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05월 통권 제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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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사회책 읽기]
세상의 모든 종교는 우리에게 편견과 우월감을 버리라 한다

김미리 | 2004년 05월

지구가 100명의 마을이라면 이 사람들 가운데 32명은 기독교, 19명은 회교, 13명은 힌두교, 12명은 선조 때부터 전해져 온 민간 신앙, 6명은 불교, 2명은 바하이교, 유교, 신도, 시크교, 자이나교 등의 여러 종교를, 그리고 1명은 유대교를 믿고, 15명은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한다.

『신의 나라 인간 나라』 표지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을 통해 이슬람 문화를 더러 접하게 된다. 또 석가 탄신일이나 성탄절처럼 세계적인 종교의 기념일을 통해 종교에 한 발 다가서게도 된다. 국교가 없는 우리로서는 여러 종교를 포용하면서 잘 적응해 가는 편이다. 초파일에 절에 가서 연등을 달고, 성탄절에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며 성찬을 나누기도 하면서. 그러나 세계는 그렇지 못하다. 지구촌이라고 불리는 것도 단순 물리적인 거리상의 개념이고 정신적인 거리는 때로 더 멀어지고 있지나 않은지? 문명 간의 충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가 다른 문화를 잘 이해 해야만 충돌 없이 세계 시민으로서 더불어 잘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종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쉽지는 않다. 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자기가 믿는 종교에 대해서만 관심을 기울일 뿐이다. 석가 탄신일을 맞이하여 아이들과 함께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번에는 종교에 관한 책을 살펴 본다.

‘먼나라 이웃나라’ 시리즈의 저자 이원복 교수가 서술한 『신의 나라 인간 나라』는 종교의 발생에서부터 고대의 종교,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불교, 유교 등에까지 명쾌한 설명을 곁들인 만화로 종교 안내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주는 책이다.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이스라엘을 둘러싼 유대인과 아랍인의 갈등을 아이들에게 쉽게 설명해 줄 수 있도록 유대인의 역사와 이스라엘의 건국, 유대교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보여 준다. 고학년에게 적당한 책이지만 어른들이 읽고 쉽게 풀어서 이야기해 주면 좋을 듯하다.

『어린이 이슬람 바로 알기』 표지
세계적인 종교는 아니지만 10억 인도 사람들이 믿는 힌두교. 힌두교에 대한 책을 찾아서 공부하기는 쉽지 않다. 인도의 역사를 배우면서 힌두교에 대해 잠깐 심화 학습을 하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런데 『신의 나라 인간 나라』에서는 힌두교의 형성 과정부터 힌두교의 신들과 교리까지 자세히 설명해 준다. 동양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특히 우리 나라 사람들의 의식 구조를 지배하는 유교는 오히려 철학에 더 가깝다. 이 책에서는 종교같지 않은 종교인 유교에 대한 부분까지 다루고 있다. 종교 전문가가 아니라고 겸손해하는 저자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자료와 경험에서 우러난 박식함이 녹아 든 책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두고두고 여러 번 읽어 볼 만한 책이다.

전세계 인구의 5분의 1, 육지의 23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이슬람은 세계 3대 종교의 하나이지만, 우리에게 가장 덜 알려진 종교이다. 혹은 이슬람 국가들과 서로 적대 관계에 있는 서방 세계의 잣대로만 본 부정적인 이미지인 일부 다처제와 테러 등으로만 알려져 있다. 이슬람에 대해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책이 있다. 『어린이 이슬람 바로 알기』는 13억 인구 55개 국에 달하는 이슬람 권의 문화에 대해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개괄적으로 소개해 준다.

『이슬람』 표지와 본문

이슬람 여자들이 쓰는 베일인 ‘히잡’은 단지 여성의 권리와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다. 남성과 여성의 역할 분담을 강조하는 이슬람 사회에서 외간 남자들과 무분별한 접촉을 피하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국가에서 여자 대통령과 수상이 많이 배출된 것으로도 여성의 위상이 어떠한지는 나타난다. 이슬람 국가는 왜 미국을 싫어하는지, ‘탈레반’이란 무엇인지, 현재 이슬람 국가를 움직이는 사람들에 대해서까지 객관적인 관점에서 이슬람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씌어진 책이다. 화해와 용서, 평화의 종교로서의 이슬람을 알 수 있다. 이슬람에 대해 어느 정도의 이해와 관심이 생겼다면 『이슬람』을 한 번 읽어 보자. 이슬람 세계는 유럽 사회가 중세 암흑 시대라는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 세계사의 주역으로 찬란한 문명을 구가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슬람의 기나긴 역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세밀화로 고학년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 주기에 적합하다.

