 흥분해 아주 대단한 돼지가 나타난 징조라고 생각하지요. 마을에 소문이 나고 사람들이 모여들자 샬롯은 계속 관심을 끌기 위해 약삭빠른 쥐 템플턴을 잘 구슬러 글씨가 있는 쓰레기를 주워 오게 하지요. 그것을 보고 "훌륭한 돼지" "눈부신 돼지" 라고 글자를 짜 넣습니다. 마지막 힘을 다해 "겸손한 돼지"까지 짠 샬롯은 힘겹게 알집을 만든 후 총총히 죽음을 맞이하지요. 샬롯 덕으로 윌버는 목숨을 건지고 마을에서 제일 가는 돼지로 박람회에서 상도 받고 영웅이 되었습니다. 샬롯의 죽음을 슬퍼하던 윌버는 겨울 동안 알집을 잘 보살펴 이듬해 그 새끼들 몇백 마리가 태어나게 합니다. 그 후로 윌버는 주커만 씨 농장에서 오래도록 살았으며 해마다 많은 거미들이 태어나고 떠나며 샬롯의 뒤를 이었다고 합니다.

돼지와 거미라는 전혀 어울릴 법하지 않은 두 동물의 환상적인 우정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린이들은 우정의 소중함은 물론이고, 세상에 우정을 쌓지 못할 친구는 없다는 깨달음을 얻게 될 것입니다.
강백향 /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고, 아이들 엄마가 되고……. 그러다 아이들 책읽기가 좋아져서 그 재미에 빠진 지 십여 년을 넘어서고 있으시답니다. 오나가나 가방엔 책이 한두 권, 교실에도 교무실에도, 안방에도 화장실에도 책이 있답니다. 아이들 책 읽는 게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는 선생님은 아이들과 여행하기와 영화, 그림보기도 좀 거르면 몸이 쑤신답니다. 아이들과 더불어 인생을 배우고 있는 강백향 선생님은 수원 화양 초등 학교에 몸담고 있으며, 홈페이지 "책 읽어 주는 선생님(http://www.mymei.pe.kr)"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