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통권 제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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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작가 노경실이 권하는 우리 동화 ]
힘은 꼭 강해야만 하는가

노경실 | 2002년 12월

돈은 많아야 하고, 머리는 좋아야 하고, 얼굴은 예뻐야 되며, 주먹은 단단해야 돈은 돈으로서 얼굴은 얼굴로서 주먹은 주먹으로서 제 구실을 하는 걸까? 엉걸이는 남자 아이로서 통념상 갖춰야 할 조건(?)이 변변치 않은 아이다. 그런데도 이 책의 주인공이다. 주인공이란 이미 힘과 카리스마를 갖고 있어야 하며,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 그런데 작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주인공과는 전혀 다른 인물을 앞장세운다. 이미 주인공으로서 모든 조건을 갖추어 슈퍼맨의 활약상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다. 나약하고 혼자서는 살아갈 것이 위태해 보이는 아이가 반듯하게 서 가는 애틋한 성장 과정을 보여 줌으로써 따뜻한 책읽기를 선물한다.

또, 그 과정을 통해 세상의 약자, 사회 구조 속의 연약한 자의 목소리와 눈물을 들려준다. 결국 엉걸이는 혼자서도 세상 밖으로 당당히 나갈 수 있게 된다. 엉걸이가 태권도를 배워 제 주먹을 바위로 만든 것도 아니고, 아버지가 부자가 되어 돈을 뿌리는 왕자가 된 것도 아니다. 코피가 나도록 공부하여 우등생이 된 것도 아니다. 엉걸이는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를 자기처럼 입 다물고 고개 숙이고 사는 동물과 가까워지면서 어리고 약한 사람들을 이해해 가고, 스스로 치유받으며, 나아가 자기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손을 내밀 수 있게 된다. 곧 이해와, 배려와, 관심의 손길이 치료약인 것이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 그래서 자칫 건조하고 심리 묘사에 부적절할 수 있는 걸림돌을 작가는 거뜬히 뛰어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자연, 시골, 농촌 따위의 이야기를 전할 때에 생길 수 있는 늘어짐, 생소함, 지루함도 말끔히 처리했다. 3학년 이상만 되면 빡빡한 학교 공부와 학원 공부로 책과 멀어지는 아이들에게 상큼한 휴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쌉싸름한 한마디] 처음부터 끝까지 동물과의 교감으로만 엉걸이가 단단해지는 과정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보편성이 없는 탓에 엉걸이처럼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자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답답함에 빠지게 한다. 동화는 소설과 달리 장르가 어떠하든 아이들의 심리와 정서를 최대한 반영하는 보편성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 결국 사람에게 있어 최선의 소통은 사람이라는 말!
노경실│1982년 중앙일보 ‘소년중앙 문학상’에 동화「누나의 까만 십자가」가 당선되면서 동화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상계동 아이들』『동화책을 먹은 바둑이』『복실이네 가족사진』『갑수는 왜 창피를 당했을까』들을 비롯한 많은 동화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