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01월 통권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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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작가 노경실이 권하는 우리 동화 ]
마음이 따뜻해지는 웃음 조각이불

노경실 | 2003년 01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요즘 세상을 보면 온통 희화거리인 듯하다. 외국 영화의 관객을 압도한다는 국산 영화만 해도 그렇다. 한때 서울 시내가 포르노수준의 영화 광고판으로 불긋불긋했지만 이제는 제목만 들어도 피식 웃음이 나오는 영화들이 박스 오피스의 선두를 다툰다. 이뿐이랴. 케이블 방송은 물론 공중파 방송까지 극히 사소한 일상의 소재를 삼은 코믹 시트콤에 많은 돈과 시간을 쏟고 있다. 이런 가벼움과 의미 없는 웃음의 바람은 우리 아이들의 모든 생활 속 깊이 침투했고, 특히 ‘말과 글’에 혼란이 올 정도에 이르렀다. 즉, 비극과 눈물에 나름대로의 미학이 있듯이 희극과 웃음만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과 진지함의 역할은 상실되고 카타르시스라는 기능은 미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웃음이란 아무 의미 없는 것, 일회용 감정 자극제 같은 것, 생각이 필요 없는 행위로 전락하는 판이다.

다행히 임정진의 『나보다 작은 형』이란 작품은 이런 우려와 폐악에 대해 안도의 숨을 쉬게 한다. ‘웃음’ 본래의 의미와 카타르시스를 저학년 어린이들의 생각 높이에 맞추어 쉽고도 따스하게 한 땀 한 땀씩 이어나가고 있다. 마치 어머니가 사랑하는 자식을 위해 재미난 이야기 조각들을 하나하나 모아 따스한 이불을 만들어주는 것처럼! 아이들은 이 이야기 조각 이불 속에 두 발을 죽 들여 밀어 놓고는 조를 것이다. “이야기 또 해주세요!” 임정진만이 갖고 있는 입담과 웃음과 진지함은 아이들을 끼득끼득 웃게도 하지만, 한편 어느덧 아이들의 가슴 언저리를 뭉클하게 하는 촉촉한 기운이 있다.

[쌉싸름한 한마디] 이 책에는 모두 여섯 편의 이야기가 있다. 그러나 표제작인 「나보다 작은 형」하나만으로도 저학년을 위한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여섯 편 모두 한 권의 책, 즉 여섯 권의 책으로 풀어나갔으면……. 이것은 임 작가에게만 하고 싶은 말이 아니다. 나 자신과 다른 작가들, 편집자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다. 웃음이든, 슬픔이든 하나의 이야기가 읽는 즐거움과 제 색깔의 문학성을 제대로 풀어 나가려면 이제 저학년 동화도 한 권의 책에 하나의 주제로 진정한 ‘어린이 문학’의 문학다움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노경실│1982년 중앙일보 ‘소년중앙 문학상’에 동화「누나의 까만 십자가」가 당선되면서 동화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상계동 아이들』『동화책을 먹은 바둑이』『복실이네 가족사진』『갑수는 왜 창피를 당했을까』들을 비롯한 많은 동화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