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06월 웹진 제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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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책 이야기]
첨벙 놀이는 즐거워

최주영 | 2001년 06월

수연아, 너 기억나니?

어린 시절, 신림동 다리 밑 개천에서 여름이면 발가벗고 놀았던 일 말이야. 오늘같이 햇볕이 따가운 날이면 그때 생각이 간절해지더라. 너랑 나랑 안 놀아주겠다는 언니, 오빠들 따라다니면서 물벼락도 많이 맞고, 때로는 다 잡은 물고기 놓쳤다고 꿀밤을 맞기도 했었지. 그렇게 옷을 적시고 집에 들어가면 엄마한테 많이 혼이 나곤 했잖아. 한번은 안 들키려고 옷 입은 채로 옷과 몸을 말리려다 살갗 다 태워 쓰라렸던 했던 일도 있었지. 정말 웃기지 않니. 오늘 따라 왜 이리 그 시절의 추억들이 새삼스레 그리울까?

『손을 씻어요』표지 사진
그리고 생각나니? 여름이면 커다란 빨간 고무 다라 두 개를 마당에 놓고 너희 오빠와 너, 그리고 우리 언니들과 함께 목욕을 했던 일 말이야. 막내였던 나는 언니들이 목욕을 끝낸 뒤에야 물에 들어갈 수 있었지. 그때 나는 목욕을 징글징글하게 싫어했었어. 그저 놀기 위해 물에 들어가는 것만 좋았을 뿐이고 말이야. 후후.

이제 세 살 된 내 딸아이 가원이는 그런 나를 별로 안 닮았나봐. 가원이는 목욕하는 것을 참 좋아하거든. 목욕탕에 들어갈 때면 언제나 “엄마, 꽉꽉 오리는 어디 있나요?”하며 제 목욕 친구 꽉꽉오리(물에 뜨는 아이들 목욕용 노리개)를 찾곤 한단다.

그러고는 내가 자기를 씻어 주는 것처럼 저도 오리를 닦아 줘. 내가 자기 얼굴을 씻어 주면 오리의 얼굴을, 몸을 닦아 주면 오리의 몸을……. 그리고 목욕을 마치고 나서 베이비 오일을 발라 주면 녀석도 나를 따라 꽉꽉 오리에게 오일을 발라 준단다. 그래서 우리 집 비누와 베이비 오일은 두 배로 많이 들지 뭐야.

우리 가원이가 목욕을 자연스러워하고 좋아하게 된 데는 첫돌 전부터 읽었던 『손을 씻어요』란 책 덕분인 것 같아. “모래놀이를 하는 두더지도, 쓰레기통을 뒤진 너구리도, 미끄럼틀을 타는 고양이도, 꽃밭에서 뒹구는 꽃사슴도 모두 모두 집에 오면 손을 씻어요”라는 내용이 가원이에게 물을 자연스럽고 친숙하게 만든 모양이야. 그래서 내가 딱히 “씻어라”고 얘기하지 않아도 나들이 갔다가 돌아오면 자기 스스로 으레 손을 씻는 걸로 알고 있단다. 녀석이 말을 하기 이전부터 말이야. 웃기지.

『목욕은 즐거워』 표지 사진과 본문 그림
그후 지 이모가 사준 『목욕은 즐거워』를 읽으면서부터는 책 속의 주인공 상민이처럼 자기가 알고 있고,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동물들이 다 동원되기에 가원이의 목욕 손길은 더욱 바빠졌단다. 꽉꽉 오리뿐만 아니라 물개, 아기사자, 토토(가원이의 상상의 친구)……. 모두 함께 목욕을 하다 보니 목욕하는 시간은 두 배로 길어졌고 그러는 동안 계속 비누와 오일을 바르는 덕에 목욕탕은 온통 미끌미끌하고 끈적끈적해진단다.

책 속의 상민이가 동물들과 만나 비누 거품도 만들고 달리기도 하며 바다와 목욕탕을 오가는 상상의 세계가 가원이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것 같아. 또 상민이가 수건에 비누 거품을 만들어 자신의 어깨부터 가슴, 배 순으로 목욕하는 것을 보고는 녀석도 꼭 그렇게 하겠다고 한단다. 그뿐이 아니야. 가끔 내가 귀 뒤쪽을 씻어주는 것을 잊어버리면 “엄마 하마가 그랬지. 귀 뒤쪽을 잊지마 했지.”라고 말해 나를 웃기지 뭐니.

『수영장에 간 날』표지 사진
그리고 가원이는 얼마 전에 구입한 『수영장에 간 날』이란 책을 보며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 동그란 눈이 더욱 커진단다. 그림이 아주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그려져 있어, 책을 보면서 마치 물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하나 봐. 그러고는 이렇게 말하지. “엄마 수영장 안 가나요?” 아마 연이(책 속 주인공)처럼 튜브를 타고 물 속에서 헤엄을 치고 싶은 모양이야.

수연아, 올 여름 나는 우리 가원이를 위해 손바닥만한 수영복과 파란색 튜브를 사 가지고 경남 거창에 있는 시댁에 갈 생각이야. 산 깊고 물 좋은 곳이지. 옛날 우리 어릴 때처럼 앞마당에 커다란 고무 다라를 갖다놓고 물장난도 하게 하고 계곡에서 수영도 시켜야겠다. 왜 해수욕장이나 수영장이 아니냐고? 그건 언제나 네모진 창으로 큰 원을 보고자 하는 가원이에게 할아버지, 할머니 품에서 자연을 만지고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야.

그럼 잘 지내라. 갔다와서 다시 연락할게.
최주영 /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다가 둘째 영경이를 가지면서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세 살배기 딸 가원이와 아직 백일이 안 된 딸 영경이를 열심히 기르고 있답니다. 색깔에 관심이 많은 가원이랑 그림 그리기 놀리를 자주 한답니다. 영경이를 안고 가원이가 타는 세발 자전거를 따라 산책하기와 책을 좋아하는 가원이랑 상상놀이를 할 때 제일 즐겁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