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05월 통권 제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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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똥별 아줌마와 과학책 산책]
과학 상식을 늘려 주는 책들

이지유 | 2004년 05월

“엄마, ‘유비쿼터스’가 뭐야?”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한 당신, 다가오는 아이의 시선을 피하며 얼른 머리를 굴린다. 하지만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유비쿼터스? 아, 그리스나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 이름인 것 같은데, 무슨 신이지? 푸하하!

유비쿼터스를 신화 속 신의 이름으로 착각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신문을 덜 읽고 있음이 확실하다. 또 텔레비전에서 보여 주는 과학 다큐멘터리를 보지 않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요즘 어른들 가운데는 신문을 봐도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읽을 수 없다는 사람이 많다. 특히 과학 IT 분야의 기사는 날마다 새로운 단어가 나와서 무슨 딴 세상 이야기같다는 불평을 많이 늘어놓는다.

사실 요즘 과학은 너무 빨리 발전해서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용어를 습득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니 어찌 여러분 탓만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내가 생활하는 모든 것이 과학 기술과 끊을 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를 지닌 요즘, 알면 편하게 살면서 돈도 벌 수 있고 모르면 불편하게 살면서 재산 손실을 보게 된다.

『미래 과학의 세계로 떠나보자』 표지
『미래 과학의 세계로 떠나보자』라는 책을 보면 요즘 과학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짝 엿볼 수가 있다. 이 책을 들여다보니 유비쿼터스는 이렇다고 써 있다. “‘유비쿼터스’란 물이나 공기처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뜻의 라틴 어이다.” 그럼 무엇이 ‘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것일까? 바로 컴퓨터다. 컴퓨터와 센서들이 방, 거실, 부엌, 현관, 엘리베이터, 길가에 붙어 있음은 물론 배추, 돼지고기, 닭고기, 과일같은 음식이나 책, 화장품같은 개인 소지품이 모두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는 환경을 유비쿼터스 환경이라고 한다.

내가 집에 들어서면 가는 곳을 따라 조명이 켜지고, 냉장고에 무엇이 있는지 알려 주고, 내 옷에 부착된 센서가 내 심장 박동을 분석한 뒤 내가 이온 음료가 필요한지 따뜻한 음료가 필요한지 알아 내서 내 몸에 맞는 음료를 찾아 준다. 유비쿼터스 환경에 대해 듣다보니 장애인들 생각이 난다. 이런 편리한 환경의 혜택을 받아야 할 첫번째 대상은 바로 장애인이다. 보통 사람들은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살다 보면 모두 게을러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과학 기술은 잘 쓰면 약이요, 못 쓰면 독이 된다.

아무튼 이 책은 복제 인간 이야기, 지구 온난화, 인공 장기, 나노 기술 등 최근 과학계의 관심사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하고 있다. 신문 읽는 데 어려움을 느낀 사람이라면 한 번 봐둘 만하다. 다만 최신 학문이라는 것이 늘 그렇듯 용어나 설명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고학년 용이라고는 하나 6학년들도 알아 듣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으므로 서로 공부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차근차근 읽어 나간다면 과학 상식을 늘리고 싶다는 욕구를 충분히 채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무리 최신 과학이라도 그것들은 모두 고전 과학이라는 발판을 딛고 올라선 것들이다. 모래 위에는 집을 지을 수 없고 뿌리가 얕은 나무는 바람이 뽑힌다. 그래서 과학사를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이라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과학자라면 뉴튼과 아인슈타인만을 생각하는 당신,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려 주는 책이 몇 권 있다.

『인류 100대 과학사건』 표지
우선 『인류 100대 과학사건』이라는 책을 보자. 모두 다섯 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과학사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 100개를 잡아 한 권에 20개씩 실었다. 이 책을 볼 때 눈여겨보아야 할 곳은 에피소드가 시작되는 첫 장에 나오는 인물에 대한 정리 부분이다. 예를 들어 보자. 1846년 최초로 외과 수술에 마취술을 쓴 것에 대한 에피소드 부분을 보면 ‘윌리암 토마스 모턴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짧은 글이 있다. 과학사에 남을 사건을 기록하면서 그 사건을 일으킨 인물에 대해 먼저 적는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인류사에 남는 모든 사건은 사람 손에 의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그 사건과 한께 숨쉬었던 사람들이 모두 죽고 나면 ‘사건’은 사람과 동떨어져 무슨 물건처럼 ‘대상’이 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그 일을 가능하게 한 사람들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나간 과거를 되새겨 그 과거로부터 장점과 단점을 알아 내 더 발전된 미래를 계획하는 것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주체 역시 사람이다. 따라서 사건을 일으킨 사람과 그를 둘러싼 환경을 말하지 않고는 사건을 제대로 볼 수 없다. 그래서 사람에 대한 언급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과학이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모든 분야를 열거하고 거기에서 100가지 사건을 다루었으므로 전반적인 과학 상식을 습득하는 데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책은 서양 과학사를 주로 다루었으므로 우리 과학사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 보기 힘들다. 어찌 과학을 책 몇 권으로 다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 과학사에 대해 궁금한 사람은 다음 책을 보면 된다.

