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04월 웹진 제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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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어린이 책 읽기]
마음을 열고 드넓은 세상을 바라 보아요

심계숙 | 2001년 04월

해외 여행을 자주 할 수 없는 저는 지구촌 곳곳으로 가서 그곳의 삶을 체험하는 TV프로그램을 즐겨 봅니다. 마치 원시시대로 돌아간 듯 착각을 일으키는 부족, 낯선 자연 환경, 외모, 풍습 속에서도 얼마동안 같이 생활하다 보면 어느 곳에서나 헤어질 때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립니다. 속마음을 나누면 우정 역시 국경을 초월하는 모양입니다. 직접 가서 만나고 경험하지 못한다고 해서 다른 민족을 이해할 수 없거나 사랑할 수 없는 것은 아닐 겁니다. 지금 막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에게 『폭죽 소리』『내 친구 11월의 구름』『푸른 돌고래섬』『라몬의 바다』『독수리의 눈』을 소개합니다. 어른으로 성장해 가는 세계 곳곳의 친구들을 만나볼 수 있을 테니까요.

『폭죽소리』표지 사진
『폭죽소리』는 연변 조선족의 삶을 이해하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조선 아이 옥희는 봄에 뿌릴 씨앗 한 됫박에 청나라 왕씨 집에 팔려옵니다. 말도 통하지 않고 복장도 풍습도 다른 곳(그믐에 우리는 쥐불놀이를 하지만 이곳에서는 폭죽놀이를 합니다.)에서 온갖 구박을 받으며 궂은 일을 다하는 옥희는 밍밍이라는 친구를 알게 됩니다. 결국 같은 동포들이 사는 곳을 향해 떠난 옥희들이 모여 오늘날 연변 조선족 자치주를 세우게 되었지요.

『내 친구 11월의 구름』표지 사진
『내 친구 11월의 구름』에서는 아프리카 케냐의 마사이족 소년 코니예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낭만적인 이름, 11월의 구름은 그가 아끼는 송아지 이름입니다. 코니예크는 할아버지 올 포루오가 가장 사랑하는 손자이고 소녀들도 모두 코니에크를 좋아합니다. 이쯤이면 그를 질투하는 사촌 파르메트의 심정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 받고 싶은 욕구는 세상 누구에게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다른 부족의 습격을 받아 죽을 고비에 처한 코니예크를 버려 두고 오는 장면에선 정도를 넘은 부도덕함으로 그가 결코 인생에서 승리할 수 없음을 예감케 합니다. 사냥꾼 도로보의 도움으로 살아난 코니예크는 역경을 물리치고 사랑하는 송아지 11월의 구름을 되찾아 자기 부족으로 돌아옵니다. 코니예크는 자신이 사랑한 것에 끝까지 책임을 지는 용감한 마사이족 전사가 될 것입니다. 시기심에 자신을 망쳐버린 불쌍한 파르메트도 가슴에 남습니다.

『푸른 돌고래섬』표지 사진
망망대해에 떠 있는 외딴 섬에서 혼자 살아가야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것도 18년씩이나 말입니다. 일주일만 지나도 도시의 소음은 음악이 되고 지하철에서 발 밟는 사람들도 모두 귀하게 느껴지지 않을까요. 『푸른 돌고래섬』은 18년 동안 캘리포니아 해안 무인도에 혼자 남겨진 인디언 소녀 이야기입니다. 수달 사냥을 나온 이방인에게 추장과 전사들을 거의 잃은 원주민들은 새로운 살 곳을 향해 떠납니다. 그러나 떠나는 배에 올라탄 열두 살 난 소녀 카라나는 동생 라모가 배에 타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다시 섬으로 돌아옵니다. 그 후 동생 라모는 야생 개들에게 물려 죽고 혼자만의 생활이 시작됩니다. 고래의 갈비뼈와 해초를 엮어 바위 아래 집을 만들고 야생 개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창과 화살을 만들고 사냥을 하지요. 그리고 동물들과 사랑을 나누며 살아갑니다. 자신의 종족을 살해한 알류트인과도 우정을 나누게 되지요. 너무나도 사람이 그리웠으니까요. 18년이나 되는 그 아득한 시간들을 어떻게 감당해 내었을까요?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 가는 모습이 놀랍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씩씩하게 자기 앞의 삶을 헤쳐갔으면 하는 엄마 게의 심정이 됩니다.

『라몬의 바다』표지 사진
『라몬의 바다』는 멕시코의 조그만 항구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쥐가오리라는 우리에겐 생소한 신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라몬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진주 상인이 되고 싶어합니다. 그 꿈은 루존 노인의 도움으로 이루어지고 천상의 진주를 캔 라몬은 기쁨도 잠시 혼란에 빠집니다. 집안의 번영을 기원하며 성당의 마돈나 상에 그 진주를 바치지만 아버지는 죽고 이를 쥐가오리의 저주라고 믿는 루존 노인은 쥐가오리 신에게 진주를 돌려 주라고 경고하지요. 진주 잡이 세빌라노와의 갈등도 눈여겨볼 만 합니다. 미신과 종교에 대한 인간의 회의, 갈등은 성인으로 가는 통과의례. 두고두고 생각할 거리로 남겨 두고 마음껏 남미의 바닷속을 헤엄쳐 다녀도 좋을 것 같습니다. 햇살이 비치는 남미의 에메랄드빛 바다, 온갖 보물을 숨기고 있는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책입니다. 작가는 이 책으로 한스 크리스천 안데르센 상을 수상했습니다.

『독수리의 눈』표지 사진
『독수리의 눈』은 호주 원주민들이 백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짓밟히는 과정을 어린 구답과 유당의 눈을 통해 보여 줍니다. 독수리의 꿈을 꾸고 이 세상에 태어난 구답은 어느 날 느닷없이 백인들에게 가족이 몰살당하는 일을 겪습니다. 용케 살아남은 구답과 유당은 백인을 피해 살길을 찾아 달아납니다. 그리고 끝까지 살아남지요. "한 곳에서 이렇게 많이 잡고 캐 먹는 건 옳지 않아." 유당의 말처럼 원주민들은 자기 영토 안에서도 어느 한 곳이 척박한 곳이 되지 않도록 부지런히 옮겨 다니며 생활하지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원주민들의 자연관은 환경 오염으로 시달리는 우리들에겐 엄중한 교훈처럼 느껴집니다. 이 책은 백인 중심의 세계관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진실을 보여주고 세상을 다면적으로 이해하게 합니다.

넓은 세상을 둘러보고 나면 우리 주변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된다고 합니다. 어쩌면 서울을 별로 벗어나지 않고 사는 저는 어쩔 수 없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 그 삶을 살고 또 아이들에게 그 삶을 강요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책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고 자기 주변을 더 따뜻이 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심계숙 / 1963년 안동에서 나서 자랐습니다. 이화여자 대학교를 졸업하고 어린이 독서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초등 학교 6학년인 딸아이와 3학년인 아들과 함께 동화를 즐겨 읽으신답니다. 삐삐 이야기로 너무나 유명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과 우리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윌리엄 스타이그를 무척 좋아한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