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통권 제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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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읽었어요]
아름다운 아이, 아름다운 책

손지훈 | 2002년 12월

『무지개 물고기』표지
돌이켜보건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들을 해 주었던 것은 ‘책’이다. 어린 시절부터 책읽기를 좋아했고 방학 때가 되면 늘 내 방이 아닌 골방에 책을 싸들고 들어가 방학이 끝나도록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덕분에 나는 특별히 공부를 하지 않아도 국어 성적만은 늘 좋았다. 물론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나는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한다.

결혼해 아이를 가지고 있는 지금, 예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만화책을 읽는다는 것과 동화책을 예전에 비해 더욱 자주 읽는다는 것이다. 만화책은 거의 보지 않고 살다가 만화에 재미를 붙인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동화책은 예전에도 가끔 재미삼아 읽기는 했는데 지금은 아이가 있어 더 낮은 연령의 아이들이 읽는 동화를 읽고 있다.

『무지개 물고기』본문
난 네 살 난 딸아이를 키우는 아빠인데, 정말이지 딸아이는 내 이상형이다. 내가 원했던 아이, 내 아이는 이런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그 모습 그대로의 아이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딸아이도 책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나는 책 욕심도 많고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대견스럽다.

아직 글을 읽을 줄 모르기 때문에 늘 책을 읽어 주어야 하는데 난 아무리 피곤해도 책 읽어 달라는 아이를 밀쳐내 본 적이 없다. 어떤 책이든 재미있게 읽어 주곤 한다. 어떤 책은 그림이 더 많아서 별로 읽을 것이 없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딸아이와 주거니 받거니,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지어내어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책을 읽을 때보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가 버리곤 한다. 덕분에 이제는 딸아이도 책 내용을 스스로 지어내어 내게 읽어 주기도 하니 감개가 무량할 따름이다.

『무지개 물고기와 흰수염고래』표지
요즘 딸아이가 크면서 변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영상물에 대한 지대한 관심인 것 같다. 여러 가지 교육 프로그램을 비롯해 애니메이션들까지 아이들의 눈을, 감성을 자극하고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우리 딸아이도 그런 영상물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은데 우선은 어찌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다만 책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주고 책을 읽는 일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알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추세를 바꾸어 보려는 출판 업계의 일련의 변화 가운데 하나가 ‘예쁜 책’인 것 같다. 내가 딸아이에게 선물해 주고 너무나 흐뭇했던 책이 몇 권 있는데, 이 책들은 내가 보아도 너무나 흐뭇해 저절로 미소가 나오는 책들이다. 시각적으로 즐겁고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바로 『무지개 물고기』 와 『무지개 물고기와 흰수염고래』가 그것이다.

『무지개 물고기와 흰수염고래』본문
이 책들은 너무도 멋진 그림들로 채워져 있는데 아이는 이 책의 예쁜 그림들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내용도 그리 어렵지 않아 조금만 풀어서 설명해 주면 금방 이해하곤 내게 오히려 무지개 물고기의 잘잘못을 이야기해 주곤 한다. 굳이 따지자면 『무지개 물고기』는 좀 더 쉬운 책이고 속편으로 나중에 나온 『무지개 물고기와 흰수염고래』는 『무지개 물고기』보다는 아이에게 좀 더 어려운 책인 것 같다. 물론 시각적 즐거움은 『무지개 물고기와 흰수염고래』가 더 좋은 편이지만 아무래도 딸아이는 내용이 쉬운 편인 『무지개 물고기』를 더 좋아한다.

『마쯔와 신기한 돌』표지
이런 멋진 책으로는 『마쯔와 신기한 돌』이란 책이 또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이야기의 전개가 두 가지로 갈려 있다는 것이고 그 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아주 다른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중반 이후 상단과 하단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전개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아주 재미있는 구성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하던 딸아이도 몇 번 읽어 준 후로는 혼자서도 중얼거리며 책을 읽곤 하는데, 사실 네 살배기 아이에겐 별로 효과적이란 생각은 안 들지만 내년이나 후년 정도에는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요즘의 책들은 보는 즐거움이 대단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듯하다. 그 예쁜 색감과 각양 각색의 아이디어들이 책 속에 숨어 있는 걸 발견하곤 나 또한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 말이다. 이제는 정말 읽는 책에서 보고 느끼는 책으로 변화되어 가고 있지 싶다. 이건 비단 아이들의 책에서만은 아닌 듯싶은데 결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마쯔와 신기한 돌』본문
글을 읽는다는 것은 굉장한 즐거움이다. 그 속에는 정말 놀라운 상상력들이 꿈틀거리며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 내 아이가 공부를 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조금도 없다. 다만 노래를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하고 책을 사랑할 줄 아는 아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내 책장에 우리 아이의 책이 하나, 둘, 가득 차기를 바란다. 즐겁지 않은가.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자신의 책을 책장에 넣기 위해 책장을 뺏고 뺏기는 상상이란…….
손지훈/광고 일을 하다가 지금은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아이에게 일본 만화를 보여 주기 싫어서 일을 바꾸었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에게 절대 해롭지 않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고 자부하며 사는 아빠입니다. 지금 맡고 있는 일은 프로듀서인데, 이 다음에 아이가 읽을 동화를 쓰고 싶은 소망을 간직하고 있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