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06월 웹진 제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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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어린이 책 이야기

[새롭게 보는 다른 나라 그림책]
다른 나라 그림책을 만나 보아요

서남희 | 2001년 06월

통통하고 귀엽게 생긴 독일계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숲 속을 거닐며 낙엽을 줍고, 꼬물꼬물 움직이는 벌레들과 도마뱀을 눈여겨보았죠. 밝은 햇살 환한 교실에서 커다란 종이에 색색가지 물감으로 그림 그리는 것 또한 좋아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뒤 그는 꼴라쥬 기법으로 그림책을 만드는 할아버지가 되었고, 새싹처럼 돋아난 세계 여러 나라 아이들은 그의 그림책을 넘기며 즐거워합니다.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표지와 본문 그림
바로 이 할아버지, 에릭 칼(Eric Carle)이 그림책에 발을 들여놓게 된 책이『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이지요. 글 작가인 빌 마틴 주니어(Bill Martin Jr)는 반복되는 표현과 리듬 있는 문체로 글을 써 놓은 뒤 그림작가를 찾아 헤매고 있었는데, 우연히 에릭 칼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보고 그에게 연락을 해서 같이 책을 만들자고 제안합니다. 이 뛰어난 두 글 작가 그림 작가가 역량을 다해 만든 이 책은 현대의 고전으로 불리게 되지요.

첫 장을 펼치면 왼쪽에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 오른쪽에 “I see a red bird looking at me.”라고 말이 있고 전체에 갈색 곰 그림이 시원스럽게 들어가 있어요. 다음 장을 넘기면 “Red Bird, Red Bird, What do you see?”“I see a yellow duck looking at me.” 이 있고 물론 Red Bird 그림이 신나게 펼쳐져 있어요. 아이들은 금방 다음에 무엇이 나오는지 알지요. 한 번 물어 보세요. 그럼 “Yellow Duck, Yellow Duck, What do you see?”하고 눈을 반짝이며 외칠 거예요. 물론 그때 칭찬해 주셔야죠. 자, 이렇게 이 책은 Blue Horse, Green Frog, Purple Cat, White Dog, Black Sheep, Gold Fish로 이어집니다. 동물의 이름과 색깔을 바꿔가며 물음과 대답의 패턴이 반복되기 때문에 아주 재미있습니다. 책을 다 읽은 뒤 아이들이 직접 동물 그림을 그려 같은 책을 만들게 해 보세요.  

『The Very Hungry Caterpillar』 본문과 표지 사진
이 책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에릭 칼은 내친 김에 아예 자기가 그림뿐 아니라 책 내용도 써서 책을 한 권 냈는데, 그게 바로『The Very Hungry Caterpillar』입니다. “In the light of the moon a little egg lay on a leaf.”로 시작되어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가 월요일에는 사과 한 개, 화요일에는 배 두 개, 수요일에는 자두 세 개, 계속해서 일요일까지 차례차례 다른 먹이를 먹고 나중에 나비가 되는 과정을 역시 꼴라쥬 기법을 써서 표현한 책이어요.

매쪽마다 애벌레가 먹고 간 흔적(작은 구멍)이 있고, 요일 별로 쪽의 크기가 다른 것도 재미있어요. 아이들은 꼭 그 구멍 안에 손가락을 넣어 보지요. 뭘 먹어도 “He was still hungry.”였지만, 일요일에 마지막으로 잎을 먹었더니 “He felt much better. Now he wasn’t hungry any more.”인 게 재미있어요. 이 책은 또한 신비로운 세계에 아이들이 눈뜨게 해 줍니다. 꿈틀꿈틀 애벌레가 날마다 음식을 먹고 자라다가 고치로 바뀌고 그 고치에서 날개를 활짝 편 아주 아주 화려한 나비가 나오는 과정을 보면서 아이들의 상상력 역시 새로운 세계로 팔랑거리며 날아가지요.

『The Very Busy Spider』표지와 본문 그림
에릭 칼의 책 중에서 또 추천할 만한 것은『The Very Busy Spider』입니다. 이 책 역시 꼴라쥬 기법에 반복되는 말들을 써서 읽기가 즐겁지요. 어느 농장의 울타리에 바람에 실려 나타난 거미가 실을 자아내 거미줄을 만들기 시작해요. 농장의 동물들이 한 마리씩 차례로 찾아와 거미에게 말을 걸지요. 맨 먼저 말이 “Neigh! Neigh!” 하면서 찾아와 “내 등에 타지 않을래?”라고 말했지만 거미는 거미줄을 만드느라 너무 바빠 대답하지 않았어요 (“The spider didn't answer. She was very busy spinning her web.”). 그 다음에는 소가 “Moo! Moo!” 하면서 말을 걸었지만 거미는 역시 마찬가지로 대답을 하지 않았죠. 양도 오고, 염소도 오고, 돼지도 오고 (우리는 동물 소리가 영어로 어떻게 나는지 알 수 있지요) 그러다 마침내 수탉이 “꼬끼요! (Cock-a-doodle do!)” 하면서 찾아왔는데 (아, 거미는 날이 밝을 때까지 일했군요.), 이때야 거미는 파리 한 마리를 잡고, 바로 잠이 들어 버렸어요. 정말 바쁜 하루였지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나오는 새로운 동물 그림이 무척 재미있고, 하얀색 거미줄이 도드라져 있어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한 줄 한 줄 늘어가는 거미줄을 아이들은 꼭 손가락으로 느껴 보려 하지요. 집에서도 한 번 아이들과 이 책을 만들어 보세요. 먼저 연필로 거미줄을 그리고, 다른 그림들이 다 완성된 후에 페이지 하나 하나를 코팅하고, 연필로 그린 거미줄을 따라 풀을 덧입혀 말리면 됩니다.
서남희 / 개인 홈페이지 'The Cozy Corner(zzagn.net/cozy)'에서 영어 그림책 이야기를 엮어 올리고 있습니다. 서강 대학교와 서강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UCLA Extension에서 TESOL(영어 교수법)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미국 미시간 주에서 10년간 살면서 Haslett Adult Education의 영어 클래스에서 보조교사, 이스트 랜싱에 있는 ‘한마음 한글학교’의 외국인반 교사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했습니다. 미국 유치원 교육에서 활용하고 있는 ‘꼬마책(Mini-Books)’을 아이와 함께 직접 만들어 볼 수 있게 구성한『아이와 함께 만드는 꼬마 영어그림책』을 만들었답니다. 그림책, 소설책, 시를 좋아하고, 북한산, 도봉산, 지리산, 속리산, 소백산 등 바위산을 좋아하며, 무엇보다 잠 자는 것을 제일 좋아한답니다. 스스로 뾰족뾰족하다고 말하면서 사랑하는 남편과 딸과 더불어 누구보다 둥글고 넓게 살고 있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