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01월 통권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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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연구가 김세희의 그림책 들여다보기]
자연과 함께하는 소망

김세희 | 2003년 01월

은은한 옥색을 아래로 깔고 펼쳐지는 초록과 연두 계열의 숲, 파란 하늘 속에 잠들어 있는 늙은 들소 산, 글로 표현하기에는 그림이 주는 감동이 너무나 큰 그림책입니다. 주인공 앨리스가 어릴 때부터 마음에 품었던 산, 나아가 신비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품속에서 바라보는 산을 우리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자연이란 인간이 다스려야 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함께 호흡할 때 우리를 따뜻하게 맞이해 준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주인공 앨리스는 오랫동안 들소 산에 올라 들소 산과 하나가 될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 마침내 처음으로 들소 산에 오르는 날이 되고, 앨리스는 아빠와 함께 산에 오릅니다. 유칼리나무들 사이로 난 오솔길, 숲에서 나는 박하풀 향기, 바위를 타고 흘러 떨어지는 얼음같이 찬 물, 청명한 공기를 마시며 앨리스는 들소 산을 오릅니다.

들소 산이 깨어나 빛나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꿈을 꾸며 첫 산행을 기다려 왔건만 산행은기쁘지만은 않습니다. 자욱한 안개 속에서 엘리스는 들소 산의 타오르는 눈빛을 보고 굴러 떨어집니다. 산에서 하루를 잔 앨리스는 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세상의 끝에 오릅니다. 마침내 들소 산과 하나가 된 것입니다.

산행을 기다리는 앨리스의 마음은 『부엉이와 보름달』에서 부엉이를 구경하러 가는 날을 기다리는 소녀의 마음, 『바구니 달』에서 매달 큰 도시로 바구니를 팔러 가는 아버지의 여행에 끼일 날을 기다리는 소년의 마음과도 같을 것입니다.

앨리스에게 첫 산행은 더 큰 성장을 위해 문을 나서는 ‘통과 의례’인 것입니다. 우리 어린이들도 ‘이 다음에 좀 더 크면’ 이라는 말로 금지된 일을 한두 가지쯤은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할 수 있으려면 앨리스의 첫 산행처럼, 추운 날의 부엉이 구경처럼 또는 바구니를 팔러 가는 여행처럼 여러 가지 시련을 이겨 내야 합니다. 이 시련은 어린이들이 이겨 내고 싶어하는 시련이고, 또한 성장을 위해 성취해야 하는 소망인 것입니다.

이 그림책을 보는 어린이들은 제각기 통과 의례일 수 있는 소망을 키워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 소망을 이룰 날을 기다리며, 앨리스처럼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소망이 자연과 함께하는 것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 될 것입니다.
김세희│대학에서 아동 문학과 그림책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유아문학교육』 『어린이의 세계와 그림이야기책』『유아문학의 전달매체』를 저술하였으며, 그림책 『도리도리 짝짜꿍』에 글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