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06월 웹진 제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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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어린이 책 이야기

[작가를 찾아서]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림 작가 유애로

공혜조 | 2001년 06월

새끼 고양이 하늘이와 병아리를 안고 웃는 유애로 선생님
봄 가뭄이 심하다고 만나는 사람마다 걱정스레 말합니다. 그런데 유애로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길에 비가 뿌립니다. 참 기분 좋은 빗소리입니다. 전철 시흥역에서 철길 위 구름다리로 올라서면 서울이 아닌 것 같은 곳이 보입니다. 안양천 변에 자란 풀과 나무가 오랜만에 내리는 비를 온 몸으로 맞으며 싱그런 잎사귀를 뽐내고 있습니다. 그 나무 곁으로 선생님이 사는 아파트가 있습니다. 제법 나무가 자리를 잡은 오래된 아파트 너머로 나지막한 산도 보입니다.

봉제 송아지와 봉제 반디
맷방석 위의 돌멩이들
아파트 문이 열리고 반갑게 웃는 선생님 얼굴 뒤로 음악이 흐릅니다. 하지만 거실로 곧장 가서 앉을 수가 없습니다.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올라서려는데 봉제 인형 송아지의 등에 앉은 반디 각시와 반디 신랑이 인사를 했기 때문입니다. 반디 부부에게 자리를 비켜 달라고 부탁할 수 있다면 멀리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송아지 등 위에 엎드려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야 없지요. 선생님께 들을 말씀이 많을 것 같아 얼른 거실로 갑니다. 하지만 또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맷방석 위에 놓인 동글 납작, 길쭉 울퉁한 돌들이 제각기 다른 빛을 내고 있습니다. “애들하고 다니면서 모은 돌이에요. 이쁘죠?” 대답 대신 돌을 만져 봅니다. 생긴 모양만큼이나 감촉도 다릅니다. 강과 바다에서 모은 예쁜 돌들이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거실에 앉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돌멩이가 말을 거는 것처럼 선생님은 나직하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언젠가 돌멩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독일의 그림 작가 힐데 하이두크후트가 『돌멩이도 춤을 추어요』라는 책을 먼저 펴냈어요. 그땐 정말 안타까웠어요. ” 아쉽게 말끝을 흐리는 선생님의 눈길을 받은 돌멩이가 선생님께 무언가 답을 하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돌멩이가 주인공이 된 또 다른 멋진 그림책이 나올 것 같습니다.

춤추는 반디 부부
알을 낳은 반디 부부
유애로 선생님 하면 많은 사람들이 점을 찍어 그린 그림을 떠올립니다. 특별히 점묘화를 그리게 된 까닭이 있나 여쭈었지요. “점묘화 기법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떠올리는 건 아니에요. 출판사로부터 어떤 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기획 의뢰를 하거나,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떠오르거나 하면 어떤 기법으로 그림을 그려야 할지 머리 속 깊은 곳에서 떠올라요. 점묘화 기법은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쓰지요. 점과 바탕색이 이루는 배색 효과를 이용해 환상적인 효과를 만들어 낼 때 정말 기분이 좋아요.”그래서 애절한 하늘나라 사랑 이야기인『견우 직녀』와 신비한 곤충 반딧불이 이야기인『반짝반짝 반디각시』를 점묘화 기법으로 그렸다고 합니다. 그래서『반짝반짝 반디각시』를 그릴 때는 그 어느 때보다 고운 점으로 반디들을 그려 내어 환상적이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표현하였지요. 빛이 나오는 것처럼 눈부신 반디의 모습은 점묘화 기법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될 수 없었을 거예요.

열심히 먹이공을 만드는 엄마 쇠똥구리
아기를 안고 자장가를 부르는 엄마 쇠똥구리
껍질을 벗는 아기 쇠똥구리
선생님은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한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책을 만들었습니다. 바로『쇠똥 구리구리』이지요. 지금도 동물과 식물을 좋아하지만 그 책을 만들 즈음에는 유난히 곤충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곤충뿐 아니라 가까이서 볼 수 없는 곤충이라도 도감류를 찾아가며 곤충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즐겁던 때였지요. 그래서 선생님은 곤충 이야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답니다. 누구를 주인공으로 해야 하나? 주인공을 빛내 줄 조연으로는 누가 좋을까? 그들에게 어떤 역할을 맡겨야 하지? 쇠똥구리를 주인공으로 정하자 무궁무진 이야기가 피어났습니다. 누구보다 어린이를 좋아하고 어린이처럼 맑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선생님은 엄마 쇠똥구리의 아기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렇게 해서 멋진 엄마 쇠똥구리와 귀여운 아가 쇠똥구리가 탄생하여 어린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지요.

