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06월 웹진 제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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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생각해 볼까요]
전쟁이 우리에게 남긴 것

오진원 | 2001년 06월

6월입니다. 달마다 느낌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6월은 왠지 의미심장함이 느껴지곤 하지요. 그건 6월이 ‘호국 보훈의 달’이거나 혹은 현충일이 있어서 그런 것만은 아닐 거예요. 6월은 우리 민족 역사 가운데 가장 가슴 아픈 사건인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달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6월 달이 무척이나 거북했습니다. ‘호국 보훈’‘현충일’‘한국 전쟁’ 이런 말들이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충성을 강요하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지요. 개인의 모든 권리는 북한 때문에 유보되어야만 했고, 개인의 권리는 언제 북한이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상황 논리 밑에서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답니다. 그러니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했지요.

『몽실언니』 표지
『점득이네』 표지
하지만 이런 생각은 10여 년 전 한 친구 덕분에 많이 누그러졌답니다.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했어요. “왜 너는 그렇게만 생각하니? 그 의미 자체를 바꿔 버릴 수도 있잖아. 호국 보훈이니 현충일이 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시작된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진정으로 이 땅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을 기리는 날이 될 수도 있잖아. 그런데 너처럼만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 것도 변할 수가 없어.” 말이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지요. 그 동안 내가 얼마나 길들여져 있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고요.

그리고 그 뒤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들을 만났답니다. 그 속에서 나는 그 동안 나를 괴롭혔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어요. 권정생 선생님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난 전쟁이지만, 또한 우리에게 여전히 남아 는 문제이기도 한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민중들의 겪어야 했던 삶의 모습을 아주 진지하게 보여주면서 바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로 끌어올리고 있었습니다.『몽실 언니』『초가집이 있던 마을』『점득이네』는 한국 전쟁의 참혹한 모습을 잘 보여 주는 작품들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처음 본 사람도 사람으로 만났을 땐 다 착하게 사귈 수 있어. 그러나 너에겐 좀 어려운 말이지만, 신분이나 지위나 이득을 생각해서 만나면 나쁘게 된단다. 국군이나 인민군이 서로 만나면 적이 되기 때문에 죽이려 하지만 사람으로 만나면 죽일 수 없단다.”『몽실 언니』에서 인민군 언니가 몽실이에게 했던 말은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이 말이야말로 권정생 선생님이 진정으로 하고 싶던 말씀이 아닐까요?

『점득이네』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이 책은 조국 문제까지도 생각하게 합니다. 소련군에게 죽은 아버지, 미군에게 죽은 어머니, 운 좋게 살아 남았지만 앞을 못 보게 된 점득이, 그리고 전쟁의 와중에서 헤어진 사람들……. 전쟁으로 엇갈려만 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요. 여전히 현재 진행인 이야기, 그래서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은 끊임없이 우리에게 치열한 고민을 요구합니다.

『구름』과 『핵 전쟁 뒤의 최후의 아이들』 표지 사진
그리고 권정생 선생님과는 좀 다른 모습으로 전쟁의 문제를 일깨우는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구드룬 파우제방이지요. 구드룬 파우제방의 글에는 언제나 평화의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핵 전쟁 뒤의 최후의 아이들』『구름』『평화는 어디에서 오나요』『나무 위의 아이들』 같은 제목만 들어도 구드룬 파우제방의 분위기가 느껴지거든요.

구드룬 파우제방만큼 핵 문제를 동화에서 전면적으로 다룬 작가도 없는 것 같아요. 그 가운데 가장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핵 전쟁 뒤의 최후의 아이들』은 핵 전쟁이 터지고 난 뒤에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을 통해 핵 문제와 전쟁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던져 주는 책이지요. 아이들은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면 핵무기에 대해 결사 반대를 외칠 정도로 강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핵이라는 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구름』은 직접적인 전쟁이 아니라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을 매개로 이야기를 풀어 가고 있어서 체르노빌 사건을 떠오리게 합니다. 핵도 좋은 이용하면 문제될 거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라면 한번 꼭 읽어 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좋은 데 이용한다 해도 핵의 위험을 피해갈 수 없다는 걸 잘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지요.

『니코 오빠의 비밀』과 『내일은 맑을까요』의 표지 사진
또 작가로서는 아니지만 작품으로 생각나는 전쟁과 관련된 책들이 있습니다.『내일은 맑을까요』와 『니코 오빠의 비밀』이란 책입니다.『내일은 맑을까요』는 스페인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피난을 가는 일곱 살 아이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과 함께 그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아이의 건강한 모습을 보여 주는 책입니다.『니코 오빠의 비밀』은 그리스에 파시즘의 손길이 뻗치기 시작하는 시기, 독재에 대항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찾아나가기 위해 투쟁하는 니코 오빠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책이지요. 특히『니코 오빠의 비밀』은 전쟁의 뿌리에 있는 독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인류에게 이렇게 큰 피해를 주는 전쟁은 왜 계속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쟁은 왜 일어날까』라는 책이 여기에 대한 답을 해 줄지도 모르겠군요. 이 책의 장점은 전쟁에 대해 자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이지요. 무척 어려운 주제이지만 선생님이 아이들과 함께 토론하는 형식으로 써서 아주 쉽게, 그렇지만 핵심은 꼭꼭 짚고 있습니다.

언제일까요? 이 땅에서 전쟁이라는 게 사라질 수 있는 게?
오진원 / 1965년에 태어났습니다. 서른으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어린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뒤로 쭈욱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어린이 문학 사이트인 '오른발왼발'(www.childweb.co.kr)과 방정환 선생님이 발간하셨던『어린이』지를 소개하는 사이트인 '어린이지'(www.childnbook.com)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이제 두 돌이 되어가는 딸 유경이 덕분에 그림책에 대해 새롭게 안목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