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01월 통권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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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과 나누어요]
이상한 게 아니라 다른 거야

경민주 | 2003년 01월

우리 반에서는 자신이 읽은 책 가운데 기억에 남는 책을 선정하여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하루는 우리 반의 한 예쁘고 똑똑한 여자 친구가 “우리 주변에는 가장 고맙고 가장 소중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친구입니다. 이 책을 보면 아마도 친구란 누구인가를 잘 알게 되고, 친구란 무엇인가도 잘 알게 될 것입니다.”는 말로 책 소개를 시작하였다.

『휠체어를 타는 친구』
표지
‘과연 어떤 책일까?’ 궁금해 하며 귀를 기울이던 나는,설명을 들으면서 ‘그래,역시 아이의 눈은 다르구나.’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아이가 말한 ‘친구와의 우정’을 그린 책은 바로 『휠체어를 타는 친구』였다. 만약 나라면 이 책을 ‘비장애인 친구가 자신도 다리를 다쳐 잠시 휠체어를 타고 생활해 봄으로써, 새로 사귀게 된 장애인 친구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되고 그 장애인 친구를 자신이 다니는 일반 학교에 같이 다니게 하려고 노력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했을 것이다.

이 책을 소개한 아이도 전체적인 줄거리를 파악하는 데서는 나와 다르지 않았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는 바로 이 책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우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친구 사이의 우정’으로 보는 것이었다. 그렇다. 『휠체어를 타는 친구』에서 다룬 가장 중요한 내용은 바로 넬레와 키르스텐 사이의 우정이다. 단지 키르스텐이라는 친구가 걷지 못하여 휠체어를 타고 있을 뿐이다. 넬레는 왜 키르스텐이 자기들과 함께 집 근처에 있는 일반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지 계속 궁금해 한다. 그러던 중 넬레는 사고로 다리를 다쳐 잠시 휠체어를 타고 다니게 된다.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면서 넬레는 키르스텐의 어려움에 대하여 더욱 잘 알게 되고 키르스텐도 자신들과 함께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친구들과 부모님을 설득한다. 왜냐하면 넬레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즐거움을, 또한 자신의 친구들을 키르스텐과 함께 나누고 싶어하고, 키르스텐 역시 일반 학교에 동네 친구들과 함께 다니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휠체어를 타는 친구』본문
우리 반 아이들도 넬레와 마찬가지로 학교의 시설 때문에 휠체어를 타는 친구가 학교에 다니기 힘들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선생님! 왜 처음부터 계단 대신 경사면을 만들지 않았을까요? 경사면으로는 걸어 갈 수도 있고, 휠체어를 타고 갈 수도 있잖아요.”라고 말하는 우리 반 친구를 보면서 아직 세상에 퍼져 있는 편견이라는, 얇지만 튼튼한 막이 가슴의 눈에 덮여 있지 않은 아이들에게 꼭 한 번 읽혀 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볼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휠체어를 타는 친구』에서 넬레도 자신과 다른 키르스텐을 잘 이해하지 못하다가 키르스텐처럼 걷지 못하는 경험을 갖게 되면서 장애를 가진 친구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이 넬레처럼 사고로 장애를 체험해 보지 못하더라도, 장애 체험 프로그램에서 모의 장애 체험을 해 보지 못하더라도, 장애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책을 통해서이다.

『안내견 탄실이』는 시각 장애인 안내견 탄실이의 시점에서 시각 장애인이 보는 세상을 잘 알려 준다. 녹내장으로 실명한 예나는 안내견 탄실이를 만나 도움을 받게 된다. 실명 이후 깜깜해진 세상에서 살아가게 된 처지를 슬퍼하면서 삶의 의욕까지 잃어버릴 뻔했던 예나는 탄실이를 만나 다시 한번 세상으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발을 내딛게 된다.

『안내견 탄실이』표지
우리가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그들의 입장이 되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전이 되면 잠시의 어둠에도 허둥거리지만 언제나 깜깜한 어둠 속에서, 앞이 보이는 사람들에게 맞추어진 세상에서 살아가는 시각 장애인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모의 장애 체험을 하기 위해 자신의 눈을 가렸을 때 그 어려움을 가장 잘 이해하였다. “선생님, 예나의 마음을 이해하겠어요. 항상 앞이 하나도 안 보인다면 정말 너무 무섭고 힘들 것 같아요.”