선생님의 마음은 선생님의 크고 맑은 눈동자만큼 맑은 것 같습니다. 어린이들이 무척 재미있어 하는『갯벌이 좋아요』도 어린이의 마음 같은 천진한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면 떠올리기 힘든 이야기이지요. “출판사에서 갯벌에 대한 책을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어린이들에게 갯벌이 어떤 곳인지, 왜 갯벌이 소중한지 알려 주는 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이야기를 어떻게 꾸밀까 무척 고민스러웠어요. 아이들과 함께 갯벌에 다니면서 놀면서 갯벌을 공부했지요.”

『갯벌이 좋아요』표지 사진과 본문 그림
어떻게 구름을 잡으러 가는 그런 기발한 생각을 해내셨냐고 여쭈니 겸연쩍게 웃으십니다. “갯벌 이야기를 해야 하는 내가 바로 이루지도 못할 꿈, 구름을 잡으러 떠나는 꽃발게 같잖아요? 꽃발게가 엄청나게 모여 사는 갯벌을 아세요? 꽃발게의 천국 같았어요.”선생님의 눈앞에는 꽃발게가 무리 지은 갯벌이 펼쳐져 있는 듯합니다. 그렇게 찾아나섰던 갯벌이 아주 작은 모습으로 선생님 작업실에 살아 있습니다. 고둥이며 게, 조개, 따개비, 굴, 자갈, 모래 알갱이에 흙 알갱이까지 고스란히 살아 있습니다.

『쪽빛을 찾아서』표지 사진과 본문 그림
색깔에 남달리 민감한 선생님은 쪽으로 만들어 낸 우리 조상들의 빛깔인 쪽빛에 매료되어『쪽빛을 찾아서』라는 책도 냈습니다. 뭐라고 한 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쪽빛을 어떻게 살려낼까 고민하던 선생님은 천을 떠다 쪽물을 들였습니다. 각 장면에 맞는 쪽색을 찾으려고 천마다 다른 쪽색을 물들인 선생님의 땀은 멋진 책이 되어 나왔습니다. 어떤 장면에는 짙은 쪽빛으로 어떤 장면에는 옥색 같은 쪽빛이, 또 어떤 장면에는 옅은 쪽빛으로 시작해 점점 짙어진 쪽빛 천이 그림의 바탕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쪽물을 들인 천에다 선생님은 젯소로 올의 구멍을 메우고 마음씨 고운 물쟁이가 쪽빛을 찾아 떠나는 아름다운 행로를 그려 내었답니다.

“작가라면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기법은 죽을 때까지 찾아야 하고,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하던 기법으로 그림을 그리면 수월하지만 작품 하나하나마다 이야기가 다르고 표현하고 싶은 것도 다르므로 자연히 기법이 달라지게 되더라구요.”어린 아이처럼 장난스럽고 맑아 보이는 선생님의 어디에 그런 힘이 숨어 있을까요?

“평소에 그림으로 장난을 많이 치는 편이에요. 뭔가를 끊이없이 만들어 보는 것도 그림 장난의 한 가지이지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랐는데, 아버지가 사진을 찍으셨어요. 우리 형제는 좀 많았어요. 딸이 다섯, 아들이 둘이었어요. 아버지는 우리들과 장난치는 것을 무척 즐기셨지요. 우리들에게 페인트 통을 하나씩 들게 하고는 온실 벽이나 화장실에 놀이하듯 그림을 그리게 했어요. 보통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페인트 통을 들리진 않잖아요? 아버지가 그림을 종이에 그리는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 주셨던 것처럼 저도 우리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그래서 아이들과 장난을 많이 쳐요.”

돌멩이로 만든 새들
큰 딸이 만든 사마귀
돌멩이 물고기
그래서 선생님은 아이들과 얘기하면서 김치를 담그고, 송편을 빚고 과자를 만들고 김밥을 싼답니다. “주중에는 일에 매달리기 때문에 일요일에는 철저하게 아이들과 즐겨요. 근처 풀밭에 가서 간단한 먹을 것을 펼쳐 놓고 종이와 연필을 들고 ‘얘들아, 우리 들꽃 그리자.’ 혹은 ‘얘들아 우리 개미 그리자.’하면서 놀아요. 아이들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그러니까 그 힘은 장난에서 나온 것일까요?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받으며 선생님은 아버님 이야기를 이어 갑니다.

