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01월 통권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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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에 나누는 이야기]
친구야,이제 곧 설이란다

노현경 | 2003년 01월

그리운 지은이에게

네 이메일을 받은 지 한참인데 이제야 펜을 든다. 한국은 올해부터 학제가 바뀌어 모든 학사 일정을 12월 말에 끝내야 하게 되었단다. 그래서 각종 서류 정리를 12월에 끝내야 하는 데다 유치원은 12월 중에 원아 모집 기간이 있어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답장이 이렇게 늦어지게 되었어. 이해해 줄 수 있지? 한국은 너무 춥다. 저번 주까지 봄날 같아서 참 좋았는데 이번 주부터 말 그대로 강추위야. 애틀랜타 날씨가 그립구나. 그 곳은 어떠니? 겨울이지만 우리 나라의 초봄 같은 날씨라 나처럼 겨울을 싫어하는 사람이 살기에 참 적당했는데 말이야.

『열두 띠 이야기』본문
진형이가 벌써 초등 학생이 되었구나. 우리 나라 말을 잊지 않도록 신경 많이 써야겠구나. 일전에 네게 보내 주었던 어린이용 한글 사전과 책들이 도움이 되고 있다니 나도 참 기뻐. 요즘 들어 ‘동화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고?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이지. 나 또한 예외가 아니고. 아이들은 이야기를 듣고 읽는 경험을 통해 문법이나 글의 구조를 이해하고 스스로 문장을 만들어 내는 기술을 얻게 되지. 또 상상력도 기르고 책을 통해 다양한 정서적 경험을 하게 되더구나. 무엇보다도 요즘 내가 현준이를 통해 느끼는 건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읽고 쓰는 능력이 길러진다는 사실이야.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 많은데 어느 부모가 자녀에게 책을 읽히려고 노력하지 않겠니?

2000년이 되었다고 온 세상이 떠들썩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03년이 되었구나. 우리 어렸을 적에는 2000년이 되면 모든 사람들이 흰 옷 입고 하늘 위를 둥둥 떠다닐 거라고 예상했는데,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삶의 모습들은 그대로인 것 같구나. 그래도 고마운 건 인터넷의 혜택을 누구나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지. 내 방에서 온갖 정보를 구할 수 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고마운 일인 것 같구나.

이제 곧 ‘설’이 다가온다. 우리 어렸을 적처럼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흥겨운 명절이지. 떡국 먹고, 윷놀이하고, 예쁜 한복 입고 세배하고 세뱃돈 받고. 올 설에는 진형이에게 세뱃돈 대신 네 권의 책을 보낸다. 새해를 열 때 보면 좋을, 우리 삶의 모습을 담은 책들을 골라 봤단다.

『열두 띠 이야기』
표지
『윷놀이 이야기』
표지
먼저 『열두 띠 이야기』야. 애들은 ‘띠’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의 띠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잖니? 새해는 ‘양’의 해이니 올해도 아이들은 새로이 등장하는 띠 동물에 대해 관심을 보이겠지? 그럴 때 이 책이 도움을 줄 수 있단다. 그림의 표현 기법과 매체가 글의 내용과 조화를 이루고 아이들의 감각에 맞춘 우리네의 모습이 담겨 있단다. 띠에 따른 열두 동물들이 맡은 역할을 알기 쉽게 설명해 놓았는데, 띠의 순서가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도 알 수 있단다. 현준이에게도 몇 번 읽어 주었는데 띠에 등장하는 열두 동물에 대해서도 이제는 쉽게 이해한단다.

다른 하나는 작은 윷과 함께 준비한 『윷놀이 이야기』야. 진형이가 가지고 놀 수도 있게 어린이용으로 만들어진 책인데, 잘 사용했으면 좋겠다. 윷놀이는 우리 고유의 전래 놀이이자 설에 하는 독특한 민속 놀이이니 진형이가 방법을 알고 잘 다룬다면 미국 친구들과 놀이하는 데도 문제 없겠지? 이 책은 윷놀이의 규칙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잘 가르쳐 주고 있어. 윷놀이는 규칙을 알고 나면 굉장히 쉽지만, ‘도·개·걸·윷·모’라는 어휘가 아이들에게는 생소하잖니? ‘도·개·걸·윷·모’가 상징하는 동물들이 등장하고 이 동물들이 얼마만큼의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지 그림과 함께 쉬운 말로 설명되어 있어. 그래서 두 번 정도만 읽어 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거야. 놀이를 통해 수 개념도 익힐 수 있고……. 현준이도 윷놀이를 하면서 이 책을 자주 들춰 보거든.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미리 알아서일까? 수명이 오래 가도록 본문 종이와 표지가 내구력이 강하고 질도 좋단다.

창세 신화인 『마고 할미』도 같이 보낸다. 서양에는 그리스 신화가 있듯이 우리에게는 ‘설문대 할망’이라는 창세 신화가 있어. 제주도 지방에서 내려오는 구전 설화인데 이 설문대 할망이 바로 ‘마고 할미’지. 참 신기했단다. 아마 틀림없이 진형이와 같이 낄낄대며 읽을 수 있을 거야. 굉장히 해학적이거든.

마고 할미는 자신의 오줌으로 세상의 강을 만들 만큼 큰 거인인데, 이 할머니를 통해 세상의 자연들이 하나하나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단다. 책의 제본 형태도 특이해서 각 장이 글의 내용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도록 본문 종이의 크기가 다르단다. 마고 할미가 나오는 부분은 거인인 마고 할미의 크기를 아이들에게 느끼게 해 주려는 목적으로 무려 네 쪽 크기가 한 장으로 펼쳐지게 접혀 있기도 해.

『단군신화』표지
『마고 할미』표지
마지막 책은 『단군신화』란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아는 내용이지? 외국에서 태어나고 살아가는 진형이가 진형이의 뿌리인 한국의 건국 신화를 알고 있어야 될 것 같아 골라 보았어. 주제에 걸맞게 그림의 스케일이 크고 웅장한 느낌을 준단다. 책의 내용을 그림으로 자세히 설명해 주니까 그림을 통해 아이들이 옛 선조의 옷과 집 그리고 생활 방식에 대해 알 수 있단다. 나아가 ‘한국인의 뿌리’에 대해서도 진형이와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을 거야. 한국의 첫 국가 고조선의 건국 과정을 다룬 책 중에서는 이 책이 진형이에게 가장 적당할 것 같아 골라 보았단다. 세월이 너무 빨리 흐르는 것 같아 싫을 때도 있지만, 그 세월이 소중한 우리 아이들을 내 벗이 되어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키워 주었구나.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항상 너를 생각하고 네 가족의 건강을 기원한다.
다음에 또 연락하자.

                                                                                      2003년 새해 아침에
                                                                                      서울에서 현경이가
노현경/그림책과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은, 서울 수락 초등 학교 병설 유치원 교사입니다. 올해로 경력 10년째인 선생님은 현장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부족함을 느껴 항상 조심스럽다고 하십니다. 사랑하는 아들 현준이와 서른 명의 한라산 반 친구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즐겁게 지낼 수 있어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