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04월 웹진 제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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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과 나누어요]
신기한 공상을 즐기는 개구쟁이들을 위하여

이태경 | 2001년 04월

아이들에게 공상만큼이나 즐거운 일이 어디 있을까요?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아이들의 끝없는 공상이 놀이의 원천이며 모든 학습의 기본이라고 느끼게 되지요. 공상은 아이들에게 마치 이제 막 세상에 첫발을 내딛고 친구를 만들어 가며 느끼는 공상 같은 현실을 느끼며 또 어떤 세계가 있을까 하고 열심히 그 세계를 탐구하는 학습자 같은 것이죠. 이미 어른들에게는 닫혀 버린 틀들이 그들에게는 열려 있는 것이고요. 그럼 아이들의 상상 속으로 함께 여행을 가 볼까요?

『여우누이』표지 사진
처음 만난 뒤로 아주 놀라운 경험을 한 책이 있는데, 바로『여우누이』라는 책이랍니다. 이토록 무서운 책을 아이들이 좋아하다니……. 날카롭고 선명한 그림체로 여우누이의 표정을 담고 있고 먼 그림과 가까운 그림을 나누어 쪼개 놓은 그림 편집은 어른도 겁을 먹게 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이면 좋아라고 이 책을 읽어 달라 조르지요. 왜 일까? 이 책에는 섬뜩한 무서움과 흥미로운 줄거리, 무서움의 주체인 여우누이를 스릴감 넘치게 마무리하는 서스펜스가 있기 때문이지요. 아! 그 긴장감. 그리고 그 공포가 해소되는 순간의 안도감이라니! 이 책을 아이들과 함께 읽노라면 아이들은 모두 여우누이의 먹거리가 되는 듯한 공상 속에 빠진답니다. "말 한끼 오라비 한끼 말 한끼 누구 한끼"하고 자신의 이름이 불릴라 치면 소스라치며 놀라지요. 어릴 적 우리가 무서우면서도 즐겨 보던「전설의 고향」이 떠오릅니다. 무서워하면서도 볼 수밖에 없던 그 무시무시한 상상들. 이 책은 비 오는 날, 어둑한 실내에서 어둑한 목소리로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여우누이를 없애기 위해 여러 색의 병을 차례로 던지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얘들아 함께 병을 던지자. 에잇!"하며 참여를 시켜 보세요. 만약 무서움을 심하게 타는 아이라면 그런 행동으로 자신의 공포를 스스로 해소하며 책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구름나라』표지 사진
나를 놀라게 했던 또 다른 책은『구름나라』랍니다. 앨버트는 꿈속에서 구름나라에 가게 되지요. 폭신폭신한 구름 위 하늘에서 정말 재미난 일이 펼쳐지고, 앨버트는 구름나라 친구들과 노는 데 흠뻑 빠지지요. 하지만 어느 순간, 앨버트는 집에 돌아오고 싶어지고, 구름나라 친구들과 작별인사를 하고 구름나라 여왕은 신기한 주문을 외지요. 주문을 듣고 난 앨버트는 자신이 집에 돌아와 엄마 아빠 곁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안심한답니다. 하지만 앨버트는 구름나라 생각에 자주 빠져들지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꿈속에서 느꼈던 공상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꿈속에서 많은 영감을 얻기도 하고 자신의 바람을 꿈꾸기도 하지요. 그런데 꿈이란 고스란히 상상의 세계이죠. 꿈속에서 안 될게 뭐가 있겠어요! 책을 읽어 줄 때 천둥소리, 비행기 소리, 무지개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장면 등에서는 실감나게 소리를 흉내내어 주고 "넌 뭘 그릴래?" 하며 동화 속으로 끌어들이면 아주 재미난 상상놀이가 되기도 합니다. 음∼ 그 폭신폭신한 구름이 느껴지는군요.

『괴물들이 사는 나라』표지 사진
『구름나라』와 제목이 비슷한『괴물들이 사는 나라』도 꿈속의 일들을 그렸어요. 엄마한테 꾸지람 듣고 꿈속 여행을 떠나, 생긴 것도 신기한 여러 괴물들과 어울려 신나게 놀지요. 생긴 모습부터 신기한 괴물들을 아이들은 얼마나 흥미로와 하는지요! 게다가 그 안에서 벌이는 소동은 흔히 어른들에겐 잔소리 대상이 되면서도 언제나 아이들이 꿈꾸는 신나는 일들이랍니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도 상상 속에서나마 스트레스를 풀 수 있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나는 보는 책으로의 공상이 아닌 듣는 책으로의 공상을 소개하고 싶답니다. 바로 서정오 선생님이 우리 나라 옛 전래 이야기들 모아 엮은 '옛 이야기 보따리'라는 시리즈예요. 이 시리즈는 함께 살아가는 동물과 사람 이야기, 재미난 도깨비 이야기, 신기하고 무서운 이야기, 배꼽 빠지게 우스운 이야기 등 10권으로 되어 있어요. 다 좋지만 그 중에서도『두꺼비 신랑』『꽁지 닷발 주둥이 닷발』『신통방통 도깨비』는 특히나 상상의 재미가 더한 책들이예요. 물론 마음 같아서는 열 권 모두 아이들과 함께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답니다.

『두꺼비 신랑』 표지 사진
『꽁지 닷발 주둥이 닷발』 표지 사진
『신통방통 도깨비』 표지 사진
그림책을 통해 다양한 상상을 표현하기도 하고 상상력을 돋우기도 하지만 구연 동화만큼 온전히 아이들의 상상에 맡겨 온통 상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이 시리즈는 내가 경험한 책들 중에 단연 베스트 리딩 북입니다. 읽고 또 읽어 주었는데도 "또 읽어 줘."하는 것이니 말이에요. 이 책들은 구어체로 풀어져 있어 술술 이야기로 들려주기도 편하답니다. 우리 옛날 할머니들이 들려주시던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이, 정겨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거기에 다양한 효과음과 구연 동화의 힘인 목소리 변화에 주력한다면 아이들에게 대박(?)이지요. 비록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할 것 같은 세상을 우리 아이들에게 만나게 하고 싶다면 한번 들려주시죠. 멋진 만남이 되리라 장담하지요. 그리곤 우리도 폭 빠지고 말걸요?
이태경 / 1971년 대전에서 태어나 유아 교육을 전공하고 유치원 교사를 했습니다. 지금은 공동 육아 협동 조합 '야호! 어린이집'에서 강아지풀이라는 별명을 갖고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살다 보니 아이들의 상상이 옮아왔는지 늘 아이들다운 세상, 아이들이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답니다. 몽상가가 아닌 실천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작지만 함께 부비며 허물없이 털털하게 뛰노는 아이들과 살고 있어 행복한 선생님입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