선생님의 아버님이 찍은 사진들
“아버지는 뜰에 스피커를 매달아 놓으셨어요. 음악을 들으면서 아침이 왔다는 것을 알았죠. 음악 소리를 들으면서 잠에서 깨어나고, 음악 속에서 뛰어 놀다 음악 속에서 잠이 든 셈이죠. 그래서 시골의 풀과 나무, 벌레들과 더불어 재미나게 지냈어요. 그때만 해도 정전이 잘 되었는데, 정전된 날 밤이면 아버지는 등나무 아래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기도 했어요. 아버지는 그때 거의 모든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아주 현대적인 분이었어요. 책을 읽고 자식들에게 이야기해 주기를 즐기셨는데, 박진감 있고 묘사가 뛰어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가끔씩은 영화 본 이야기도 해 주셨는데,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생생하게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선생님은 상상력을 무럭무럭 키우셨나 봅니다.

눈이라도 내리면 자식들을 불러서 “우리 팔짱 끼고 걷자.”고 하시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그런지 선생님 역시 그렇습니다. 집에서 무얼 하더라도 놀듯이 장난치듯이 한답니다. 김치를 담글 때도 호기심 많은 딸을 옆에 앉히고 버무려 보게도 하고, 맛도 보여 주면서 담그고, 가족과 함께 들놀이라도 나갈라치면 그림 그릴 준비를 해 가서 들꽃을 그리고 돌멩이를 그리고 한답니다. 따뜻한 차에 곁들여 내어 온 새 모양, 별 모양 과자도 딸들과 장난치며 구웠다고 합니다.

개구리와 다슬기가 살던 실내 연못
작은 딸이 그린 하늘이
선생님이 천으로 만든 하늘이
자연 속에 살던 추억을 못 버린 선생님은 아파트 베란다에 작은 연못을 꾸며 놓았습니다. 해를 넘기며 살던 다슬기와 이 년 반이 넘게 살았던 개구리며, 개구리를 보며 놀래던 고양이 이야기를 하면서 선생님은 볼이 발그레집니다. 지금은 멀리 보내고 없지만 새끼 때부터 길렀던 고양이 하늘이는 눈이 하늘색이어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다고 합니다. 펄쩍펄쩍 뛰어 다니는 개구리를 보면서 놀라 몸을 사리던 하늘이와, 푸드득 날아다니던 병아리를 겁내던 새끼 고양이 하늘이의 귀여운 모습은 선생님 작업실의 낮은 실내벽에 작은 딸이 그린 그림과 그 그림을 본떠 선생님이 만든 봉제 인형이 되어 있습니다.

선생님은 새벽이면 몸을 일으킵니다. 하지가 가까워 일찌감치 먼동이 트는 요즈음도 아직 어둑어둑할 오전 5시 40분에 선생님의 하루는 시작됩니다. 그 시간에 무엇을 하느냐고요? 아파트 옆으로 주욱 벋어 있는 안양천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걸어 다닌답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 집으로 돌아와서 가족들의 아침을 준비하고 큰딸과 남편과 작은딸을 차례로 배웅하지요. 쓱싹쓱싹, 집을 치우고 정리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곧장 작업실에 출근하면 여덟 시 반에서 아홉 시랍니다. 사무실이 어딘데 그렇게 빨리 출근하냐고요? 눈치채셨겠지만 바로 선생님이 사는 아파트의 한 방이랍니다. 그 방은 캐릭터 천국 같습니다. 천장에는 커다란 종이 ‘꽃발게’ 모빌이 매달려 있고, 벽에는 선생님이 만들어 낸 온갖 캐릭터들이 걸려 있답니다. 이 방에서 선생님은 어떻게 책을 꾸미면 어린이들이 좋아할까 생각하고, 그 생각을 다듬고 붓끝으로 옮겨 그림책을 만들어 냅니다.

선생님께는 하루 가운데서 오전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고 합니다. 어떤 그림책을 만들 것인가, 어떤 캐릭터로 설정할 것인가, 그 캐릭터가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 갈 것인가 이 모든 생각의 갈래들이 정리되는 시간이 바로 아침 시간입니다.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침 시간이 가장 좋다는 선생님은 "낯에 자연광 아래서 색감을 조절하는 게 저는 좋아요. 밤에 작업을 하면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색감이랑 다르게 나오기 쉽거든요." 그래서 선생님은 오전과 오후를 온전히 작업하는 데에만 쏟아 붓는답니다.

