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01월 통권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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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꼼꼼히 들여다보기]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엄혜숙 | 2003년 01월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표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 중의 하나가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라고 한다. 아이들은 대개 ‘똥’이나 ‘방귀’에 관심과 흥미가 있지만,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이 그림책이 인기가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과연 이 그림책에 무엇이 있기에, 이 그림책의 어떤 면이 아이들의 마음을 끄는 것일까? 자, 그림책을 펴고 꼼꼼히 들여다보기로 하자.

범인을 찾아 나선 두더지

그림책의 줄거리를 간단히 살펴보자. ‘작은 두더지’가 해가 떴나 안 떴나 보려고 땅 위로 고개를 쑥 내미는데, 두더지 머리 위에 ‘길고 갈색을 띤 어떤 것’이 철퍼덕 하고 떨어진다. 두더지는 “에그, 이게 뭐야?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하고 소리치지만, 눈이 나쁜지라 아무도 찾을 수가 없다. (그림 1 : 두더지가 허리에 손을 대고 소리치는 장면이다. 머리에 있는 똥이 마치 모자처럼 보인다.)

이제 두더지는 범인을 찾고자 주변에 있는 동물들에게 물어 보기 시작한다.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하고 말이다. 그러면 한결같이 “나? 아니야. 내가 왜?” 하고는 그 증거로 똥을 누면서 “내 똥은 이렇게 생겼는 걸.” 한다. 맨 처음에 두더지는 마침 그 곳을 날아가는 비둘기에게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하고 물어 본다. 그러자 비둘기는 “나? 아니야. 내가 왜?” 하고는 “내 똥은 이렇게 생겼는 걸.” 하면서 ‘하얀 물똥’을 싼다. (그림 2 : 날아가면서 똥을 싸는 새의 습성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 두더지가 놀라 뒤로 물러서는 모습과 두더지 다리에 물똥이 하얗게 얼룩지는 모습이 재미있다.)

<그림 1 > <그림 2 >

그 다음에 두더지는 밭에서 풀을 뜯고 있는 말에게 물어 본다.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이번에도 말은 똑같이 대답한다. “나? 아니야. 내가 왜?” 그러고는 자기 똥이 아니라는 증거로 똥을 싸면서 이렇게 말한다. “내 똥은 이렇게 생겼는 걸.”(그림 3-1 : 두더지가 말에게 물어 본다. 두더지와 크기가 대비되게끔 말의 머리만 보인다.) (그림 3-2 : 말이 똥을 누는 장면. 커다란 말똥을 보고 두더지가 놀라 입을 벌린 채 바닥에 앉아 있다.)

<그림 3-1 > <그림 3-2 >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동물들

-제각기 모양과 크기가 다른 동물들의 똥 계속해서 두더지는 토끼·염소·소·돼지에게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하고 묻는데, 그때마다 토끼·염소·소·돼지는 “나? 아니야. 내가 왜?” 하면서 알리바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내 똥은 이렇게 생겼는 걸.” 하면서 똥을 눈다. 그런데 그 모양과 크기가 제각기 달라서 재미가 있다. (그림 4 : 토끼가 까만 콩 같은 똥을 누고 있다.) (그림 5 : 염소가 까만 새알 초콜릿 같은 똥을 누고 있는데, 두더지가 앉아서 살펴보고 있다.) (그림 6 : 쫘르륵 소리를 내며 쏟아진, 누렇고 커다란 쇠똥 무더기를 두더지가 지켜보고 있다.) (그림 7 : 덩치에 비해 작고 묽은 돼지의 똥. 냄새가 심한지 두더지가 코를 싸 쥐고 있다.)

