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04월 웹진 제4호
열린어린이 책 이야기
열린 주제 열린 글
주목 받는 새 책
열린어린이가 권하는
이 달의 책

열린 주제 열린 글

[이 달에 나누는 이야기]
봄을 느껴 보아요

이 회현 | 2001년 04월

3월이 되어서도 여전히 흰 눈이 펑펑 쏟아질 때는 따뜻한 봄이 올까 싶더니, 요즘은 하루 하루가 다르게 따스한 햇살 속에서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자연의 변화로 인해 사람들의 생활이나 옷차림이 달라졌습니다.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도 봄기운을 찾을 수 있습니다. 기나긴 겨울, 집안에서만 지내던 아이들도 그 동안 지루했던지 자꾸만 낮이고 밤이고 나가자고 졸라대고 겉옷도, 모자도, 신발도 모두 가벼운 것으로 갈아입고 봄기운을 즐기러 나가는 일이 많아졌답니다.

『사계절』표지 사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자연 변화와 그 속에 살아가는 여러 가지 동물들과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담겨 있는 책이 『사계절』입니다. 새들이 새 둥지를 틀고 돼지가 코로 땅을 파헤치고 새끼 양들이 뛰놀고 오리들이 물장구 치고……. 동물들의 움직임 속에서 봄의 활기와 강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영국의 유명한 그림책 작가인 존 버닝햄의 작품인데, 제가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책을 선택할 때 몇몇 사람들은 작가를 보고 그 책을 읽기 시작할 거예요. 유난히 그 사람의 작품을 좋아하게 되고, 그의 작품 세계에 빠져들어 언제나 그의 작품을 기다리지요. 우리에게 그런 매력을 주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 존 버닝햄입니다. 눈을 감으면 그림 속의 장면들이 떠오르고 자꾸만 읽고 싶어집니다. 물감을 뿌리고 긁고 스폰지로 물감을 눌러 찍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린 그림이 계절마다의 특성을 잘 표현해 놓았습니다.

『코를 "킁킁"』표지 사진
"와!"하는 감탄사와 함께 봄을 알리는 책이 있습니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들이 무언가 냄새를 맡고 코를 킁킁대며 달려가는 모습을 너무나 사실적이고 재미있게 묘사한『코를 "킁킁"』이라는 책입니다. 온통 하얀 눈이 내려 조용한 겨울 들판과 골짜기에 들쥐, 곰, 달팽이, 다람쥐, 마르모트들이 잠들어 있지요. 잠을 자는 곳도 다르고 잠을 자는 모습도 서로 다르지요. 눈을 뜨고 코를 킁킁대며 겨울 잠 자던 곳에서 나와 하얀 눈 위를 달려가지요. 그러다 모두 멈춰 웃으며 신나게 춤을 춥니다. 하얀 눈 속에 노란 꽃 한 송이가 피어 있기 때문이지요. 흑백으로 그려진 동물들의 생생한 움직임 속에 피어 있는 작은 노란 꽃 한 송이가 그렇게 크게 보이는 이유는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기 때문이겠지요. 이 책은 동물들이 계속 같은 순서로 등장하고, '잠을 자고 있고', '코를 킁킁', '달리고' 등의 어절과 단어들이 반복하고 있어서 어린아이들과 함께 봤을 때 쉽게 친숙해집니다.

『봄이 왔어요』는 여러 가지 자연의 변화와 그에 따른 사람들의 생활을 보여 주는 책입니다. 시냇물이 녹고,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가 울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들에서 나물을 캐고, 밭을 갈고……. 도심 속에 자란 우리 아이들에게는 낯설기만 한 광경들이지만 책을 통해 시골에서의 봄맞이를 경험해 볼 수 있답니다. 그림을 그리는 대신 색지를 찢어 등장 인물들이나 배경을 구성하여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책입니다.

『꽃 속에 숨었지』본문 사진
『봄날, 호랑나비를 보았니?』본문 사진
『형은 봄이 보여』는 긴 겨울을 보내고, 새 봄을 맞이하여 가족들이 여러 가지 일을 준비하는 모습을 모아 놓은 책입니다. "봄이 왔구나"하며 할아버지는 대문 앞에 입춘대길을 붙여놓으시고 할머니는 항아리를 닦으시고 아버지는 나뭇가지를 손질하지요. 어머니는 겨우내 따뜻하게 덮고 자던 이불을 볕에 말리시고 고모는 봄이 되어 돌아온 제비를 쳐다보며 봄이 왔음을 느낍니다. 어린 동생은 눈에 보이지 않는 봄을 맞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가족들의 모습을 보고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합니다. 그림의 배경이나 인물들에게서 한국적인 정서가 물씬 풍겨지는 책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봄을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꽃과 나비일 것입니다. 『세밀화로 그린 보리 아기 그림책 5』가운데 한 권인 『꽃 속에 숨었지』와 '민들레 그림책' 가운데 한 권인 『봄날, 호랑나비를 보았니?』는 우리 나라의 들꽃과 나비를 소재로 한 책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나비가 그 해 운수를 나타내고, 만약 봄날 처음 본 나비가 호랑나비라면 운수가 좋다고 믿었지요. 우리 조상들은 일년 내내 봄을 즐기기 위해 꽃과 나비를 즐겨 그렸대요. 『봄날, 호랑나비를 보았니?』에는 온갖 나비들이 나오고 그 이름도 갖가지인 것이 너무나 재미있고 신기합니다. 남계우, 조희룡, 김홍도, 심사정, 신사임당, 정선 등 조선시대의 화가들이 그린 그림과 민화를 부분적으로 삽입하고 나비뿐만 아니라 갖가지 곤충과 함께 꽃에 얽힌 옛날이야기까지 있는 그림책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꽃 이름을 대 볼까요? 장미, 백합, 튜울립, 카네이션……. 꽃가게에서나 가정에서, 그리고 놀이 공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크고 화려한 서양의 꽃이지요. 그런데, 누군가 씨를 뿌리지 않아도, 물을 주지 않아도, 가꾸어 주지 않아도 봄이 되면 우리 동네 뒷산에서, 아파트 정원에서, 놀이터나 공원 풀숲에서 작은 꽃이나 풀들을 볼 수 있습니다. 『꽃 속에 숨었지』는 우리 나라의 들꽃을 세밀화로 그린 책입니다. 책을 펼치면, "생쥐야 어디 있니?" "제비꽃 속에 숨었지."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들꽃 어딘가에는 작은 생쥐가 숨어 있고, 그 옆에는 꽃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너무나 선명하고 깔끔하게 제비꽃을 묘사해 놓았답니다. 병아리, 토끼, 고양이, 뱀, 강아지 등의 동물들과 짝지어 민들레, 토끼풀, 괭이밥, 달개비, 강아지풀, 할미꽃 등의 우리 나라 들꽃을 소개하고 있는 책입니다. 꽃이나 풀 속에 숨어 있는 동물을 찾아내는 것도 재미있어요. 자 이제 밖으로 나가 책에서 본 우리 나라 들꽃을 찾으면서 봄을 느껴보면 어떨까요?
이 회현 / 덕성 여자 대학교 대학원에서 유아 교육학을 전공하고 뒤늦게 유아 교육 현장에 뛰어들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큰 기쁨과 보람을 맛보았답니다.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나니 아이들이 더 사랑스럽고 예쁘고 귀하게 보인답니다. 지금은 현장을 떠나 여러 어린이집과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드리고자 정보 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생기 있고 활기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시지요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