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04월 통권 제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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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으로 놀이를]
『개미가 날아올랐어』와 『크릭터』로 놀았어요

이선주 | 2003년 04월

『개미가 날아올랐어』

『개미가 날아올랐어』
표지
벌도, 새도 아닌 개미가 날아오른다는 재미있고 독특한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그림책이랍니다. 개미도 날 수 있다……. 생각해 보니 초여름 집 안에 날개 달린 개미가 날아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는 그런 날아 다니는 개미에게 물리면 아주 따갑다고 말씀하셨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읽은 후에야 날아다니는 개미를 초여름 잠깐 외에는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겨레와 아빠가 ‘날 수 있는 것 말하기’게임을 하다 겨레가 이겼습니다. 겨레 입에서 ‘개미’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아빠는 마구 웃었지요. 그런데 겨레가 떡하니 이 책을 들고 와, 아빠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아빠도 깜짝 놀라, “오호라”하며 즐겁게 보았던 책이죠.

『개미가 날아올랐어』본문
수캐미들은 짝짓기를 하는 초여름에 날개를 펴고 날아오른답니다. 짝짓기를 끝내면 수캐미는 죽고, 여왕개미는 날개를 떼어낸 후, 새 집을 지어 개미 왕국을 건설한다고 합니다. 내용도 재미있지만, 이태수 선생님의 세밀화가 가까이서 돋보기를 대고 개미를 관찰하는 것만큼이나 자세하여, 보기에도 편합니다. 읽다 보면 나도 겨레도 어느덧 개미가 된 듯한 착각까지 일으킬 정도죠.

직접 땅 속을 파서 개미집을 보여 주면 좋겠지만, 개미들이 희생해 가며 만든 개미 왕국을 우리 좋자고 허물 수는 없는 일이어서, 겨레와 ‘개미 왕국’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땅 속 개미집 만들기

개미 만들기
준비물: 지점토, 철사, 이쑤시개

지점토를 빚어 개미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동글동글 동그란 경단을 여러 개 빚은 후, 이쑤시개로 이어서 개미의 몸통을 만들었고요. 지점토 경단이 다 마르기 전에 아빠가 미리 알맞게 잘라 놓은 철사를 꽂아 다리와 더듬이를 만들었습니다.

지점토로 개미를 만드는 과정

겨레와 같이 “개미 다리는 여섯 개, 더듬이는 두 개”라며 수를 세어 가면서 개미도 여러 마리 만들고, 개미 알도 만들고, 개미가 잡아 먹는 곤충들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지점토가 마르려면 하루가 걸려야 해서, 편평한 곳에 상을 펴 놓고 빚은 개미들을 잘 모셔(?) 두었고요. 바로 이어 찰흙으로 개미집을 만들었습니다.

지점토 개미를 말리는 과정

개미집 만들기
준비물: 폼 포드지, 찰흙, 종이 본드

폼 포드지를 한 장 사다가 약간 잘라서 테두리를 붙였습니다. 혹여 만들어 세웠을 때 흙이 흘러내릴까봐 가장자리에 폼 포드지를 덧붙여 주었어요. 그렇게 준비한 널찍한 폼 포드지 위에 군데군데 찰흙을 잘라서 평평하게 펴 눌러 주었습니다. 원래는 개미굴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찰흙이 마르면 딱딱해져서 떨어져 버릴 것 같아, 미리 무독성 종이 본드를 조금 뿌린 후 찰흙 덩이를 잘라 두드려 펴 개미굴 모양으로 만들었답니다. “쿵쿵 쿵쿵”, 겨레가 찰흙 덩이를 두드립니다. 조물조물 만드는 것만큼 쿵쿵쿵 두드려 펴는 것도 무척 신나는 모양이에요. 즐거워하면서 두드려 폅니다.

찰흙으로 개미집을 만드는 과정

군데군데 찰흙을 펴 보니 정말 개미굴처럼 땅 속 집이 그럴듯하게 완성되었어요. 폼 포드지 가장자리의 하얀 부분은 겨레가 매직으로 땅처럼 색칠했고요. 지점토로 만든 개미 옆에 잘 두었습니다.(응달에서 말려야 갈라지지 않는다기에 방 안에서 말렸어요.)

