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05월 웹진 제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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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놀이를]
『끼리끼리 빨래방』과 『후루룩∼ 냠냠 라면 기차』

이선주 | 2002년 05월

끼리끼리 빨래방

『끼리끼리 빨래방』 표지
분류 놀이는 수학의 기초 놀이에 해당합니다. 숫자를 아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놀이인데요. 끼리끼리 빨래방은 빨래를 통해 이런 기초 분류 놀이를 아주 재미있고 흥미롭게 펼칩니다.

속옷은 속옷끼리

윗도리는 윗도리끼리

아랫도리는 아랫도리끼리

끼리끼리 하면서 반복되는 문구도 참 재밌게 느껴지는지 겨레가 혼자 놀다 신이 나면 “끼리끼리 끼리끼리” 하고는 노래처럼 흥얼대기도 한답니다.
엄마가 그려 준 밑그림에 색칠하는 겨레, 겨레가 만든 종이옷들


이 책을 활용하려면 분류 놀이가 우선이 되어야 하지만 겨레가 물감 놀이를 워낙 좋아해서 제가 속옷과 윗도리 아랫도리 양말 장갑 등을 밑그림으로 그려 주고 겨레가 색칠을 하도록 해 주었습니다. 그려진 밑그림에 일일이 색칠한 뒤에 가위로 오려 여러 벌의 옷들을 장만했구요.

이렇게 일일이 그리고 오려 옷을 장만하려니까 시간이 좀 걸리기도 했지만 바지, 셔츠, 점퍼라는 식으로 옷이름은 알고 윗도리 아랫도리라는 큰 분류 개념이 없던 겨레가 종이옷을 만들면서 위에 입는 옷들을 모두 윗도리라고 하고 아래 입는 옷들은 아랫도리라고 이해하게 되었답니다.

『끼리끼리 빨래방』본문, 끼리끼리 옷을 분류하는 동물들

『끼리끼리 빨래방』본문, 끼리끼리 옷을 분류하는 동물들

우리가 그려 만든 옷들이 조금 모자란다 싶어 겨레와 잡지를 펼쳐 놓고 속옷도 찾고 윗도리도 찾고 해서 분류 놀이를 할 옷을 더 많이 장만했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옷을 끼리끼리 분류할 세탁기도 만들었습니다. 세탁기는 먹고 말려둔 우유 곽을 이용해서 만들었는데, 분류가 네 가지라 세탁기를 네 개로 만들자고 겨레가 제안해서 네 개로 만들었습니다. (원래 저는 세탁기를 한 개만 만들 생각이었거든요.) 세탁기에는 겨레가 직접 고른 갖가지 색의 색종이를 붙였는데 한 개는 물감 칠을 하자고 하길래 물감으로 칠했지요. 겨레는 세탁기 뚜껑 위에 작동 단추도 그려 넣었답니다.

우유곽에 색종이를 붙이고 물감칠을 해서 세탁기를 만드는 겨레

이렇게 해서 마지막 세탁기에 칠한 물감칠이 다 마른 후 다 만들어진 세탁기 앞에 제가 글자를 써 주었습니다. ‘아랫도리끼리 세탁기’ ‘윗도리끼리 세탁기’ ‘양말 장갑끼리 세탁기’ ‘속옷끼리 세탁기’라고 써 주었더니 잠시 후 겨레가 분류 놀이를 했습니다. 글자에 맞춰 옷들을 분류해서 넣은 겨레가 윙윙 세탁기를 돌린다고 소리 내는 동안 저는 스케치북에 빨래 줄을 그려 주었습니다.

다시 끼리끼리 빨랫줄에 널어 보라고 글자를 쓰고(요즘 겨레가 한글 익히는 재미에 푹 빠져 있거든요.) 각각 맞는 빨랫줄을 찾아 널어 말리라고 하니 더 재미있는 모양입니다. 빨랫줄은 겨레가 넌 빨래들로 점점 가득 찼습니다. 원래는 빨랫줄에 널 때 풀로 붙일 계획이었는데 겨레가 계속 끼리끼리 빨래방 놀이를 한다고 해서 풀로 붙이지 않았습니다. 겨레는 줄에서 걷어 세탁기에 넣고 다시 빨랫줄에 널어 말리고 하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놀았답니다.

끼리끼리 세탁기에 빨래를 하고 스캐치북에 그린 빨랫줄에 빨래를 널며 노는 겨레

겨레가 널어 말린 종이 빨래에서 폴폴 비누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림책 놀이를 하다 보면 지치는 줄도 모르고 제가 더 신이 날 때가 있습니다. 그러니 아이들은 얼마나 좋을까요? ^^


후루룩∼ 냠냠 라면 기차

『후루룩∼ 냠냠
라면 기차』표지
독특한 기차 때문에 그림책을 보는 내내 겨레가 숨소리조차 아끼면서 보는 그림책입니다. 어쩜 이리도 다양하고 기발한 기차를 생각해 냈을까? 그림책 작가가 아이들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아이들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희한한 기차들이 한가득 등장하는 그림책입니다.

어쩌면 겨레도 이미 이 그림책에 나오는 기차를 모두 상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이 그림책을 활용해 보자고 하니 기다렸다는 듯 당장에 자기는 라면 기차도 만들 거고 나들이 기차도 만들 거고, 도너츠 기차도 만들어 올 거라며 줄줄이 기차 이름을 대기 시작합니다.

