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05월 통권 제6호
열린어린이 책 이야기
특별 원고
열린 주제 열린 글
열린어린이 서평
주목 받는 새 책
열린어린이가 권하는
이 달의 책

열린어린이 서평

[동화 작가 노경실이 권하는 우리 동화 ]
서글프고 힘겨울 때 듣고 싶은 말

노경실 | 2003년 05월

열 살 어린이에게 ‘삶’이란 현실일까, 환상일까? 이번 달의 주인공인 진주의 하루하루는 이렇다. 병으로 돌아가신 엄마. 그 빈 자리 속에서 아버지는 진주의 든든한 보호자가 아니라 또 하나의 남동생처럼 연약하다. 그래서 진주의 삶은, 열 살 여자아이의 하루하루는 서글프고 힘겹다. 그런데 인생의 아이러니가 이런 것이 아닐까? 사람은(인생은) 힘든 만큼 꿈꾸며, 외로운 만큼 그리움에 빠지며, 그 꿈과 그 외로움의 깊이만큼 현실과 대항하는 힘이 생기고, 그 투쟁 속에서 사랑을 만나게 된다.

‘머리핀 한 개에 가짜 보석을 붙이는 데에 30원. 하루에 20개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하루에 600원을 벌 수 있고, 한 달이면 18,000원. 요즈음 아빠가 일을 안 나가시는 날이 많아서 걱정인데 마침 잘 됐잖아. 18,000원이면 전기 요금하고 수도 요금은 충분히 낼 수 있을 거야. 어쩌면 라면 5개도 살 수 있어…….’

열 살짜리 아이가 하는 생각이 늘 이런 식이다. 즉, 진주의 삶은 늘 허덕이며, 늘 모자름으로 허전하다. 그래서인지 진주의 가슴은 언제나 그리움과 사랑으로 채우고 싶은 애처로운 소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도 이 작품은 신파조도 아니고, 눈물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독자 스스로가 진주라는 아이에게 안쓰러운 마음을 갖고 천천히 다가가게 하여, 결국 진주를 살짝 안아 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그래서 주인공이 여러 가지 이유로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 설정을 해 놓은 작품을 쓸 때에 작가들이 범할 수 있는 실수들-주인공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과 ‘한 쪽 편(집단, 혹은 사상이나 주의)’에 대한 무차별적인 호소 따위-을 이 작가는 슬쩍 뛰어넘고 있다.

그대신 『네 편이 되어 줄게』라는 책의 제목이 진주의 마음을 강하게 알려 주고 있다. 하루에 단돈 600원을 버는 것에 기뻐하는 어린 아이지만 그 아이가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 “힘 내. 난 네 편이야.”라는 조용하고도 따스한 말과 마음이다. 이것을 꿈꾸고, 이루어짐을 바라는 것이 정녕 환상일까?

[쌉싸름한 한마디] 작품의 주인공이 어린이이고, 그 책의 독자가 어린이라 하여 대충대충 넘어가는 이야기의 전개는(예를 들어, 죽은 엄마 친구의 출현과 가족의 일원이 되는 과정, 갑자기 눈이 내리는 장면 묘사 등등) 어린이를 그저 ‘애’로 취급하는 것이다. 게다가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문장은 우리 스스로 어린이 문학의 격을 손상시키는 어리석음이다. 어린이 문학을 하는 이들이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어린이 문학’은 ‘문학’이라는 것!
노경실 | 1982년 중앙일보사의 ‘소년중앙 문학상’에 동화 「누나의 까만 십자가」가 당선되면서 동화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상계동 아이들』『동화책을 먹은 바둑이』『복실이네 가족사진』『갑수는 왜 창피를 당했을까』들을 비롯한 많은 동화를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