아이들은 이 책을 통하여 안내견을 대할 때의 자세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아이들은 우연히 길에서 만난 안내견을 쓰다듬었던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의 눈이 되어 주는 안내견을 함부로 만지면 안 된다는 것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비장애인의 대부분은 죽을 때까지 장애를 체험해 보지 못할 것이다. 또한 그만큼 장애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은 책의 커다란 역할 중 하나인 ‘간접 경험’을 충분히 제공해 준다. 꼭 시각 장애인뿐 아니라 많은 장애인들이 비장애인 중심의 세계 속에서 어떠한 기분을 가지며, 이를 이겨 나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느껴 보는 크고 값진 경험을 『안내견 탄실이』를 통하여 얻을 수 있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표지
안내견 탄실이와 예나의 주변 사람들은 다행히도 장애인에 대하여 호의적이지만, 실제로 우리 주위에는 장애인에 대해 좋지 못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의 주인공인, 산책을 하고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인 종식이와 그의 동생 종민이에게 천 원을 건네 주는 어른처럼 말이다. 종민이는 있는지도 모르던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인 형 종식이를 만나게 되면서 굉장히 많은 변화를 겪는다. 처음에는 남들에게 보이기 부끄러워 형을 미워하고 가출을 하기도 하지만, 형과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형을 이해하게 되고, 또 컴퓨터도 잘 하고 글도 잘 쓰는 형을 자랑스러워하게 된다. 심지어 다칠 뻔한 형을 대신하여 자신의 몸을 희생하기도 하고 형이 알게 된 통신 친구가 형을 만나서 놀라는 모습을 보고 슬퍼하기도 한다. 이 이야기는 장애인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자신의 장애뿐 아니라 ‘세상의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는 것을 잘 알려 준다.

이 책을 읽은 한 아이가 말했다. “우리는 요즘 과학만 믿고 살지만, 장애인들은 오직 자기 자신만을 믿고 살아야 할 것 같다.”고. 사회가 장애를 개인적인 문제로만 여기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들까지도 생생하게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장애인들이 우리와 다르고 생각이 없고 아주 모자란다고 여기지만 『아주 특별한 우리 형』을 보면 장애인이 우리를 대신하여 마음의 십자가를 하나 더 지고 있으므로 그 십자가를 들어 주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겠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아이의 말처럼 이 책은 아이들의 깨끗한 마음에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는 현명한 눈을 선물한다.

『내 동생 아영이』표지
종민이가 처음에 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처럼 가족은 가장 가깝기 때문에 가장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내 동생 아영이』의 주인공 영욱이도 종민이처럼 다운증후군인 아영이가 동생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한다. 아영이는 혼자 집에 있는 것이 싫어 영욱이네 교실에 자주 놀러 오지만, 영욱이는 이상한 행동을 하는 아영이를 창피해 한다. 하지만 친구가 없는 희수와 아영이 그리고 그들과 영욱이가 친해지면서 서로를 이해해 나간다. 아영이를 영욱이네 학교 특수 학급에 넣으려는 부모님께 “창피하다”며 싫다던 영욱이도 “엄마 조금만 기다려 줘. 아영이 학교에 가는 거 말이야.”라고 말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 영욱이와 함께, 장애인을 있는 그대로 보고 사랑하는 눈을 키워 나갈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한 아이는 “만약 이 책에 본문 몇 페이지가 더 있었더라면 아영이가 영욱이와 손을 잡고 환한 웃음을 지으며 학교로 가는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이는 바로 이 책을 통하여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의 모습을 다름의 차이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게 되었음을 보여 준다.

『내 동생 아영이』본문
아이들에게 『내 친구 까치』라는 정신지체 아동이 나오는 비디오 테이프를 보여 주고 있을 때였다. 한 아이가 까치를 가리키며 “야, 쟤 이상하다.”고 말하자, 그 옆에 있는 아이가 “이상한 게 아니라 다른 거야.”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우리 얼굴 생김생김이 다르고 머리색이 다르고 키가 다르듯이, 장애가 있고 없고는 다름의 문제이다. 이상하다거나 인격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 어른들이 어렸을 때는 그들의 어른들로부터 장애인은 이상한 사람이라고 배운 듯하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마저 우리들로부터, 장애는 이상하고 바람직하지 못하고 나쁜 것이라고 배운다면 장애인들과 진정으로 함께 사는 세상이 과연 올 수 있을까?

어린이들은 아직 세상과 사회와 사람에 대한 편견이 없는 깨끗한 마음을 갖고 있다. 『휠체어를 타는 친구』, 『안내견 탄실이』, 『아주 특별한 우리 형』 그리고 『내 동생 아영이』와 같은 책들을 통하여 우리 어린이들에게 장애에 대한 바른 인식을 심어 준다면 이 아이들이 컸을 때는 비장애인들과 장애인들이 함께 사는 세상이 만들어질 것이다.

경민주 서울 온수 초등 학교의 독서 교육을 맡고 있는 교사 경력 2년의 초보 교사입니다. ‘컴퓨터와 TV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책을 읽힐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합니다. 스스로는 조용조용하게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반 아이들이 “선생님, 어렸을 때는 골목 대장이셨죠?”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면 ‘내가 굉장히 터프한 선생인가 보다’고 생각하게 된답니다. 통합 교육에도 관심이 많아, 아이들과 장애인에 대한 책도 함께 읽고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민주/서울 온수 초등 학교의 독서 교육을 맡고 있는 교사 경력 2년의 초보 교사입니다. ‘컴퓨터와 TV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책을 읽힐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합니다. 스스로는 조용조용하게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반 아이들이 “선생님, 어렸을 때는 골목 대장이셨죠?”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면 ‘내가 굉장히 터프한 선생인가 보다’고 생각하게 된답니다. 통합 교육에도 관심이 많아, 아이들과 장애인에 대한 책도 함께 읽고 같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