겨레와 미술 놀이를 하려고 모아 두었던 다양한 종이 상자를 꺼내 주었더니 겨레는 삼층 기차부터 만든다면서 크기가 다른 상자 세 개를 차례로 올리더군요. 제가 종이용 본드를 이용해 상자 세 개를 붙여 주니 물감을 칠하겠다고 하네요. 마음에 드는 색을 골라 이쁘게도 색칠하는 겨레 모습에 진지함까지 묻어 있습니다.

『후루룩 냠냠 라면 기차』본문의 삼층 기차와 삼층 기차를 만드는 겨레, 완성된 삼층 기차

삼층 기차를 만들고 좀 쉴 줄 알았더니 이번엔 멋쟁이 기차를 만들어 본다고 했습니다. 우유곽 윗부분을 잘라내고 혼자 타는 멋쟁이 기차를 겨레가 색색깔로 칠한 후 제가 기차를 실로 이어 붙여 주었습니다. 전에 모아둔 다 쓴 포스터 칼러 뚜껑과 플라스틱 우유병 뚜껑을 이용해서 기차 바퀴를 붙였더니 그럴듯해 보이네요.

삼층 기차와 멋쟁이 기차가 완성되자 겨레는 자기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 기차를 꺼내 와 레일을 깔아 주고 새로 만든 기차를 레일 위에 올리더니 인형들을 태우고 한참을 신나게 놀았습니다. 인형들만 타는 게 부러웠는지 이내 제게 달려와 자기가 탈 수 있는 커다란 기차를 만들어 보자고 졸랐습니다.

『후루룩 냠냠 라면 기차』본문의 멋쟁이 기차와 멋쟁이 기차를 만드는 겨레, 완성된 멋쟁이 기차로 노는 겨레

저는 다시 커다란 상자들을 꺼내 와 바늘과 실을 이용해서 세 개를 연결했구요. 물감 칠을 하려니 부피가 너무 커서, 물감이 모자랄 듯해 겨레와 색종이를 붙여 기차 꾸미기를 했습니다. 풀칠을 할 때도 파는 풀을 칠하지 않고 겨레와 함께 밀가루 풀을 쒀서 큰 붓으로 칠했지요. 퇴근 후 아빠가 겨레 풀칠하는 모습을 보더니 ‘봉지 칠해서 돈버는 아이’ 같다고 해서 한참 웃었습니다.^^ 엄마 아빠가 웃든 말든 자기가 직접 탈 기차 만들기에 맘이 급한 겨레는 바쁘기만 합니다.

커다란 상자에 풀칠하여 색종이를 붙이는 겨레, 종이 위에 레일을 긋는 겨레

아무튼 오후부터 시작된 기차 만들기 놀이는 밤이 되도록 이어졌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즐거운 모양입니다. 커다란 기차가 다 마르기도 전에 겨레가 큰 인형들을 태우고 자기는 앞 칸에 탄다면서 서둘러 올라탔습니다.

『후루룩 냠냠 라면 기차』본문의 나들이 기차와 자신이 만든 나들이 기차를 운전하는 겨레

잠시 후 큰 기차 레일도 만들어 주기로 하고 전에 쓰던 전지 뒷면에 겨레가 직접 레일을 그렸습니다. 맘이 급하니 손도 쓱쓱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겨레가 서둘러 레일을 그렸고, 다시 기차를 레일 위에 올린 후 맨 앞칸에 겨레가 타 출발했답니다. 겨레가 탄 큰 기차는 ‘나들이 기차’라고 합니다. 어디로 나들이를 가는 걸까? 궁금증이 일어나서 물어보니 바다에 가는 거라고 하네요. 어디서 찾아왔는지 원반 던지기 하는 동그란 원반을 들고 타서는 운전하는 시늉을 합니다.

참 다음날 도너츠 기차를 만들자고 너무 졸라서 엄마는 빙글빙글 도는 도너츠 기차는 만들 수 없다고 하니까 겨레가 이렇게 만들어 왔답니다.

『후루룩 냠냠 라면 기차』본문의 도우넛 기차와 겨레가 만든 도우넛 기차

또, 기차 안에서 정말 라면을 먹을 수 있는지 며칠 동안 아빠에게 끈질기게 물어와서요. 결국은 아빠가 퇴근 후 밤 11시쯤 한강 둔치에 있는 라면 기차에 겨레를 데리고 갔었답니다. 그 곳에서 너무 기분이 좋은 겨레는 정말로 라면도 먹었구요.

『후루룩 냠냠 라면 기차』본문의 라면 기차와 진짜 라면 기차를 탄 겨레

겨레는 기차를 너무 너무 좋아해서 아주 어렸을 때는 한밤 아빠가 퇴근한 후 기찻길에 차를 세워놓고 기차 지나가는 것을 몇 번이나 보고 돌아온 적이 있었답니다. 후에 기차 관련된 그림책들은 모두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었구요. 그림책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동심의 세계를 넘나들며 아이들과 자유롭게 상상의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선주 / 1970년에 세상과 만났답니다. 육아와 교육, 그림책 이야기를 담은 개인 홈페이지 ‘겨레한가온빛’(http://goodmom.pe.kr)을 운영하고 있는 세 돌배기 딸 ‘겨레한가온빛’의 엄마입니다. 겨레 두 돌 때까지 4년 가량 초중등부 학원을 운영했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겨레한가온빛’ 홈페이지를 꾸려 가고 있습니다. 웹 서핑은 겨레가 깨어나기 전에 즐겨하는 취미의 하나이고, 하루 가운데 대부분의 시간을 겨레와 그림책 읽기와 활용하기로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를 가슴에 안고 함께 그림책을 읽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지극히 평범한 엄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