다음날 보니, 개미도 잘 마르고 개미집도 잘 말랐더라고요. 개미집으로 만든 찰흙은 군데군데 너무 바싹 말라 떨어지기도 해서 본드로 다시 붙여 주기도 했습니다.

개미집을 완성하는 과정

겨레가 신이 나서 물감을 가져와 개미를 까만 색으로 칠했습니다. 까맣게 칠해지자 진짜 개미처럼 보인다며 겨레가 만져 보면서 징그럽다고 합니다. 빚은 개미와 알도 다 칠한 겨레는 색종이로 개미 날개를 만들었습니다. 여왕개미에게는 주황색 날개를, 수캐미는 파란색 날개를 달아 주었습니다.

개미를 완성하는 과정

만들어진 개미들을 완성된 개미 왕국에 넣어 주었어요. 글루건을 이용해 겨레가 이곳저곳에 개미를 넣어 붙였고요. 알도 붙이고, 지렁이 만든 것도 붙이고, 여왕개미는 여왕개미 방에 넣어 붙이고, 수캐미는 수캐미 방에 붙여 주고 해서 작은 개미 왕국을 완성하였습니다.

개미 왕국을 만드는 과정

겨레가 두꺼운 도화지 위에 개미의 일생이라면서 “알-애벌레-번데기-개미”가 되는 과정을 일렬로 나열하기도 했고요. 조물조물 작은 손으로 글자를 써 넣기도 했답니다.(아직 칸 조절을 못해서 위로 써 넣기도 했지만요.)

개미의 일생을 칠판에 적어 보는 겨레

벌레라면 모형일지라도 몸을 떨면서 무섭다고 하는 겨레가 이번에 개미집을 만들면서는 손으로 만지고 예쁘다고 뽀뽀도 해 주고 하더군요. 일개미는 일만 해서 불쌍하고, 수캐미는 결혼하자마자 죽으니까 불쌍하고, 여왕개미는 알을 자꾸 많이 낳아서 키워야 하니 불쌍하다고 하네요. 그래서 저는 각자 맡은 역할을 나누어 하는 것이니까 불쌍하다기보다는 서로 도와 살아가니, 그게 행복한 거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어릴 적에 겨레는, 길을 가다 개미를 보면 밟는다고 안아 달라거나 그 쪽을 피해 돌아가곤 했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올 초여름에는 날개 달린 수캐미가 우리집에도 꼭 한번 들렀다 갔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봅니다.

『크릭터』

『크릭터』표지
은연중에 우리는 ‘뱀’하면 ‘징그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뱀에게 큰 상처를 입거나 해를 입은 경우를 직접 본 적도 없으면서 말이죠.

이 그림책에 나오는 크릭터는 아주아주 커다란 뱀이랍니다. 뤼즈보도 할머니 집으로 배달되어 온 도넛처럼 생긴 이상한 소포 속에서 나온 뱀 ‘크릭터’. 아이들이 단번에 호기심을 느낄 만합니다.

『크릭터』본문
커다란 뱀 크릭터가 뤼즈보도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학교에도 놀러 가고, 아이들과 친구도 되고, 무서운 강도를 잡아 영웅이 되어 사람들이 동상까지 세울 정도로 좋아하는 뱀이 된다는 이야기인데요. 이 책을 보면서 겨레도 항상 ‘크릭터’를 한 마리 키우면 좋겠다면서 웃곤 했답니다. 글쎄, 진짜로 커다란 보아뱀이 우리와 함께 살면 과연 어떨까요? 상상 속 말고 진짜로요.

아쉽지만, 진짜 뱀을 키우는 일은 힘들 것 같고, 겨레와 뱀 인형을 한번 만들어 보기로 했답니다. 크릭터를 만든다는 흥분과 기대감를 듬뿍 안은 겨레!

