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05월 웹진 제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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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에 나누는 이야기]
온 가족이 함께하는 책 읽기

나영지 | 2002년 05월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와『내가 만일 아빠라면』표지
해마다 오월이면 이곳 저곳에서 ‘가족’이란 단어를 퍼붓는 햇살만큼이나 흐드러지게 얘기합니다. 그 홍수 속에서 일회성 가족 행사가 아닌 일상으로서의 가족의 존재를 잔잔히 느낄 수 있는 책을 찾아 온 가족이 읽어 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를 보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져납니다. 아빠토끼와 아기토끼가 서로 자기의 사랑이 더 크다고 시새우듯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정겹고 따뜻한지요.

『내가 만일 아빠라면』은 아이보다 아빠가 먼저 읽어 보면 좋겠습니다. 아마 아이와 같이 읽는다면 아이는 맞아, 맞아 하며 맞장구를 치면서 웃을 겁니다. 그러다 보면 함께 즐거운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겠지요. 요즘 아버지란 존재가 축소되어 가고 있다고 자주 말씀들 하십니다.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힘이 세며 못하는 것이 없는 전지전능한 존재입니다.
『오른발 왼발』표지
그렇게 아버지가 아이들의 바람벽이 되어 줄 때 아이들은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자신 있게 살아갈 것입니다.

이 세상에, 할아버지, 할머니보다 더 응석부리기 좋은 편안한 사람이 또 있을까요? 아이들을 가장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해 주는 이가 바로 그 분들일 겁니다.『오른발 왼발』에서 할아버지는 보비의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그런 할아버지가 쓰러지자 보비는 너무나 놀라고 슬퍼서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하지만 보비는 할아버지가 다시 걸을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예전에 할아버지가 보비를 가르쳤던 것처럼 말이지요. 아이들에게 책을 다 읽어 주고 나서 차마 마지막 장을 덮질 못하고 그림을 물끄러미 쳐다보는데 그만 눈물이 흘렀습니다. 아이들도 비슷한 감동을 받았는지 조용합니다.

『오른발 왼발』 본문


『무릎 위의 학교』와『하늘새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 가정이 쉼터와 배움터가 되고 있는지. 도도의 성숙함과 깊이는 엄마의 무릎 위의 학교에서 배우고 길러진 것인데……. 잠시나마 아이들을 넓게 보려고 팔을 벌려 무릎에 앉혀 보니 품안 가득 들어옵니다.

『무릎 위의 학교』와『하늘새 이야기』 표지
『하늘새 이야기』중「눈물 담은 도시락」「담요의 비밀」「냄비 뚜껑과 숟가락」을 보면 가난을 이겨내고 현실을 극복하는 부모들의 깊은 사랑과 아픔이 있습니다. 그에 비해 어쩌면 난 엄마로서 당연한 사랑을 무슨 큰 희생인 양 위세를 떠는 건 아닌지 조심스럽습니다. 아이의 사랑고백을 들으며 나 또한 내 아버지 어머니를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은 그렇게 위 아래로 이어지나 봅니다.

우리 식구의 간절한 소망이면서 다른 이들의 소망이기도 하는 전원 속의 삶을 만끽하는(?) 부러운 가족이 있습니다.『큰 숲 속의 작은 집』을 보면 탄성이 저절로 나옵니다. 예전에「초원의 집」이란 제목으로 TV에서 방영했던 것인데 그 때의 화면들이 슬라이드 사진으로 떠오르면서 책 속에 빠져들게 합니다. 우리 큰 아이는 한 달만이라도 그런 곳에서 살고 싶다고 한숨을 쉬더군요.

『큰 숲 속의 작은 집』과 『자장 자장 엄마 품에』표지
때론『자장 자장 엄마 품에』를 보면서 자장가를 익혀 보세요. 읊조리듯 흥얼거리며 아이를 토닥이는 재미 또한 각별합니다. 다 익히지 못했더라도 아이와 함께 보면서 아이의 신체를 토닥이다 보면 아이의 행복해 하며 웃는 눈과 마주칠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자꾸만 해달라 합니다. 잠자리에서 해 주시면 아이의 꿈은 두 배로 풍성해지겠지요.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부모가 더 신나지는 책이 있습니다. 만화로 된 ‘짱뚱이 시리즈’(1∼4)가 그 책인데 엄마, 아빠의 어릴 적 생활이 실감나게 그려져 있습니다. 물론 시골에서의 삶이긴 하지만요.
‘짱뚱이 시리즈’ 표지
아이들이 이것 저것 물어 보면 침 튀기며 답해 주는 엄마, 아빠도 잊혀 졌다 되살아나는 기억에 절로 흥이 나고 같이 놀이도 하며 행복해지는 순간입니다.

가족은 함께 느끼고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중에 그 소중함을 더 잘 알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주기 전에 그 책을 엄마 아빠가 먼저 보십시오. 그 후 함께 느낌을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면 좋겠습니다. 함께 하는 중에 그 사이사이로 서로 같이 믿음과 사랑이 물 스며들 듯 채워질 거라고 믿습니다.
나영지 / 1962년에 태어났습니다. 네 아이의 엄마로 현재 가장 큰 고민은 늦게 난 막내가 이 다음 학교에 가서 엄마가 너무 늙었다고 학교 오지 말라고 할까봐 천천히 나이를 먹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24시간 중 잠잘 때 외엔 심심하거나 한가해 보지 못합니다. 아마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대로라면 난 빠른 속도로 살므로 천천히 늙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