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01월 통권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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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놀이를]
『나는 여자, 내 동생은 남자』 『소중한 나의 몸』
『눈사람 아저씨』로 놀았어요

이선주 | 2003년 01월

『나는 여자, 내 동생은 남자』 『소중한 나의 몸』

『나는 여자, 내 동생은 남자』
표지
어릴 때는 그저 아빠와 목욕하고 엄마와 자연스럽게 옷을 갈아입던 겨레가 네 돌을 전후로 달라졌습니다. 부끄럽다고 방에 혼자 들어가 옷을 갈아입는다거나, 엄마 아빠의 몸이 다르게 생긴 것을 무척 궁금해 했지요. 그럴 때 겨레에게 보여 주었던 그림책입니다.
어린 시절에 저는 소변을 볼 때면 오빠를 따라 서서 소변을 보았다고 합니다. 겨레는 오빠나 남동생이 없이 자라 그런지 그런 행동을 한 적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겨레는 엄마와 겨레와는 달리 아빠는 왜 서서 소변을 보는지, 왜 몸이 다른지 아주 궁금해 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유아기 성에 관해서 복잡하지 않게, 자연스러운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랍니다. 또 성에 관한 번역 책들과는 달리 등장 인물들이 우리와 똑같은 몸과 얼굴을 가졌기에 거부감이 없답니다.

▶여자의 몸과 남자의 몸 만들기
준비물: 전지 한 장, 물감, 지점토, 털실, 색종이, 색지, 풀, 가위

겨레가 남자의 몸과 여자의 몸의 차이에 대해 많이 궁금해 하기에 우선 아이 두 명의 몸을 나란히 그렸어요. 그 옆에는 벌거벗은 어른 두 명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겨레는 저와 『나는 여자, 내 동생은 남자』를 함께 읽은 후, 그려 둔 몸에 색을 칠했어요. 밑그림에서는 여자와 남자의 차이를 두지 않고 아이 둘, 어른 둘을 그렸어요.
색을 칠한 뒤 겨레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몸은 어떻게 다를까?”하며 얘기를 나누고 『나는 여자, 내 동생은 남자』를 펼쳐서 다시 읽어 보았습니다.

여자의 몸, 남자의 몸을 만드는 겨레

이 부분을 읽으면서 겨레가 아이 몸 각각에 털실을 잘라서 여자 머리카락,남자 머리카락을 붙여 줬어요. 똑같이 젖꼭지를 작게 그리고, 남자아이라고 선택한 그림에는 지점토를 이용해 고추를 만들어 붙여 주었습니다.
지난번에 겨레와 함께 「똥벼락」이라는 공연을 관람했는데, 돌쇠 아버지 역을 맡았던 남자 어른이 쉬를 할 때 물총을 쓰더군요. 참으로 ‘기발하다’고 생각했는데, 미술 놀이 도중 겨레가 그 얘기를 꺼내면서 남자는 고추가 있어서 쉬를 하면 쉬가 물총처럼 나가니까 서서 쉬를 해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다고 합니다.

색종이 속옷을 입혀주는 겨레

자, 드디어 정말 우습고 재미있는 그림이 완성되었어요. 여자아이가 엄마처럼 가슴이 커지는 것과 남자아이가 아빠처럼 고추가 커지는 것은 키가 커지고, 몸무게가 느는 것과 똑같다는 표현이 더욱 실감나네요. 나체로 만들어진 전지의 그림을 벽에 붙이고, 이번에는 『소중한 나의 몸』을 진지하게 한 번 읽었습니다.

『소중한 나의 몸』표지
“몸으로 마음을 나누는 일은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랑은 할 수 없는 일이고, 친하지 않은 사람이랑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참 마음에 드는 표현입니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 해도 함부로 우리 몸으로 마음을 나눌 수 없는 곳에는 속옷을 입혀 주기로 했답니다. 아이들에게는 색상지를 잘라 팬티를 입히고,여자 어른에게는 브래지어와 팬티를, 남자 어른에게는 팬티를 입혀 주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 몸을 지키는 사람은 바로 나야, 내 몸의 주인은 바로 나야. 겨레야, 알겠지?” 겨레가 싱긋 웃습니다. 저는 겨레가 어릴 때부터 “넌 고추가 없어.” 하고 얘기하지 않고 “겨레는 잠지가 있어.” 하고 얘기해 주었어요. ‘무엇인가 없다’는 표현은 왠지 모자라다는 생각을 심어 주는 것 같아 그렇게 얘기해 주었습니다.

남성과 여성의 몸은 다르다는 사실을 올바르게 받아들이고, 그 차이는 나쁘고 좋고가 아니라 다른 것이기 때문에 둘 다 소중하므로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을 어려서부터 길러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눈사람
아저씨』표지
『눈사람 아저씨』

겨울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그림책으로 『눈사람 아저씨』를 빼놓을 수 없을 거예요. 정성 들여 만든 눈사람과 아이가 즐거운 추억을 만든 하룻밤 이야기. 아침이 되어 소년은 눈사람을 찾아 마당으로 뛰어나가지만, 눈사람은 이미 녹고 없었다는 아주 슬픈 이야기인데요. 겨레가 처음으로 접했던, 슬픈 이별을 담아 낸 그림책이었답니다. 작은 칸으로 나눈 그림은 만화 영화처럼 한 컷 한 컷 세심하게 장면들을 구성했어요. 글자 없는 그림책이라, 아이가 조금씩 커 갈 때마다 다른 이야기로 전개해 나가는 것도 아주 재미있어요. 오히려 제가 얘기해 주는 것보다 겨레가 상상하면서 읽어 주는 것이 요즘은 더 조마조마하고 가슴이 아프거든요.
그림책이 너무 슬퍼서, 마지막 장면을 하염없이 바라보다 비디오 테이프까지 구입했던 책이랍니다. 파스텔 톤의 따뜻한 그림이, 몸은 차갑지만 따스한 사랑을 담은 눈사람 아저씨의 마음을 잘 표현했습니다. 비디오 테이프에 담긴 주제가인 ‘Walking In The Air’가 너무도 아름답고 조화롭게 책 내용과 어울린답니다.