『돌도끼에서 우리별 3호까지』 표지와 본문

『돌도끼에서 우리별 3호까지』에는 선사 시대에서 시작해서 1999년 우리별 3호가 궤도에 오르기까지의 우리 과학에 대한 역사가 들어 있다. 금속 활자를 처음으로 만들고 독자적인 과학 세계를 구축하던 우리 나라는 조선 시대 후기 서양 과학이 들어오면서 일대 변화를 겪는다.

이 책에서 찾아 볼 수 있는 재미난 부분은 정치와 과학의 관계이다. 잦은 전쟁과 당쟁으로 나라 안이 혼란스러운 때는 과학도 발전하지 못했다. 나라 안과 밖이 조용하고 민심이 안정되어야 과학도 발전한다. 그러니 어찌 과학자라고 실험실에만 앉아서 세상 돌아가는 것과 관계없이 연구만 할 수 있을까? 또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이루어진 성과물을 보통 사람들과 나누는 일에도 열심히 힘써야 한다. 그래서 과학 하는 사람 가운데 과학 정책가가 나와야 하고 정치가도 나와야 하고 글 쓰는 사람도 나와야 한다.

오늘날 우리 나라에 이공계 관련 학과가 폭탄을 맞은 듯 조용하고 과학 기술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이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과학자 가운데 다양한 방면으로 발을 뻗은 사람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승자박이다. 그러니 아이가 과학에 관심을 보인다면 과학 관련 책만 보여 줄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면의 책을 보여 주고 다양한 문화 체험을 하도록 적극 밀어 주어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과학 상식을 키우는 책을 하나 더 소개하자면 『사람의 뇌를 왜 작은 우주라고 부를까요?』를 들 수 있다. ‘꼬마 아인슈타인의 호기심 Q&A’ 시리즈 세 권 가운데 한 권으로 생물의 세계를 다룬 이 책은 한국 과학 문화 재단에 올라오는 질문들을 뽑아 거기에 전문가들이 답한 것을 모은 책이다. 어린이들이 읽기 쉽게 편집자들이 문장을 새로 다듬는 것은 물론, 매끄럽게 읽히는 것에 목표를 두고 다듬기에 정성을 들인 것이 눈에 띈다. 또 책마다 정성들여 그린 삽화가 좋다.

『리모컨은 기계를 어떻게 작동시킬까요?』 『대륙은 왜 퍼즐처럼 조각났을까요?』『사람의 뇌를 왜 작은 우주라고 부를까요?』 표지

『사람의 뇌를 왜 작은 우주라고 부를까요?』 에서는 식물과 동물에 대한 궁금증과 인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줄 수 있는 글들이 실려 있다. 두번째 책인 『대륙은 왜 퍼즐처럼 조각났을까요?』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속과 바다, 지구를 둘러싼 대기, 그를 넘어 펼쳐진 우주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마지막 권인 『리모컨은 기계를 어떻게 작동시킬까요?』에서는 사람들이 어렵게 느끼는 전자 통신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지금까지 언급한 책들은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좋은 책이다. 우리 나라 의무 교육은 중학교까지이므로 우리 나라 성인들의 과학 기술 상식에 대한 평균은 중학교 수준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니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나온 책들은 어른 수준에도 맞는 책이다. 빠르게 변하는 상식을 따라가려면 성인용 어린이용 가리지 말고 열심히 읽어야 한다.

자, 이제 좀 신문을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고? 다 여러분이 열심히 독서한 덕분이다. 아, 그런데 이건 무슨 말이지? ‘지난 주 선물 연계 프로그램 매수 잔고는 충분히…… 오히려 리버설 포지션 청산으로 인한 프로그램 매수 유입 가능성이 있어 옵션 만기로 인한…… 3월 초 갭 하락 하단 부분에 강한 저항이 예상되므로 10일 이동 평균 부근에서 매수에 임하는 트레이딩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요즘 신문은 너무 어렵다!
이지유 / 대학에서 천문학과 과학 교육을 전공했습니다.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는 재미난 과학 글을 쓰려고 천문대, 화산, 박물관, 열대 식물원, 병원 등 안 가는 곳이 없습니다. 늘 디지틀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필요하다 싶으면 아무 때나 사진을 찍는 바람에 아들, 딸이 아주 괴로워한답니다. 어린이들을 위해 지은 책으로는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와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화산 이야기』가 있고, 초보 부모들을 위해 『그림책 사냥을 떠나자』를 썼습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