『석가와 크는 아이』『어린이 팔만대장경』 표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불교와 기독교에 대한 책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석가와 크는 아이』는 석가모니의 일생과 깨달음을 동화 형식으로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할머니의 젊었을 때의 사진을 보며 노마는 싯타르타가 고민했던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석가모니의 행적을 따라가게 된다. 왕자로 태어나 여러 고난 가운데 진리를 깨우치고 그 진리를 설법하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이 쉽게 설명되어 있다. ‘참선과 죽비’라는 코너에서는 아이들이 한 번쯤 되짚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화두를 던지고 있다. 어린이 철학 동화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고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짜여져 있다. 이번 석가 탄신일에는 놀이 동산 대신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면 어떨까?

어려운 불경을 읽을 수 없는 아이들에게는 동화로 된 『어린이 팔만대장경』을 권하고 싶다. 원숭이 고기가 먹고 싶다는 암컷 악어를 위해 수컷 악어는 원숭이를 잡으러 떠난다. 원숭이가 지나가는 강가의 바위로 분장한 악어는 엎드린 채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원숭이는 아까보다 바위의 높이가 높아진 것을 눈치채고는 꾀를 내 바위에게 대답을 강요하면서 바위를 불러 댄다. 악어는 바위가 늘 대답해 온 줄 알고 ‘나는 바위다. 무슨 일이냐?’ 하며 대답한다. 그 다음은 상상에 맡긴다. 위급할 때 기지를 발휘하는 원숭이를 통해 지혜를 가르치는 것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솝 우화만큼이나 재미있는 동화로 읽을 수 있다.

『세상은 이렇게 시작되었단다』 표지와 본문

기독교에 대한 책은 많이 알려져 있는 편이다. 하느님의 창조 신화를 다룬 『세상은 이렇게 시작되었단다』는 빛과 낮, 하늘, 땅과 바다, 달과 계절, 생물들,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아담과 이브를 만들고 일곱째 날 모든 일을 마치고 축복을 내리심으로써 세상이 시작되었다는 기독교의 창조 신화를 투명 수채화의 그림과 함께 잔잔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물 속 생물들, 하늘의 새들, 땅위의 포유류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아이들의 시선을 붙잡아 둔다.

『우리 아이가 처음 읽는 성경 이야기』 표지와 본문

『우리 아이가 처음 읽는 성경 이야기』는 세계 최고의 베스트 셀러인 성경을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그림과 더불어 소개한 책이다. 노아의 방주, 모세의 기적 이야기 등 구약과 신약에 나오는 열일곱 개의 성경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대교의 경전이자 지혜서인 『탈무드』를 읽어 보자. 탈무드는 유아 수준부터 어른 용까지 다양하게 나와 있다. 우리 아이의 독서 수준에 맞춰 한 단계씩 높여 읽어도 좋을 듯하다. 성경도 마찬가지이다.

석가 탄신일을 맞이하여 종교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책들을 골라 보았다. 기독교나 불교에 대한 책들은 많이 알려져 있어 이슬람에 대한 책들에 더 무게를 실었다. 다양한 문화를 이해함으로써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평화롭게 사는 세상이 우리 아이들 세대에는 꼭 오기를 바란다. 편견과 우월감을 버린다면 모든 종교는 그 본래의 의미대로 우리에게 영원한 위안을 주지 않을까?
김미리 / 대학에서는 인류학을 전공하였고, 증권 회사 등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일산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회 공부를 하며 지냅니다. 어린이 책과 답사 여행들을 어린이보다 더 좋아하는 ‘철부지’ 어른이지요. 여행을 떠날 때면 지도와 책을 챙기며 준비된 답사를 꿈꾸다가는 결국엔 훌쩍 떠나 버리는 무계획파이지만, 언젠가는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을 만나러 가리라 꿈꾸며 삽니다.

이 글에 나온 책들