특히 점묘화 기법으로 그림을 그릴 때는 온 몸이 긴장하기 때문에 차분한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을 하면 좋으시답니다.『견우 직녀』나 『반짝반짝 반디각시』에 나오는 그림은 채송화 씨앗처럼 작은 점으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붓을 들고 호흡을 가다듬은 후, 점을 찍는 그 순간에는 호흡을 멈추어야 한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점이 다른 데로 찍히거나 커지거나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점묘화 그림을 그릴 때는 작업 시간도 아주 많이 걸리는데, 어떤 날은 하루 종일 그림을 그려도 아가 손바닥만큼도 못 그린다고 합니다. 그렇게 점묘화 작업에 며칠 매달리고 나면 붓을 쥐었던 손가락이 파르르 떨리기도 하고 팔과 어깨까지 저려 온답니다.

『견우 직녀』의 본문 그림들
언제나 한결같이 작업에 임하기 때문에 어김없이 배꼽 시계가 작동을 한다는 선생님은 12시 반이나 오후 한 시 쯤에는 점심을 들지요. 그리고는 아침 내내 듣던 음악의 종류를 바꾼답니다. 좀 가벼운 음악을 들으면서 가끔씩은 혼자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도 합니다. 그렇게 기분을 전환하고는 다시 차분한 음악을 틀어 놓고 오후 시간 내내 작업에 매달린답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작업에 매달리고 나면 누워 쉬고 싶으련만 선생님은 저녁 시간까지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책을 읽거나 어린이 친구들이나 작가, 편집자, 가족에게 편지를 씁니다. 손으로 쓰는 편지든 컴퓨터로 쓰는 편지든 모든 편지는 사람을 정서적으로 이어 주는 것 같다는 선생님은 아이들과 편지하는 기분으로 그림책을 만듭니다. 선생님은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때 정말 기쁘다고 합니다. 특히 "애들도 이것을 좋아하겠지?" 하면서 그림을 그렸는데 아이들이 그 부분을 찾아내고 즐거워할 때 제일 즐겁답니다.

『쪽빛을 찾아서』의 주인공 물쟁이
그림책 작업을 시작한 지 15년 정도 되었는데, 처음에는 전집류에 그림을 많이 그렸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잘 그릴까 고민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내 그림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많이 생각한다고 합니다.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기에 글과 그림의 편집과 표지의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다는 선생님은 “스케치를 다 한 다음에도 화면을 축소해 보거나 확대해 보기도 하고 시점을 달리 잡아 본다든가 해요. 그러면서 시각적인 효과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요.” 하면서 웃으십니다. 마치 영화를 만드는 감독 같지요? 어떻게 보면 영화도 움직이는 그림책이잖아요? 선생님은 언젠가는 혼자서 그림책을 만드는 이 모든 과정을 다 해내고 싶답니다.

한동안 대학의 시각 디자인 학과에서 강의를 한 적도 있는 선생님은 교수의 길을 갈 것인지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작가의 길로 갈 것인지 고민하다가 학교를 그만두었습니다. 지금은 온전히 그림책 작업과 캐릭터 작업에 전념하고 있지요. 어린이들의 세계에서 우리의 사는 모습을 발견한다는 선생님은 아기를 무척 좋아해서 어떤 아기든 만나면 장난을 걸고 껴안아 준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스스로 참 철딱서니 없이 살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틈만 나면, 아니 틈을 내어서라도 좋아하는 연주회나 연극 무용 공연을 보러 가는 선생님은 얼마 전에 러시아 무용수 미하일 바리시니코프의 공연을 보면서 쉰을 훨씬 넘긴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멋지게 춤을 출 수 있는지 공연을 보는 내내 감동으로 가슴이 벅찼다고 합니다. 내키지 않는 원고로는 절대 그림이 안 그려지고, 마감에 쫓기면서 하는 작업은 못한다는 선생님은 일년 내내 한 권 정도 책을 완성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의 작품은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처럼 우리를 찾아옵니다. 가뭄이 길어도 언젠가 내릴 비를 기다리는 농사꾼 같은 마음이 되어 선생님의 멋진 다음 작품을 기다려 봅니다.
공혜조/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여러 일을 하였습니다. 우리 어린이에게 좋은 읽을거리를 권해 주고 싶어서 좋은 어린이 책 이야기를 나누는 『열린어린이』 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좋은 어린이 책이 엄청나게 많아져서 어린이들이 행복에 겨워 웃음 터뜨릴 날을 기다리는 엄마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