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통권 제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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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연구가 김세희의 그림책 들여다보기]
독특하고 새로운 도전

김세희 | 2002년 12월

표지에서부터 파란색과 대비되는 하얀 수염을 가진 매력적인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여 준다. 땋은 수염으로 쓴 제목 ‘수염할아버지’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이야기 속으로 끌려가게 하며, 할아버지의 따뜻한 미소에서 포근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지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동이 트는 새벽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빠른 속도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진행된다. 장면은 만화 컷처럼 구성되어 있지만 만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인물들이 테두리를 벗어나기도 하고 중앙에 둥근 컷을 넣기도 하며, 분위기에 따라서는 한 쪽 혹은 두 쪽 전체에 한 장면을 표현하기도 하였다.

『수염할아버지』는 사람은 자연을 사랑하며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런 심오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미소를 머금게 하는 그림과 장면들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게 직접적으로 교훈을 가르치기보다는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 교육적이라 할 수 있겠다.

글이 없는 그림책은 그림만 보아도 줄거리가 쉽게 읽혀지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은 글의 도움이 없어 쉽게 읽혀지지 않고 맥이 끊어지는 부분들이 있다. 이런 점에서 시인이자 동화작가인 이상교님의 매끄럽고 재미있는 글이 곁들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림을 그린 한성옥씨도 어린이들은 이 그림책을 보며 숨은 그림을 찾듯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반면에 이 책은 다양한 시각적 훈련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어린이들에게 그림을 읽는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수염할아버지』는 분명히 우리 그림책 세계에서 이제까지 보지 못한 독특하고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 급격한 변화에는 적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책을 대하며 우리 어른들이나 어린이들이 어려워하거나 불편하다고 느끼는 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불편함에 비해 『수염할아버지』는 우리 모두에게 즐거움과 생각의 켜를 제공하는 부분이 더 많은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어린이들에게 잔잔한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우리 정서에 익숙한 좋은 그림책들도 계속 출판되고 또한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그림책도 많이 출판되어 다양한 우리 그림책을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김세희│대학에서 아동 문학과 그림책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유아문학교육』 『어린이의 세계와 그림이야기책』『유아문학의 전달매체』를 저술하였으며, 그림책 『도리도리 짝짜꿍』에 글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