▶눈사람 아저씨 만들기
준비물: 솜, 전지, 셀로판지, 칼, 종이 본드, 풀, 흰 종이, 가위, 단추나 뚜껑 여러 개

겨레와 미술 놀이를 하려고 예전에 베개 하나를 헐어 두었던 것이 있는데, 그 베개를 들고 나오니 겨레가 까무러치듯 좋아하며 솜을 꺼냅니다. 꺼낸 솜을 앞에 두고 활짝 웃으면서 우리 집에 눈이 내린 것 같다고 좋아하는 겨레. 저까지 덩달아 즐거워집니다. 아이가 아니라면 이렇게 순수한 느낌을 가지기 힘들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색상 전지 위에 둥글게 눈사람 아저씨 모양을 그렸고요. 종이 본드를 조금씩 칠해 주어 겨레가 솜을 붙이도록 했습니다. 붙이고 두드리고, 붙이고 두드리고.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드는 대신 열심히 솜을 붙여 눈사람 아저씨를 만듭니다. 폭신폭신 느낌이 아주 좋은 모양이에요.

베개 솜으로 눈사람을 만드는 겨레

눈사람 아저씨 만들기를 끝내고, 종이를 잘라 눈 결정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작년 겨울 눈이 온 날 돋보기로 관찰했던 적이 있는데 기억하지 못하기에 눈 결정에 관한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아 설명해 주고 종이를 접은 후 눈 결정 모양으로 잘라 보자고 하니 겨레가 제 마음대로 자릅니다. 자른 종이를 펼 때마다 무늬가 다르게 나타나니 꽤 즐거운 모양이에요. 눈이라며 눈사람 아저씨 옆에 붙여 주었어요.

그리고 세모꼴로 전지의 이곳저곳을 오려 내고, 눈사람 아저씨 전지를 뒤집어서 겨레가 세모로 자른 색색의 셀로판지를 세모꼴 구멍에 붙였습니다. 눈사람 아저씨 주변 풍경이 완성되었어요. 눈사람 아저씨의 눈, 코, 입, 단추는 다 쓰고 난 물감 뚜껑을 붙여 만들었습니다.

색색의 셀로판지로 눈 결정을 만들어 붙이는 겨레

영원히 녹지 않는 눈사람 아저씨가 겨레와 함께 살게 되었네요. 저는 이 눈사람 아저씨를 햇볕 잘 드는 베란다 맑은 문에 붙였어요. 아침이 되니 셀로판지 사이사이로 빛이 들어와 참으로 예뻤답니다. 겨레도 아침에 베란다로 가 보더니 감탄했습니다.

▶눈 모빌 만들기
준비물: 신문지, 풀, 흰 물감, 흰 종이, 빨대, 낚싯줄이나 실

우선 신문지를 길게 죽죽 잘랐어요. 찢기 놀이는 언제나 즐거운지, 겨레가 뱀이라고도 하고, 기다란 밧줄이라고도 하면서 길게 찢은 신문지를 돌돌돌 말아서 공처럼 동그랗게 만들었답니다. 여러 개 만들더니 눈싸움을 하는 거라면서, 한참을 던지며 놀았습니다. 여기 저기 굴러간 신문지 눈을 찾아서 한데 모아 물감으로 하얗게 칠했어요.

물감이 마를 동안 겨레가 아주 즐거워했던 눈 결정 오리기를 다시 해 보았습니다. 두 번 접은 후 가위로 자른 뒤 펼쳤습니다. 펼칠 때마다 모양이 다르니 아주아주 좋아합니다. 빨대 하나를 이등분으로 자른 후, 처음엔 낚싯줄에 신문지 눈 뭉치를 달고, 빨대를 끼우고, 눈 결정을 끼우고, 다시 빨대를 끼우고, 눈 결정을 끼우고 하는 식으로 해서 모빌을 만들어 보았어요. 다섯 개 정도 만들어서 눈사람 아저씨가 붙어 있는 베란다 문 앞 천장에 달았지요. 입으로 후후 불어 보기도 하고 손으로 치기도 하면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이라고 합니다.

신문지와 흰 종이로 눈 모빌을 만드는 겨레

집 안에서 겨레와 같이 만들고 놀다 보니, 엄마인 저도 마치 겨레 만한 아이로 되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이선주/1970년에 세상과 만났답니다. 육아와 교육, 그림책 이야기를 담은 개인 홈페이지 ‘겨레한가온빛’(www.goodmom.pe.kr)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딸 ‘겨레한가온빛’이 두 돌을 맞을 때까지 4년 가량 초중등부 학원을 운영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겨레한가온빛’ 홈페이지를 꾸려 가고 있습니다. 하루 가운데 대부분의 시간을 겨레와 그림책을 읽고 놀면서 보냅니다. 아이를 가슴에 안고 함께 그림책을 읽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지극히 평범한 엄마랍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