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04월 웹진 제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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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미술 산책]
좋은 미술 교재, 어떻게 고를까요

박금숙 | 2001년 04월

예전에 비해 미술 교재가 서점에 많이 나와 있는 것을 보면 반갑다. 예전에는 '색칠 공부'와 같은 부류의 미술 교재들이 대부분이어서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요즈음과 같이 다양한 미술 교재들을 보면 어떠한 교재를 골라야 할지 망설여진다. 미술 교재를 선택한다는 것은 '사줘 버리기'와 같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아이가 이 책으로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 이 책으로 아이가 학습하였을 때 나타나는 결과가 어떻게 될 것인지 예견하여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술에 재미 붙이기』본문 사진
아이를 위해서 교재를 선택할 때는 최소한의 준거를 설정하여 기준에 부합되는 것을 골라야한다. 선택의 준거가 없이 교재를 선택하는 것은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방향을 잃은 소모적인 학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미술 교재는 외부적인 이유가 아닌 아동 스스로 흥미를 느낌으로서 학습에 참여하게 하고, 교재에 제시된 정보를 수용하는 것으로부터 점차 아동 스스로 적극적인 정보를 수집 선택하게 하며, 자기 평가를 통하여 미적인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다. 다음은 나름대로 좋은 미술 교재가 갖추어야 할 다섯 가지 기본적인 준거들을 제시해 본 것이다.

첫째, 좋은 미술 교재는 아동의 자발성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내용이 선정되어야 한다. 즉, 아동이 의존적으로 학습하도록 제시된 작업이 아닌, 아동이 자기주도성과 독립성을 지니고 작업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놀이와 결합한 미술활동은 아동의 자발성을 증진시키며 외재적 동기가 아닌 내재적 동기에 의해 학습할 수 있다. 또한, 작업 계획과 목표 설정에 아동의 참여가 이루어질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하며, 아동의 발달 수준에 적합한 표현 활동을 아동이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자발성을 증진시킬 수 있다.

『미술에 재미 붙이기』본문 사진
둘째, 좋은 교재는 아동의 창조성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내용이 선정되어야 한다. 즉, 주입식으로 제시된 표현 활동이 아닌, 아동이 환경 속에서 직접 관찰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환경을 변화시키는 경험 속에서 새로운 형식을 창조하는 과정이 제시되어야 하며, 자연적이고 인공적인 여러 사물에서 미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도록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사물의 보는 위치와 방향을 다르게 하거나, 사물을 집중시켜 보이도록 제시하여, 관찰을 더욱 기술적으로 하는 방법 등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셋째, 좋은 미술 교재는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을 길러주도록 내용 조직이 이루어져야 한다. 즉, 최선의 해석을 일거에 제시하는 '설명형' 교재가 아닌, 미학적 갈등을 일으키는 '문제 제공형' 교재가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목적이 분명한 문제 중심의 학습 과제를 창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 내용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넷째, 좋은 미술 교재는 미적 체험의 통합이 이루어지도록 미술 활동이 유기적으로 조직되어야 한다. 즉, 일차원적 일원론적인 학습 내용으로부터 다원론적 다차원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작품 감상, 표현 활동이 통합되도록 조직되어야 하고 입체를 보고 그린 그림과 그림을 보고 만든 입체 작품 등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한번 탐색했던 현상이나 주제를 다양한 매체나 표현 방법으로 반복적으로 재탐사하고 재경험하는 순환적 전개를 통해 매체의 질적 전환과 응용을 시도하는 내용과 아동이 자신의 미적 사고 과정을 통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다섯째, 좋은 미술 교재는 아동의 미적 사고를 촉진하도록 유도하는 질문이 제시되어야 한다. 즉, 해답을 제시하는 교재가 아니라, 아동 자신이 스스로의 작업 과정을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질문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설계도와 중간 결과물, 처음 그림과 실물을 비교하는 내용이 제시되어야 하며, 미술 작품을 해석하고 비평할 수 있도록 토론할 내용, 관점 등이 제시되어야 한다.

『우리 집과 물건 그리기』본문 사진
이밖에도 개별적인 학습 내용으로부터 집단 제작 활동의 계획과 실시를 위한 협동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되어 있는 교재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즉, 아동이 문제를 협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공동 목적이 달성되는 협동 제작 과정이 제시되고, 자신의 견해를 주장하거나 근거를 제시하면서 토론하는 등의 활동이 제시되면 아동의 창조적 미술 능력은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서점에 나와 있는 미술 교재들은 협동 제작 활동이 매우 부족하다. 심지어는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 준거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제작된 미술 교재들도 많이 나와 있는 실정이다. 아이들의 미술 능력을 개발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이러한 미술 교재들은 '교육' 그 자체의 가치를 구현하는 가장 기초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미술 교육은 아이를 화가로 키우는 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미술 교육의 일차적인 목적은 아이들 수준에서 가능한 이해 방식을 토대로 기본적인 조형감각을 익히게 하고, 시각적인 미적 사고력과 창의적인 문제 해결력을 갖게 하는 데 있다. 미술교재 하나를 고를 때 신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좋은 미술 교재를 고르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식은, 아이를 직접 서점에 데리고 나가서, 위에 제시한 다섯 가지 준거 중 몇 가지라도 합당한 몇 가지 교재를 아이에게 제시하고, '사용 당사자'인 아이가 그 중에서 선택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금숙 / 이화 여자 대학교 미술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학교 교육 대학원 교육학 석사 과정을 졸업했습니다. 현대 미술 학원 원장으로 일하다가 그림 마을 유치원 원장으로도 일했습니다. 지금은 서울 디자인 전문학교에 강의를 나가고 있습니다. 『아이는 그림으로 말한다』『미술에 재미 붙이기』『나와 친구들 그리기』『우리 집과 물건 그리기』『아인슈타인 영어 교실』의 책을 썼으며 『자기주도적 학습력 증진을 위한 초등 미술 교과서 대안 모형 모색』이라는 논문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