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02월 통권 제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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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 영원토록 기억되리라

최수연 | 2004년 02월

아메넴헤트 1세는 이집트를 재통일하고 나일 강가에 새로운 수도를 세운 왕입니다. 그의 피라미드는 200년만에 이집트에서 처음 건설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의 아들, 세소스트리스는 왕위에 오르자마자 자신이 묻힐 피라미드의 건설 계획을 세웁니다. 아버지의 피라미드보다 더 웅장하게 지을 꿈을 가졌던 것이지요. 나라를 다스리는 43년 동안 세소스트리스는 많은 건축물을 만들었습니다. 건축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자신의 피라미드에도 심혈을 기울였답니다. 건설 기간이 20년이나 걸린 이 비밀스러운 건축물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이 책에는 자기가 아니었으면 피라미드를 쌓을 수 없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죽은 뒤 이 피라미드에 눕게 된 세소스트리스 왕부터 “눈썹 하나만 치켜 올려도, 한 마디 명령만으로도”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권력을 내세워 자기가 피라미드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왕의 총리대신 몬투호프는 “폐하의 매장실을 깊은 땅 속 어디에다 감출지” 결정했다면서 피라미드는 자기가 만들었다고 하네요. 피라미드의 방향을 결정한 이집트의 제사장 임호테프, 피라미드를 만드는 데 필요한 돌을 구해 온 이집트 최고의 채석장 감독 세네부 역시 조금도 목소리를 낮추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꾼들의 노련한 우두머리 아메니, “근육이 떨리고 땀이 흐르고 물집이 잡히고 뼈가 저리는 고통을 견디며” 열심히 일한 일꾼들, “뜨거운 햇볕 아래서 뜨거운 모래밭을 걸어” 건설 현장까지 당나귀를 끌고 물을 나른 소년, 석공, 조각가, 아버지의 시신을 안치시킨 세소스트리스의 아들, 아메넴헤트 2세까지 저마다 “피라미드는 내가 만들었다네.” 큰 소리를 칩니다.

거침 없이 그린 굵은 선과 선명한 색으로 표현된 인물들이 당당하게 자기의 업적을 드러냅니다. 실체와 그림자가 뚜렷하게 구별되는 과감한 그림이 인물들을 더욱 두드러지게 합니다. 또한, 누구의 말도 흘려 들을 수만은 없습니다. 한 사람이라도 없었다면 완벽한 피라미드를 건설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 중에 왕과 총리대신 몬투호테프, 세소스트리스의 아들 아메넴헤트 2세는 실제 인물이며 그밖의 사람들의 이름은 당시 비슷한 일을 한 이집트 사람들의 이름에서 딴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름만 빌려 준 사람들이 피라미드를 세우는 데 공을 세우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피라미드 건설을 위해서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여러 가지 작업을 셀 수 없을 만큼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세소스트리스의 피라미드는 500년 동안 이집트에서 가장 웅장한 피라미드였습니다. 사람의 몸에 뼈가 있는 것처럼 피라미드 안에 커다랗고 두꺼운 벽을 세워서 아주 튼튼하게 지었는데 이 방식은 당시 매우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소스트리스의 피라미드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서서히 무너져 내리다가 지금은 모래와 자갈 더미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도 세소스트리스의 피라미드는 딱 한 번밖에 도굴을 당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피라미드를 만들었는지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던 도굴꾼에게 털린 후 아무도 매장실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뉴욕의 고고학자들은 세소스트리스의 피라미드가 어떤 모습이었으며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많은 것을 알아냈습니다. ‘지식그림책’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사실들과 피라미드의 건설 과정 등에 대해 책의 뒷부분에서 그림과 사진을 덧붙여 상세히 설명합니다. 그런데 아직도 고고학자들은 일꾼들의 작업장이 어디였는지, 유적의 관리인들이 사용하던 벽돌 건물, 작업장, 창고 등이 어디에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아 내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피라미드는 수많은 비밀을 품고 온갖 의문과 호기심에 둘러 싸여 있습니다.

죽음 뒤에 또 다른 삶이 있을 거라고 믿었던 세소스트리스. 그는 죽은 뒤에 맞이할 새로운 삶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들을 갖추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의 시신은 문이나 통로, 다른 방도 없이 돌로 쌓은 무겁고 단단한 산 아래에 보관되었습니다. 피라미드 꼭대기에는 마치 자신의 영토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두 눈이 새겨져 있는 관석이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세소스트리스의 관석에 새겨진 커다란 눈을 통해 그는 세상을 내려다 보고 있을까요? 아무려나 “내 이름은 영원토록 기억되리라”던 그의 확신은 그대로 이루어진 셈입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좋은 책을 읽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창을 갖게 되는 데 작은 도움이나마 주고 싶은 마음으로 『열린어린이』 편집부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