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01월 통권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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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예술책 들여다보기]
우리 산수화의 조용한 혁명

김원숙 | 2003년 01월

미술 작품에 화가의 삶과 얼이 스며 있다는 말을 들어 왔습니다. 조선 시대 화가 정선의 삶과 얼을 담은『진경산수화를 완성한 화가 정선』을 읽으며 새삼 그 의미를 깨닫습니다.

「독서여가도」는 책과 그림과 자연을 벗하며 살았던 정선의 성품을 보여 줍니다. 백악산 자락에서 태어나, 수려한 한양의 자연을 보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학풍 속에서 자란 어린 시절 이야기는「인곡유거도」「풍계유택도」「청풍계도」등을 통해 알려 줍니다. 호 겸재도 겸손하게 나를 다스리라는『주역(周易)』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는 사실, 쓰다 버린 붓이 커다란 붓 무덤을 이룰 정도였다는 일화, 중국의 그림본을 본따 그리는 일에서 벗어나 우리 산하를 그리는 진경산수화의 세계를 이룬 그의 삶도 쉽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우리 자연을 사랑하고, 그림을 사랑하였던 정선이기에 당시 산수화의 전통을 새로이 바꿀 수 있었습니다.「박연폭포도」「금강전도」「인왕제색도」등 우리의 산과 강을 그의 눈으로 보고 마음에 와닿은 대로 화폭에 담았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미술사에 진경산수화라는 조용한 혁명을 이루었습니다. 강인하면서 부드러운 우리 강산의 초상화입니다. 그 작품들 속에서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꾀했던『주역』의 원리가 담겨 있습니다. 정선이 심취했던 학문 세계가 녹아 있습니다. 수직준으로 금강산의 뾰족한 산봉우리를 표현하면서도 수평의 선을 뉘어 긋는 미점준으로 나무와 산을 표현하여 강함과 부드러움이 한 화폭 속에서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이 책은 풍경 사진과 정선의 그림을 나란히 배치하여 진경산수화라는 화풍을 더욱 잘 이해하도록 돕고 있습니다. 정선의 개성 있는 표현법들에 대한 쉬운 설명글과 어린이들이 정선의 그림을 따라 그린 작업 결과도 함께 실어 우리 옛그림의 참맛을 느끼게 한 점도 돋보입니다. 다만「박연폭포도」의 장쾌한 맛을 살리지 못한 편집이 아쉽습니다. 긴 족자 형태인 그림의 특성을 살리려고 두 쪽 세로 그림으로 구성하였지만 책이 접히는 부분에서 폭포 물줄기가 꺾여 그 장쾌함이 줄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정선의 삶과 작품, 그리고 우리 옛그림에 대한 애정을 갖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책을 읽고 삶은 고구마를 먹는데, 반으로 자른 고구마 속에서 문득 정선의「금강산도」의 뾰족한 봉우리를 보았습니다. 고구마 속을 세로로 무늬 놓은 섬유질과 금강산의 뾰족 솟은 화강암 봉우리들! 누군가를 알고 사랑하고 그리고 그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삶의 이치가 그림에도 적용되나 봅니다.
김원숙│오픈키드 도서 컨텐츠 팀장.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했지만, 아이들과 놀기, 책 읽기를 좋아해서 어린이들과 더불어 책 읽고 글쓰는 일을 오래 하였습니다. 지금은 오픈키드 도서 컨텐츠팀에서 아이들 책에 파묻혀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좋은 책을 읽으며 행복하기를 바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