크릭터 만들기
준비물: 물감, 헌 양말(흰색), 솜, 철사, 플라스틱 눈알, 빨간 색종이 약간

겨레에게 직접 노란 바가지에다 초록색 물감을 풀어 넣으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조심조심 물감을 풀어 내더군요. 물놀이라면 얼마나 좋아하는지(저도 어릴 때 그랬지만요)……. 초록 물감을 조금 진하다 싶게 푼 뒤에, 아빠가 신었던 헌 양말을 두 켤레 들고 나와, 물감 푼 물에 넣어 초록색으로 물들였습니다. 처음엔 자연 염료를 구해 볼까도 생각했는데, 겨레가 크릭터가 초록색이니 꼭 초록색으로 물들여야 한다고 고집해서, 물감 푼 물을 이용했어요. 양말을 초록 물감 통 속에 담그고 빨래하듯 주물럭거리며 한동안 신나게 가지고 놀았답니다. 하얀 양말은 초록색으로 물들었고요. 물든 양말의 물을 꼭꼭 짜서 빨랫줄에 널어 말렸습니다.

흰 양말을 초록색으로 물들이는 과정

양말 한 켤레 반을 이용해 길고 긴 뱀을 만들기로 하고, 양말 속에 솜을 채워 넣었어요. 겨레는 양말 속에 솜을 꾹꾹 많이 넣는다며 물감 붓도 이용하고, 국자(?)도 이용해 가면서 아주 신났답니다. 진짜 뱀 몸 속에 솜이 들어 있다면 뱀도 포근할 거라고 얘기해 가면서요.(겨레야, 직접 만져 보러 갈까?)

염색한 양말 속에 솜을 채우는 과정

솜으로 포동포동 살 찌운 양말을 이어 긴 철사를 넣은 후, 제가 실로 꿰매 주었습니다. 제법 긴 뱀이 만들어졌는데, 겨레가 텔레비전에서 봤는지 어쨌는지, 만들어진 크릭터를 목에 걸고 좋아합니다. 뱀 쇼가 따로 없더라고요.

크릭터를 완성하는 과정

겨레가 물감으로 크릭터 몸에 초록 점을 찍어 주고 싶다고 해서, 물감이랑 재료를 마련해 주니 정성스럽게 초록색 점을 찍어 주었어요. 무늬도 다 살아난 크릭터에게, 본드로 플라스틱 눈알 두 개를 붙이고, 뱀의 긴 혀는 색종이를 잘라 붙여 주었지요. 드디어 크릭터가 완성되었습니다.

크릭터와 노는 겨레

몸 속에 철사가 들어가서 그림책에서처럼 자유자재로 크릭터의 몸이 구부러지니 겨레가 좋아합니다. 겨레는 방으로 들어가 크릭터로 알파벳도 만들어 보고, 숫자도 만들어 보면서 즐거워했습니다.


자유자재로 구부러지는 크릭터의 모습

책꽂이에 붙여 놓은 크릭터
한참을 이것저것 만들어 보다가 “우리 크릭터 너무 힘들겠다. 좀 쉬게 해 줘야지.” 하며 크릭터를 안고 동생 달래듯 달래 주기도 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귀엽더군요. 아, 정말 그림책에서처럼 뱀과 친구가 되어 노는 겨레!

며칠 동안 겨레와 함께 잠도 잔 우리 집 크릭터, 아무래도 크릭터가 있을 곳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 같아, 크릭터 턱 밑에 찍찍이를 붙이고, 책꽂이에는 보들이를 붙여 정리할 수 있게 해 놓았어요. 겨레는 크릭터를 한참 가지고 놀다 책꽂이 옆에 붙일 때마다, 자기 책을 지켜 달라고 부탁까지 한답니다. “크릭터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들이니까 네가 꼭 지켜 줘야 해.”이렇게 해서 겨레에게 좋은 친구 하나가 또 생겼네요.
이선주/ 1970년에 세상과 만났답니다. 육아와 교육, 그림책 이야기를 담은 개인 홈페이지 ‘겨레한가온빛’(www.goodmom.pe.kr)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딸‘겨레한가온빛’이 두 돌을 맞을 때까지 4년 가량 초중등부 학원을 운영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겨레한가온빛’ 홈페이지를 꾸려 가고 있습니다. 하루 가운데 대부분의 시간을 겨레와 그림책을 읽고 놀면서 보냅니다. 아이를 가슴에 안고 함께 그림책을 읽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지극히 평범한 엄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