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04월 웹진 제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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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책 이야기]
힘들고 지칠 때 용기를 주는 이야기

나영지 | 2001년 04월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난감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특히 아이가 자신감을 잃고 힘겨워 할 때는 어떻게 도와 주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푸르른 나무처럼 씩씩하고 꿋꿋하게 이 세상을 살아 가면 좋겠는데, 세상 곳곳에는 아이들을 넘어뜨리는 돌부리가 널려 있습니다. 설령 비가 오고 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쳐도, 가다가 넘어져 무릎이 깨지고 벽에 부딪쳤을지라도, 용감하게 싸워 이기고 푸르른 나무처럼 우뚝 설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러한 자양분을 얻을 수 있는 책을 뒤적여 봅니다.

『아주 특별한, 너를 위하여』표지 사진
아이에게 정말 너를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가 쑥스러울 때『아주 특별한, 너를 위하여』를 읽어 주면 좋겠습니다. 책 속의 아빠와 다른 종교를 가졌을지라도 그 내용은 아이를 아주 뿌듯하게 해 줄 겁니다. “아빠가 밤마다 들려 주는 사랑 이야기”란 부제가 말해 주듯 아빠는 아이에게 “네가 더 자라고 변한다 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게 있단다. 우리가 언제나 너를 사랑한다는 것, 우리가 언제나 너를 안아 줄 것이며, 언제나 네 편이 되어 줄 것이라는 것……, 그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다 아는 이야기지만 그것을 말로 직접 들으며 자란 아이는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용기 있는 삶을 살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레오 리오니의 동화 가운데『작은 조각』은, 어떤 사람이건 그 자체로 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생각하게 해 줍니다. 작은 조각의 이름은 ‘하나’였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몸이 컸고, 또 용감하고 훌륭한 일들을 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는 작았습니다. 그래서 틀림없이 자기는 누군가의 한 조각일 거라고 생각하고 그 누구를 알아내기로 마음먹습니다. ‘하나’는 뛰는 친구, 힘센 친구, 헤엄치는 친구, 산 위에 있는 친구, 날고 있는 친구들에게 “혹시 내가 너의 작은 조각이 아니니?”라고 묻습니다. 그러나 모두 아니라고 합니다.

『옥수수 박사 김순권 이야기』 표지 사진
『루이 브라이』 표지 사진
마지막으로 슬기로운 친구에게서 ‘쾅’이라는 섬으로 가 보라는 얘기를 듣습니다. 배를 타고 거센 파도를 헤치며 섬에 도착한 ‘하나’는 조약돌 더미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곳을 헤매다가 기진맥진해서 굴러 떨어집니다. 그리고는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그제야 깨닫습니다. ‘하나’는 다른 모든 친구들처럼 자기 나름의 작은 조각들로 되어 있다는 것을. 그는 단 한 조각도 빠뜨리지 않고 자기 자신을 주워 모아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기쁨으로 외칩니다. “나는 나란 말야!” 이 책은 아이부터 어른한테까지 두루 좋을 듯한데, 이미 절판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학교에는 똑똑한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도 있습니다. 성적만이 아이들을 평가할 수 있는 잣대는 아닙니다. 아이들이 성적이나 신체적인 열등감 때문에 풀이 죽어 있을 때는 『옥수수 박사 김순권 이야기』나『루이 브라이』가 큰 힘이 되어 줄 것 같습니다.

순권이는 공부는 열심히 했지만 성적이 썩 좋지 않았습니다. 지능지수 검사에서 보통보다 낮게 나오는 두뇌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굴하지 않고 꾸준히 공부했고 여러 시험에 낙방했어도 그 때마다 또 다른 길을 찾았습니다. 옥수수와 인연을 맺은 후 몇십 년 동안 온갖 어려움이 닥쳐도 그는 굴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그는 노벨상 후보에 다섯 번이나 오를 만큼 세계적으로 저명한 옥수수 박사가 될 수 있었습니다.

『루이 브라이』는 세 살 때 사고로 시력을 잃은 후 앞을 못 보는 채고 모든 눈 먼 사람들을 위한 글자를 만든 한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루이는 14살의 나이에 점자를 만들고 그것을 수많은 맹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회의 무관심과 편견 속에서 눈물겨운 노력을 합니다. 그의 삶을 더듬어 보면 깊은 감명과 용기를 얻게 됩니다.

『오리가 한 마리 있었어요』 표지 사진
『마당을 나온 암탉』 표지 사진
『오리가 한 마리 있었어요』도 따뜻한 용기를 주는 책입니다. 오리가 한 마리 있었어요. 물론 여러 오리들 가운데 한 마리였지요. 그러나 전혀 다른 오리였습니다. 이 오리는 우리를 벗어나 호수에 가 살기로 하고 용감하게 집을 떠났습니다. 호수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했습니다. 그러나 꿈을 잃지 않고 걷고 또 걸었답니다. 개에게 쫓겨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순가 날개를 퍼덕여 날게 되면서 오리는 호수에 내려 앉을 수 있었습니다. 저학년 어린이에게 읽어 주면 좋을, 용기 있는 한 마리 오리 이야기입니다.

고학년 어린이에들겐 『마당을 나온 암탉』의 ‘잎싹’ 이야기를 들려 주면 어떨까요? 어른인 저도 읽고 나서 가슴이 먹먹해지도록 감동을 받았습니다. 내 생활을 되돌아보며 꿈을 만들고 그 꿈을 이루고픈 소망과 힘을 얻을 수 있었지요. 양계 닭으로서의 삶을 버리고 자연 그대로의 닭으로 우뚝 서기까지의 ‘잎싹’의 삶에서는 고난과 기쁨이 교차됩니다. ‘잎싹’은 어떤 고난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았고 고통 속에서 더욱 힘을 얻곤 합니다. 마침내 ‘잎싹’은 어떤 양계 닭도, 울타리 안의 닭도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루고 자연과 하나 되는 죽음을 맞이합니다. 아이와 같이 읽고 같이 느껴 본다면 좋겠어요. ‘잎싹’이 초록머리에게 그랬듯이, 같이 꿈을 그리고 키워 가면서 아이 스스로 꿈을 실현시켜 나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키워 준다면 아이는 푸르른 나무처럼 굳세게 살아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나영지 / 1962년 나주시 완곡면에서 나서 어린 시절을 시골의 정취에 빠져 살았습니다. 12살 때 서울로 올라와 일찌감찌 유학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화 여자 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가톨릭 교리 신학원을 다녔습니다. 책이 좋아 책을 많이 모았고, 동네 어린이들에게 좋은 책을 빌려 줄 때가 가장 즐겁답니다. 동네 서점이나 독서실을 열어 단순한 글짓기 지도가 아니라 참된 의미의 독서 지도를 하고 싶은 꿈을 안고 살아가는 네 아이의 엄마입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