<그림 4 > <그림 5 >


<그림 6 > <그림 7 >


연속되는 장면들을 보면, “네가 내 머리에 똥 쌌지?” 하는 질문과 “나? 아니야. 내가 왜?”라는 대답과 이에 대한 증거로 똥을 누면서 “내 똥은 이렇게 생겼는 걸.” 하고 말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글은 마치 후렴과 같은 역할을 한다. 그래서 똑같은 글이 반복되어도 지루하게 하는 게 아니라 그림책에 리듬을 부여하는 것이다. 게다가 장면마다 다양하게 표현되는 동물들과 두더지의 동작은 독자에게 재미를 주고, 웃음을 선사한다. 어찌 보면, 후렴처럼 반복되는 동일한 글에 그림으로 표현하는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장면마다 보는 재미가 더 있고, 더 흥미로운 게 아닐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범인을 찾은 두더지

이렇게 계속 동물들에게 묻다가 두더지는 뭔가를 핥아먹고 있는, 통통하게 살찐 파리 두 마리를 만난다. 똥 전문가를 만난 것이다. 두더지는 ‘드디어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구나.’ 생각하고 파리들에게 묻는다. “얘들아, 누가 내 머리에 똥을 쌌을까?” 그러자 파리 두 마리는 냄새를 맡아 보고서 “아, 이건 바로 개가 한 짓이야!” 하고 알려 준다. 똥 전문가인 파리가 냄새를 맡고 범인을 찾아낸 것이다. (그림 8 : 모자처럼 생긴 똥 위에 앉아 파리 두 마리가 냄새를 맡고 있다. 두더지는 팔짱을 낀 채 뭔가 깊이 생각하는 모습이다.)

이제 작은 두더지는 범인을 알게 된다. 범인은 바로 정육점 집 개, 뚱뚱이 한스였다. 작은 두더지는 머리에 있는 똥을 치우고, 범인을 찾아간다. 마침 범인은 태평하게 잠을 자고 있다. 그러자 작은 두더지는 얼른 개 집으로 올라가서 ‘작고 곶감 씨 같은 것’을 떨어뜨린다. 자기도 뚱뚱이 한스의 머리에 똥을 싼 것이다. (그림 9 : 개의 머리에 떨어진 ‘곶감 씨 같은’ 두더지의 똥. 너무 작아서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작은 두더지는 그제야 기분 좋게 웃으며 땅 속으로 들어간다.

<그림 8 > <그림 9 >


이 그림책의 특징과 매력

이 그림책의 특징을 몇 가지 꼽아 보자. 첫째, 사라진 범인을 찾는 플롯이다. 일을 저지른 자는 있지만, 그가 누군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그 범인을 찾는 과정, 수수께끼를 푸는 과정이 플롯을 이루기 때문에 흥미진진하게 그림책을 보게 한다. 둘째, 작은 두더지의 성격이다. 두더지는 머리에 떨어진 똥을 그냥 치워 버리지 않고 범인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여러 동물들을 만나고, 마침내 똥 전문가인 파리의 도움을 받아 범인을 찾아낸다. 두더지는 여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 최대한의 복수를 한다. 자기도 자고 있는 범인의 머리에 똥을 누고 도망치는 것이다. 이러한 복수 방식이 독자에게 유쾌함을 선사한다. 셋째, 두더지가 만나는 다양한 동물들이다. 이 동물들은 제각기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다를 뿐더러, 이들이 누는 똥도 제각기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다르다. 그래서 독자는 그림책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동물들의 모양과 크기, 그리고 이들이 누는 똥의 모양과 크기를 알게 된다. 재미있게 보면서 지식이 저절로 느는 것이다. 넷째, 후렴처럼 반복하는 글과 다양하게 변화를 준 그림을 들 수 있다. 그림책 글치고는 양이 상당히 많은 데도, 글의 성격에 따라 글자 크기를 달리하고 후렴 식의 글이 들어 있어서 그리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또 클로즈업 식의 그림을 통해 다양한 느낌과 동작을 표현하고 있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다. 다섯 번째는 동물들의 특징을 잘 살린 의인화한 그림을 들 수 있다. 눈이 나쁜 두더지는 안경을 쓰고 있고, 글에서는 표현하지 않은 감정을 그림이 잘 표현하고 있다. 다른 동물들도 부분만 표현되었지만 특징적인 모습을 잘 보여 준다. 그래서 독자인 아이들은 두더지와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흥미진진한 모험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엄혜숙/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공부했습니다. 오랫동안 어린이 책을 기획하고 만들었습니다. 어린이 책 기획, 글쓰기, 번역하는 일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인하대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다니면서 아동 문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는 『두껍아 두껍아』『혼자 집을 보았어요』가 있습니다. 엮고 번역한 책으로는『이야기 이야기』『개구리와 두꺼비의 사계절』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